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 사람에게서 배운 것들

무시당했다는 그의 한 마디_교육팀 빌런 Part 1.

by 직장인C

“빌런 총량의 법칙.”
조금 자극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회사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겁니다.


약 14년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좋은 동료, 존경할 만한 선배님들을 참 많이 만났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회사 생활 자체를 회의적으로 만들 만큼 힘든 사람들도 분명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돌이켜보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되는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고개가 갸웃해지는 순간도 남아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제 기억 속에 ‘빌런’으로 자리 잡은 한 사람의 이야기를 꺼내 보려 합니다.


2014년, 회사 3년 차. 이제 막 대리가 되었을 때였습니다.
저는 교육팀의 막내였지만, 선배들의 혹독한 트레이닝 덕분에 혼자서 교육 과정을 맡아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습니다.


당시 교육팀은 총 25명으로 규모가 꽤 있었는데, 남자 직원은 저 혼자뿐이었습니다.
덕분에 선배 누나들에게는 귀여운 막내로 예쁨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혼자 남자라는 고충과 외로움도 느껴야 했습니다.


그 무렵, 현장 지점에서 팀장을 하던 한 남자 직원이 교육팀으로 발령받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보다 다섯 살이 많았고, 성격이 밝고 활기차다는 얘기에 은근히 기대가 됐습니다.

드디어 나와 비슷한 ‘남자 동료’가 생기는구나 싶었죠.


첫 출근 날, 그의 등장은 화려했습니다.
크고 힘 있는 목소리, 시종일관 웃는 얼굴, 자신감 넘치는 태도.
“아, 좋은 분이구나.”
저뿐 아니라 팀원들 모두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자연스레 저와 함께 교육 과정을 맡아야 했기에 인수인계 담당자는 제가 되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먼저 다가가 인사를 하고, 인수인계 일정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됐습니다.


모두가 함께 있을 때와 달리, 단둘이 있을 때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회의실에서 인수인계를 설명하고 있는 제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습니다.
수첩은 펼쳐져 있었지만 아무것도 적지 않았고, 처음 봤던 밝은 표정은 흔적도 없었습니다.


제가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혹시 설명드린 것 중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으실까요?”


그러자 그는 수첩을 ‘탁’ 닫으며 냉정하게 말했습니다.
“00씨, 나를 너무 무시하는 것 같아. 다 이해했으니 이제 그만 알려줘도 돼요.”


순간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내가 무슨 실수를 했나? 말투가 문제였나?
설명 내내 고개를 끄덕이던 모습이 떠올라 더 혼란스러웠습니다.
괜히 더 말하면 갈등만 커질 것 같아 “알겠습니다” 하고 말을 멈췄습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진짜 문제가 터졌습니다.
그의 업무 실수가 잦아졌고, 선배들이 지적을 하면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00씨가 알려준 내용이랑 달라서요.”
“그 부분은 못 들었네요. 다시 확인해보겠습니다.”


결국 저는 인수인계를 하지 않은 사람이 되었고, 심지어는 그를 괴롭히는 사람처럼 보이게 되었습니다.


선배들에게 불려가 질책을 들었을 때, 억울했지만 제대로 반박할 수 없었습니다.
속은 답답하고 마음은 무거웠습니다.


그래도 상황을 바로잡고 싶어 다시 다가가 보았지만, 결과는 같았습니다.
사람들 앞에서는 웃으며 “고맙다” 했지만, 단둘이 인수인계가 시작되면 어김없이 말했습니다.


“다 아는 걸 왜 자꾸 반복해요? 나를 무시하는 것 같네요.”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돌아보면, 그때의 저는 억울함에만 갇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알게 됐습니다.


조직 안에는 각자의 불안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무시당했다”는 말을 방패 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그와의 경험은 힘들었지만, 덕분에 저는 깨달았습니다.
‘일을 알려주는 것’만큼이나 ‘상대의 마음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요.


혹시 여러분도 이런 사람을 만난 적 있으신가요?

그럴 땐 어떻게 대처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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