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과 한글창제 3

한글과 노벨문학상, 그 사이에 놓인 번역의 난제

by 초롱초롱 박철홍

초롱초롱 박철홍의

지금도 흐른다! 874


ㅡ 세종대왕과 한글창제 3 ㅡ

(한글과 노벨문학상, 그 사이에 놓인 번역의 난제)


일본은 과학뿐 아니라 문학분야 에서도 꾸준히 노벨상을 수상하며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25년 현재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세 명이며, 올해도 일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유력후보로 거론되었지만 결국 헝가리작가 '크리스너호르커이 라슬로'가 영예를 안았다.


이 상황을 보며 나는 의문을 품는다.


“한글로 쓰인 문학은 왜 여전히 노벨문학상과 멀게만 느껴질까?”


한글은 세종대왕이 창제한, 28개 자모로 이루어진 과학적이고 배우기 쉬운 문자이다.


사람들은 한글이 ‘쉽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쉬운 표기 덕분에 뉘앙스를 풍부하게 담을 수는 있지만, 바로 그 미묘한 뉘앙스가 문학작품을 외국어로 번역하기는 쉽지가 않다.


왜일까?


그 답은 한글이라는 문자가 ‘쉽다’기 보다 <풍부한 감정과 지역색을 소리로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표음문자>이기 때문이다.


한글은 사투리, 욕설, 감탄사 등 다양한 언어적 색채를 온전히 담아내지만, 이들이 외국어로 번역될 때는 ‘문학적 맛’이 쉽게 사라진다.


예를들면 <조정래 태백산맥>이 영어로 번역된다면 그 감칠맛나는 전라도 사투리나 찰진 욕 등을

제대로 번역될 수 있을까?


<박경리 토지>의 토속적 언어와 한국인 고유의 한이 외국어로 표현될 수 있을까?


노벨문학상 심사위원들이 어떤 언어를 습득하여 문학작품을 평가 해서 상을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글'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외국인들이 한국인을 구별할 수 있는 고유한 소리 중 하나가 <아이고>란 감탄사라고 한다.


그러면서 외국인이 우리에게

“한국어 '아이고(aigoo)'는 도대체 무슨 뜻인가요?”라고 묻는다면 여러분들은 이 질문에 답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아이고>라는 세 글자 안에 걱정, 두려움, 좌절, 놀라움, 기쁨 등 모든 게 다 들어 있다. 우리는 상황에 따라 알아 듣을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그렇지 못 한다. 그래서 외국인들에게 정확한 답을 주기 어렵다.


이처럼 <아이고>는 기쁨, 슬픔, 놀람, 탄식 등 수많은 감정을 단 한 음절 로 표현하는 ‘한국어만의 마법’ 이다.


이런 감정을 단순히 영어의 ‘oh my god’ 로 옮길 수 없기에, 번역가는 늘 무거운 숙제를 안고 있다.


이런 언어적 특성 때문에 한국문학은 ‘언어적 장벽’에 부딪혔고, 그것이 '노벨문학상'과 거리감을 키운 이유 중 하나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2024년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혁신적이자 경이로운 사건이었다.


그러나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뒤에는 '데버러 스미스'라는 뛰어난 영국인 번역가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데버러 스미스'는 한강작품 '채식주의자'를 번역하여 영국의 노벨문학상이라 할 수 있는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녀는 한국어를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익히고, 단순 번역을 넘어 문학적 감성을 살리는 데 몰두해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영어권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했다.


문학작품은 단순한 단어들의 나열이 아니다.


문화, 정서, 미묘한 뉘앙스까지 담은 ‘복합적 예술’이다.


우리는 한글과 그 속에 담긴 정서 를 자연스럽게 이해하지만, 외국인에게는 그것을 옮기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서 번역가는 단순한 기술자가 아니라 ‘문학적 동업자’여야 한다.

말 그대로 작품의 영혼을 함께 지고 나를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는 말이다.


앞으로 우리 문학이 세계의 문을 두드리고 더 자주 인정받으려면, 뛰어난 번역가 양성에 국가와 사회가 더 많은 관심과 투자를 해야 한다.


'데버러 스미스' 같은 번역가가 많아지고, 문화 간 교감이 깊어질 때 비로소 한글 문학이 일본을 넘어 세계 문학계에서 더욱 빛날 날이 올 것이다.


요즘 티브를 보면 한국인보다 더 한국어를 맛깔스럽게 표현하는 외국인들을 많이 본다.


요즘처럼 한류의 열풍이 전 세계 를 휩쓸고, 한글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때는 한국문학 에 있어 더없이 소중한 기회이다.


한글은 과학적이고 배우기 쉬운 문자이지만, 그 안에는 깊은 감성 과 다채로운 표현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 아름다움이 세계 독자들에게 온전히 전해지기 위해서는 ‘번역’이라는 다리를 건너야 한다. 이 다리가 더 튼튼 하고 정교해질수록, 한국문학 위상 또한 높아질 것이다.


한글의 힘과 번역가의 섬세한 노력이 만나 노벨문학상의 문을 활짝 열고, 머지않아 한국문학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ㅡ 초롱박철홍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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