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내 힘으로 살아가야 하는 시점이 시작된 15년전.
한달에 채워넣어야 하는 주택 융자금은 내 힘으론 감당이 안되었다. 아이들 학군을 이유로 이사온지 2년된 집은 포기하는게 맞아보였다. 당시, 미국은 부동산 버블 붕괴사태로 집값은 폭락했고, 집을 사면서 투자했던 종잣돈도 함께 날라갔다.
당장 살집을 구하기위해 백방으로 알아보던 나는 이동식 주택인 모빌홈도 월세로 입주가 가능하다는것을 처음 알았다. 미국에서 30년 넘게 살면서, 밑에 바퀴가 달려 이동이 가능한 모빌홈들을 많이 보아왔지만 내가 그곳에 살게될런지는 생각해 본적이 없었었다.
10여년간 살아왔던 익숙한 동네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모빌홈은 위치도 좋았고, 무엇보다 쾌적한 단지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알고 있었던 모빌홈이라는 그동안의 인식은 다닥다닥 붙어 위치한 집들과 좁은 주차장 그리고 답답한 실내였었다. 하지만 이 단지는 한 유닛마다 널찍한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고, 자그마한 창고까지 구비되어 있스며, 실내는 마치 숲속의 케빈과 같은 높다란 천장이 좁은 느낌을 전혀 주지 않았다.
가격도 내가 예산했던 금액과 맞는터에 나는 처음본 유닛을 단박에 계약을 했었다.
그렇게 우연히 발견했던 모빌홈 유닛에서 내가 15년을 살거라 예상은 당연히 하지 못했었다. 그럼에도 많이 오르지 않는 월세와 나름 편한 집안의 동선등, 굳이 이사를 할 필요 또한 느끼지 못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 저곳 고쳐야 할곳들은 집주인이 나름 성실하게 수리해 주어 불편하지도 않았었다.
물론 모빌홈은 얇은 벽으로 지어진 탓에 여름이면 에어컨없는 삶을 생각할 수 없고 겨울엔 라디에이터를 끼고 살아야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바닷가 쪽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품은 바람이 그대로 들이치는 남쪽 너른 창문이 문제였다. 매년 겨울마다 비바람이 부는 세월을 버텨온 창문들이 언제부터인가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창문과 벽사이에 있는 단열재가 빗물로 인해 틈이 벌어지는 창문틀 사이로 삐져나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습기가 지속적으로 차오르다 보니 창문틀이 물에 젖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고, 단열재들이 그 틈 사이로 삐져나오는 현상이었다.
집주인에게 수리를 의뢰했었다 딱 한번. 그리고는 쌀쌀한 기운이 도는 늦가을 어느날 아침 갑자기 들이닥친 수리공은 우리에게, 창문으로부터 5피트 이상 모든 짐을 다 끄집어 내야하고, 창문이 위치한 유닛의 전면벽을 모두 부숴야 하는 공사를 시작한다고 했다. 일체의 공지나 메일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하루 아침에 벽을 부순다고 하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는일. 나는 일차적으로 공지받은 적 없고 지금 추운 이 날씨에 벽을 부수고 공사를 한다면 우리가 생활을 할 수가 없으니 수리를 미뤄달라고 했다.
인부들이 공사를 하기위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새벽일찍부터 유닛 전면에 위치한 그 아름다왔던 플루메리아 나무를 모두 베어버린것을 알아차린것은 그날 오후였다. 유난히 햇볕이 많이 들이치는 따뜻한 남쪽 창문을 좋아하긴 했지만, 그날 이후 하루 온종일 햇빛을 가릴 그늘하나 없는 창문으로 이루어진 집에서 2년 가까이 지내왔었다.
그러던 지난 6월초, 매니지먼트 사무실로부터 느닷없는 전화 한통을 받았다.
집주인이 내가 살고 있는 집을 전면 리노베이션을 해야하니, 60일안에 집을 비우거나 아니면 단지않의 다른 유닛으로 이사를 하던가 하라는 것이었다. 단지안의 비슷한 유닛의 가격은 무려 지금 내고 있는 월세보다 천불이나 많은 금액이었다.
오마이 갓! 단연코, 나의 대답은 ‘NO’ 였다.
그리고 이내, 나의 고통스런 날들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