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밤에 반갑게 만나, 금요일 하루 온종일 스키를 타고 맛나고 풍성한 저녁을 할 때는, 근방에 와 계시던 두 분의 로칼 선배님들이 동참하셨다. 그래서 무려 일행이 나를 포함 8명.
장정 7분의 음식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긴 하다. 첫날 저녁 메뉴로는 차돌박이 와 삼겹살 구이로 정했다.
사실, LA지역뿐 아니라 전국에서 내놓으라 하는 스키장임에도 매머드에는 제대로 된 마켓이 한 군데밖에 없다. 도매상점 격인 Grocery Outlet이 있긴 하지만, 신선하고 적당한 양의 식재료는 로칼 마켓에서 구해야 한다. 하지만 한 군데 밖에 없는 마켓은 저녁거리를 사러 사람들이 모이는 오후 4시 정도부터 엄청나게 붐비기 시작한다. 그러니, 장을 본 것을 집에서부터 채소를 다듬고 씻고 용기에 담아 준비해서 가야 하다 보니 준비하는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짐이 산더미같이 많았다. 차가 크니 천만 다행이지 웬만한 중형차에도 다 못 싣을만한 짐을 끓어 안고 도착한 것이었다.
먹는 사람이야 간단한 것이라 하지만, 준비하는 사람 입장에선 얘기가 다르다. 채소를 씻고 쌈장을 준비하고, 불판 2개에 블루스타 그릴 2개, 여분의 가스 그리고 집게랑 나무젓가락 심지어 흘러내리는 기름받이 그릇까지 준비하는 게 일이다. 에어 비 엔비에 어느 정도 그릇이 있기는 하지만, 8명을 다 수용할만한 그릇도 아니고 우리 구미에 맞는 국그릇은 없기 일쑤이다. 그렇다고 죄다 일회용 그릇을 쓰는 것은 용납이 안되니 그릇까지 챙겨가는 것도 음식 담당자의 일임을 자명한 사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다음날 아침엔 프렌치토스트로, 점심엔 몸보신용으로 삼계탕까지. 매끼 삼식이(ㅎㅎ) 7명분의 식사를 준비했다. 늦은 밤까지 나이 든 남정네들의 수다가 이어지고 오밤중에 취침한 후 고작 서너 시간 자고 일어나는 일정이 연일 계속되었다.
시즌은 아직 겨울 어디쯤 이지만, 한낮의 햇빛은 따뜻하기만 하였다. 더구나 고지대인 이곳 스키장의 눈은 아직도 한참이나 더 즐길 만큼 충분하기도 하다.
번개모임이 중반에 접어들면서 2월 셋째 주에 예정된 유타트립에 대한 얘기를 다시 하게 되었다. 아직도, 눈이 올 기미가 전혀 없는 유타를 가야 하는지에 대해 선배들 대부분은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유타에 눈이 없어 스키트립의 여부를 걱정하는 일이 생겼다는 데에 모두가 한 목소리로 한탄을 토해냈다.
“그 사이 눈이 올지 어쩔지 알 수 없지만, 일단 이번 시즌은 여기서 만난 걸로 마무리하는 것으로 하지…”라는 최고참 선배님의 말씀이 떨어졌다. 아쉽지만, 이번 번개모임으로 시즌의 만남을 매듭짓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머나먼 시애틀까지 가셔야 하는 두 선배님들을 위해 남아있던 오렌지, 파트너와 둘이 먹을라고 챙겨두었던 찐 맛의 일본식 계란샌드위치, 한국마켓에서 사서 쟁여놨던 과장봉지들까지 바리바리 봉투에 넣어 차 뒷자리에 실어드렸다.
마지막으로 함께 단체사진을 찍고 힘찬 포옹을 한 뒤 헤어졌다.
몇 년에 한 번이나 얼굴을 볼까 말까 한 귀한 모임의 선배님들. 비록 미국에서 만나 뵙게 된 분들이고, 나같이 산에 다니는 초짜 중의 초짜에겐 감히 고개를 들 수 조차 없을 만큼 대 선배님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 짓고 간식을 대고, 가끔 등반에 따라가 나눠 주신 식량을 감히 함께 등에 매고 뒤따를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하시는 존경하옵는 선배님들. 발끝도 따라가지 못하는 변변한 주제에 감히 같은 솥밥을 먹고 캠퍼밴에서 마치 대장인 양 음식을 나눠드리고, 뭐가 된 것 마냥 용감히 일어서서 핸드 드립 커피를 내리고… 오래된 인연인 양 헤어질 때는 따스한 온기의 손길로 어깨를 두들겨 주시는 분들.
귀한 인연이니 나대지 말고, 내 주제를 잊지 말고 뵐 기회가 될 때에는 성심성의껏 뫼시고자 한다.
시동을 켜고 내리막길을 달려가시는 자동차 뒷모습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짠해지고 만다.
견우직녀도 아닌데, 이 무슨 감정이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