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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파이시너드클럽 Aug 05. 2019

일상의 리듬을 찾는 행위로서의 달리기

리듬에 대해 생각한다. 일상의 리듬, 삶의 리듬. 


지난 6월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일상이 지겹다, 생각이 처음 든 건 2017년 겨울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양치를 하던 중 문득 수도꼭지를 잠그면 어제와 같은 하루를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게 참기 어려울만큼 권태를 느꼈다. 그 후로 1년 반 꼬박 같은 생각이 들었고 저항하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다. 일상에 저항하기 위해 단순한 달리기를 택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하지만 나름 정공법이 아닌가.


달리기는 행위 자체만 두고 보면 일상을 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리에 힘을 들여 땅을 차고 다음 보폭을 내 짚는다. 다리에 맞춰 팔을 적당히 흔든다. 힘이 들면 속도를 줄이고 흥이 나면 속력을 높인다. 오늘 달린 것과 상관없이 내일 다시 달리기에 나선다.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을 반복하는 건 삶이나 달리기나 크게 다르지 않다. 꼭 성실하게는 아니더라도 반복하다 보면 나만의 리듬이 생기는 게 아닐까. 지금은 그 리듬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고 이를 삶으로 옮겨둬야 겠다고 아득하게 생각할 뿐이다.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20년 이상을 일상처럼 달려온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 하나를 보탠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리듬감 있게' 계속 달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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