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친데 덥친격도 돌려 차기 했는데, 나 망한건가요?..

by 이향

7월 1일로 입주날자를 맞추라니, 번갯불에 콩굽는 형국이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주인에 통보해서 날자에 맞춘 렌트비를 정산해야 하고, 이사갈 집에 전기, 가스를 새로 넣어야 하고, 인터넷도 신청해야 하고, 목돈도 마련해서 준비해야 하고.. 할 일이 태산인데, 점점 더 몸이 제대로 따라 주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닥친 상황을 헤처나가느라 몸과 마음이 몇 주 동안 무리를 한 것도 있었지만, 몇 년 동안 증상이 악화된 부비동 문제가 큰 걸림돌이었다. 오른쪽 광대뼈의 감각이 자주 흐려지는것이 혹 뇌졸중이나 구안와사 증세는 아닌지 불안하던 와중애, 정기 검진때 의사는 내 부비동 증상이 요인인것 같다고 했다.


소개받은 이비인후과 의사는 당장 CT를 찍어보자했고, 이삿짐을 싸는 와중에 병원에서 CT촬영을 했다. 결과는 매우 안좋았다.

담당 의사는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눈에 이상이 생길수 있을 정도인데 여지껏 왜 이렇게 참았느냐고 엄포 아닌 엄포를 놓았다.


사실, 서른 살 이후로 감기에 걸릴때마다 부비동 염증으로 귀결되는 게 한두번이 아니었었다. 하지만 만성 부비동염을 달고 사는 사람들의 특징이 내겐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잔뜩 코막힌 소리를 낸다건가 킁킁거리는 비호감 소리를 내는 것만이 목구멍과 비강이 시원해지는 유일한 옵션인 부비동 환자들. 어슴프레 저녁이 다가오면 콧물이 줄줄 흐른다거나 아침에 눈을 뜨면 완전 딴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던가 하는 것들.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 종일 연탄가스 맡은것 같은 둔탁한 두통과 미열감은 알러지인가 했고, 상악으로부터 어깨까지 이어지는 통증은 그냥 근육통이나 신경성 스트레스이려니 했었다. 그리고 몇 년전 부터 심해진 증상때문에 이비인후과를 다녔고 만성부비염으로 발전했으니 약물로 먼저 치료하자 해서, 항생제로 오랜동안 치료를 했지만 나아지지 않았었다.


이사도 해야하고 수술도 해야하고..난감한 지경이다.


밤마다 이웃집을 방해하지 않기위해 창문을 꽁꽁 닫고 박스를 조립하고 이삿짐을 싸고 하니, 실상 내 스스로 부비동 염증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형국이었다. 그래도 이사를 해야하니, 진통제를 먹어 가면서 저녁 마다 약간의 반주(?)로 통증을 마취시켜 가면서 꾸역 꾸역 진도를 내었다.

어쩄거나, 시간은 흐르고 다가올 날자는 다가오는법.



6월말일이 다가오고 큰아들 친구들이 도와줘서 버려야할 가구들과 도네이션할 물품들을 힘써 치워주었다. 회사에서 커다란 합승차를 빌려 나도 오가며 손을 보탰다. 아들들 친구들에게 피자를 쏘느라 돈은 들었지만, 없는 남편대신 아들들 친구들이라도 시끌시끌하며 집안을 서성대니, 집안이 꽉차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KakaoTalk_20250911_174549469.jpg
KakaoTalk_20250911_174549469_02.jpg
아쉽지만 이별해야했던 가구들..


드디어 이사하는날, 짐꾼들이 트럭을 몰고 오전 7시에 도착해 정오가 되기전 새집으로 출발했다. 나는 서둘러 집키를 관리사무실에 반납하고 새집으로 향했다.


열쇠로 현관문을 열었다.

KakaoTalk_20250911_175316629.jpg 반쪽만 달려있는 몰딩과 갓없이 덩그라니 매달린 전구.... 실화인가요??/


집주인이 청소를 했다고 했는데, 여기 저기 미처 닦지 않은 지저분한 창틀이며… 이빠진 몰딩, 지저분한 변기, 그리고 냄새, 냄새, 냄새...... 난 속으로 외쳤다.


‘아~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