집없는 자의 설움

by 이향

아이들하고 살게 되면서 자가로부터 월세집으로의 강제 전환이 필요하게 되었다. 애당초 자가 집이라는것 자체가 관리를 위한 인적, 물적으로 각고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함을 체감했던바, 다시 자가를 갖는다는것은 관심이 없던게 사실이다. 더하여, 일년에 반 정도는 주말마다 짐을 꾸려 고삐풀린 망아지마냥 아웃도어로 나다니는 내 주제에 아기자기한 집에 대한 환상이 먼것도 자인하는 바이다. 가끔 내 마음 내키는 대로 집을 꾸민다거나 매달 내는 월세를 1년만 모아도 큰 돈이 된다는 사실이 실감나는 순간마다 우울하긴 했지만, 자가를 갖게되어도 몇십년을 갚아야 내집이 되는 미국에서 진정한 자가는 만만치 않음을 또한 안다. 그래서, 굳이 자가에 대한 희망을 갖지 않았던 것.


하지만, 60일이라는 제한된 시간이 주어진 상황에서 이사갈 집을 찾는일은 일차적으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았다. 60일 이라지만, 막상 리스트에 나온 집에 연락을 하게되면 대부분 7월 1일을 입주로 원하는것이 태반이었다. 그리고 큰아들이 이사를 나가서 방하나가 남는것이 사실이지만, 15년동안 쌓아온 짐들을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렸다. 등반과 캠핑에 진심인 시간들이 오랫동안 지나면서 쌓여온 등반장비며 캠핑장비들이 어마어마했다.

둘째 아들과 둘이만 사는 처지이니 굳이 방이 3개나 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방 2개짜리 집을 찾는것으로 목표를 잡았다. 어떤집은 방크기는 그런데로 적당하지만 거실에 소파를 놓기도 어려울만큼 작은 집이었고, 어떤집은 거실도 부엌도 좋은 크기인데 방에 침대가 들어가기도 어려울만한 곳도 있었다. 저녁마다 차를 세울 곳을 찾는것도 스트레스이니 차고에 2대의 차를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되는 집도 찾기 어려웠다. 요리를 어마하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쇠판 요리를 주로하는 내게 전기스토브는 적절치 않을 뿐더러 전기세도 걱정이었다.

KakaoTalk_20250801_110537333.jpg 낡긴했지만 이 조그만 Shed 보관하는 장비는 꽤난 많은 양이었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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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철히 등반행로에 따라 달리 갈아신는 신발이며 장비며..이래뵈도 몇만불어치는 족히 되는 규모이다.ㅎㅎ

시간은 1주가 넘어 2주차가 되었는데, 만만한 집은 찾기 어려운것 아닌가라는 걱정이 시작되었다. 더불어 짐을 싸야하는데, 박스에 넣어 가지고갈 짐보다 정작 버리거나 도네이션으로 넘겨야할 짐이 더 많았다. 1개 박스를 싸면 5개 박스 정도의 도네이션 박스가 나오는 형국이었다.


가진건 체력뿐이라 시간은 쫓기고 할일은 많으니 저녁에 퇴근해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나면 새벽 1-2시까지 짐을 싸는 날의 연속이었다. 진척은 더디기만 했다. 서랍장을 열면 챙길것과 버릴것, 어느 누구에게 줄만한 물건들을 분리하는데만 길게는 몇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절대 끝날것 같지 않은 시간은 더디게만 흘러갔다.



과연 이사를 나갈 수는 있게 되는 걸까?


시간이 흐를수록 짐싸는 진척은 더디고 갈곳이 잡아지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니, 60일이라는 느닷없는 통보를 한 집주인에 대한 원망과 함께, 어떻게라도 목돈을 마련해서 자가를 생각지도 않았던 나의 무절제한 삶에 대한 후회만 가득한 나날이었다. 진정, 집 없는 설움이 복받혀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이어졌다. 깊게는 상황이 이렇게 까지 되도록 내곁에 남아있어 주지 않았던 전남편에 대한 느닷없는 원망까지 파헤쳐지는 그야말로 총체적 멘탈붕괴 난국인 셈이었다.


추가: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월세 계약시, 1년 계약을 기본으로 하고, 1년 계약종료시 다시 계약을 하거나 추가 lease contract을 작성하는것이 아니면 1년후부터는 자동으로 month to month 계약으로 전환되며, 이 시점부터는 건물주와 입주자 양측 모두 60일 공지시한만 지키면 계약종료를 이행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마련된다.

KakaoTalk_20250725_163920413_01.jpg 집 한쪽 벽을 가득채웠던 장이 비워졌다. 모든 사기그릇들을 다 꺼내 정리했으니 1/20 정도는 끝냈을까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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