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스키시즌은 매해 추수감사절에 시작해서 다음 해 봄까지 이어지므로 작년 시즌이라면 24 겨울-25 봄을 일컫는다. 그래서 이번 시즌은 25-26으로 눈이 많이 없는 이번 시즌은 다소 기간이 짧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스키어들은 시즌이 끝나기 전에 그해 말에 시작될 새로운 시즌티켓을 구입하곤 한다. 미리 구입할 경우 약간의 할인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금액이 워낙 비싸다 보니 그나마 조금이라도 할인이 있는 티켓을 구입하게 되곤 하는 것이다.
이번 시즌도 예외 없이 추수감사절 주말을 기점으로 행군이 시작되었고, 스키에 진심인 파트너님 덕에 나는 시내에서 꼬박 6시간 거리 매머드 스키장을 매주말마다 가곤 한다. 거짓말 안 하고 눈감고 운전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길, 395번 도로는 어느 누구에게는 지루한 길일 뿐이라지만, 갓길에 피는 봄꽃이며 한여름 땡볕에 메마른 누런 황금색의 들풀도, 오래된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 낡은 타운거리의 모습도 그저 내게는 볼 때마다 새롭기만 한 낭만로드이다.
395번 도로 곁으로 빼곡한 만사천 피트(4300 미터) 봉우리마다에 겹겹이 눈이 쌓인 풍경도 멋지지만, 눈이 없어도 그 나름대로 악산의 압도적인 풍경은 보는 이의 숨을 막히게 한다.
지난 연말에 매머드 스키장에 내렸던 눈이 녹아가는 것이 눈에 보일만큼 한주가 다르게 트레일의 모습은 변하는 중이었다. 캘리가 이 상황이면 유타도 다를 것 없다는 판단에 선배님들은 결국 유타트립을 캔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캔슬을 결정하고 한주가 지난 무렵, 파트너분님이 비장한 얼굴로 나타났다.
“ 아무래도 우리 둘이라도 다녀오는 게 맞는 거 같아. 눈이 없는 건 맞지만 이미 예약해 놓은 숙소가 캔슬이 안되니 그것도 아깝고, 매머드도 유타도 다를 게 없다면 그냥 바람이나 쐬는 심정으로 다녀오자고,”
선택권이 없는 자, 숙소금액을 전액 홀로 지불하신 그분의 명분 있는 설득에(ㅎㅎ) 나는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짐을 싸는 중이었다. 날도 따뜻하니 대충 꾸려도 만만할 듯하였다. 침고로 두터운 재킷은 남겨두고, 얇은 패딩에 눈 속을 걸을 일 없을 테니 스키바지도 빼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유타로 예정된 일정은 2월 18일 수요일 출발이었고, 둘이서 다녀올 여정이니 음식도 크게 준비할 게 없었기에, 파트너님과 나는 마지막 주말에도 매머드로 향했다. 매머드에서 토요일가 일요일 반나절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길, 전화벨이 요란히 울리기 시작했다.
“ 야…!! Oo 아! 눈이 온대잖아 유타에……!!!!! 수요일 보자!:
발등에 불, 호떡집에 불,… 2박 3일 남은 출발을 앞둔 나는 그야말로 멘붕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