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초롱 박철홍의지금도 흐른다 891
초롱초롱 박철홍의
지금도 흐른다 891
ㅡ ‘자존감’으로 쓰는 글,
‘자존심’으로 흔들리는 날 ㅡ
"읽히지 않는 글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십 년 넘게 글을 써온 지금도,
이 질문은 나를 흔든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다.
“이 글은 나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자존심’은 스스로를 지키려는 마음이고,
‘자존감’은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다.
나는 〈초롱초롱박철홍의 역사는 흐른다〉를 통해
우리나라 선사시대부터 6·25 전쟁까지를 정리했다.
책으로 묶으면 5~600쪽,
여섯 권 정도가 될 것이다.
이미 두 권은 세상에 나왔다.
그 외에도 칼럼과 수필글들이
천 편이 넘고,
장편소설 세 편도 완성했다.
나는 원래 끈기 있는 성격은 아니지만, 십 년 넘게 매일 새벽,
몇 시간씩 글을 붙들고 살았다.
글쓰기는 나에게
단순한 행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지키고,
나를 존중하며,
나를 증명하는 과정이었다.
그것이 바로 글쓰기가
내게 준 ‘자존감’이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남아 있었다.
나는 아직 글쓰기로
공식적인 확인을
받아본 적이 없다.
브런치 작가로서
<출간 프로젝트>에 응모했지만, 연락은 없었다.
14,000명이 경쟁한 자리에서, 나는 선택되지 않았다.
사실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마음 한편에는 10퍼센트
가능성 정도는 꿈꾸었다.
확인받고 싶었다.
십 년 넘는 내 글쓰기가
헛되지 않았음을,
진심으로 확인받고 싶었다.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직책을 거쳐왔지만,
오로지
<작가 박철홍>
이라는 명함을 가져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 꿈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글쓰기에 대한 회의감은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그리고 오늘,
그 회의감이 다시 고개를 든다.
브런치에 글을 올린 지 여섯 달.
200편이 넘는 글이 브런치에 올려졌지만 반응은 크지 않다.
그래서 다시 질문으로 돌아간다.
“이 모든 글들은
내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세상에는 수많은 재능이 있다.
하지만 오래도록 기억되는 재능은 손에 꼽힌다.
우리는 가끔 ‘천재’라 불리는 사람을 만나고,
그 앞에서 멈칫하며 체념한다.
나도 상상한다.
“만약 내가 글쓰기에 압도적인 재능을 타고났다면?”
하지만 나는 그런 재능을 타고나지 않았다.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특별히 뛰어나진 않다.
천재는 타고나는 것이고,
노력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경계가 있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르가 모차르트 앞에서 절망했듯이, 우리 대부분은
어떤 형태로든 ‘살리에르’다.
'자존감'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내가 나를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고, 내가 나를 존중해야 남도 나를 존중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 '자존감'만으로 살아가기엔 부족하다.
'자존심'으로 흔들리는 날들이
더 많다.
그럼에도 오늘 나는,
다시 글 앞에 섰다.
자존심과 자존감 사이에서 흔들리지만, 한 줄 한 줄 쓰며
나 스스로를 확인한다.
십 년 넘게 쌓아온
글쓰기 흔적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누군가 읽지 않더라도,
내 마음과 시간을 담은 증거다.
나는 글을 통해 나를 지키고,
나를 존중하며,
조용히 세상과 연결된다.
읽히지 않는 글일지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글 한 줄 한 줄이
나의 존재를 증명하며,
언젠가 누군가에게
의미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조용히 한 줄을 쓴다.
ㅡ 초롱박철홍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