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쓰기로 돈과 명성에 배고픔을 느낀다. ㅡ

초롱초롱 박철홍의 지금도 흐른다! 822

by 초롱초롱 박철홍

초롱초롱 박철홍의 지금도 흐른다! 822

ㅡ 나는 글쓰기로 돈과 명성에 배고픔을 느낀다. ㅡ


비가 내린다.


새벽, 방 안은 고요하다.


창밖에서는 촘촘한 빗방울이 창문을 노크하듯이 두드린다.


나는 침대에 누운 채,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자판을 두드린다.


빗소리는 내 오래된 기억을 깨우듯이 자꾸 내 마음을 두드린다.


아마 마흔 즈음이었을 것이다.

TV에서는 한 문학상 시상식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무대 위 수상자는 창백한 얼굴에 맑은 목소리를 지녔다.


“이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겠습니다.”


그 짧은 말이, 그날 밤 내 가슴을 세차게 두드렸다.


그날 이후, 나는 오래 묻어둔 꿈을 꺼냈다. <불혹의 꿈>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다시 글쓰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곧 알았다.


내가 글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건 나와는 거리가 너무 먼 이야기 라는 걸.


난 그럴만한 재능이 없었다.


생활비와 통장잔고는 나를 현실로 끌어내렸고, 글은 서랍 속 깊은 곳 으로 돌아갔다.


상당한 세월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명강사 김창옥의 강연을 들었다.


“돈이 안 되는 일, 심지어 돈이 들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게 바로 지금의 나야"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래,

가장 끈질기게 해온 일.


별로 끈기없는 나였지만,

이 일만큼은 놓을 수 없었다.

아마 앞으로도 놓지 못할 것이다.

내가 숨 쉬는 한, 나는 이 스마트 폰을 들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게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지?”


60평생 동안, 나는 내가 한 일 결과를 반드시 확인하며 살아 왔다.


성과 없는 일은 실패였다.

시간만 들인 노력은 허망했다.

그런데 지금, 내 글쓰기 결과도 없다.


돈이 되는 것도 아니다.


내 이름이 알려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일까, 때로는 두렵다.


혹시 이 모든 시간과 정성이

그저 바람에 흩날리는 먼지처럼 허공에 사라지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바라는 ‘결과’란 무엇일까?


그저 문학소녀처럼, 자기만족으로만 글을 쓰는 것일까?


아니다.


나는 분명 원한다.


<돈과 명성>, 이 두 가지를.


아주 오래 전, 책 속에서 처음 세상을 배웠다.


문장 몇 줄이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힘을 갖는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다.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타고난 재능은 없다고 믿었고, 현실은 생계를 먼저 요구했다.


그래서 "문학은 취미처럼 하겠다" 고 스스로를 속이며 다른 길로 들어섰다. 먹고사는 일은 급했고, 꿈은 늘 뒤로 밀렸다.


그리고 이제, 예순이 훌쩍 넘은 지금,


<뒤로 미뤄둔 '불혹의 꿈’이 '이순의 꿈'이 되어 내 앞에 다시 놓였다.>


나는 매일 글을 쓴다.


글이 완성되고 읽어 보는 순간, 내가 살아있다는 실감이 난다.


하지만 나는 김창옥 말처럼 ‘행복한 사람’일까?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아직도 나는 글로 돈을 벌고 싶다.

이름도 얻고 싶다.


망상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노벨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상금이 제법 되는 문학상 공모에 당선되는 상상도 해본다.

그 상상으로 써 놓은 글을 거의 완성도 시켜 놓았다


어쩌면 그것이 나의 글쓰기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아직도 나는 글로 돈과 명성에 배고픔을 느끼는 사람이다.^^


아마도 나는, 이익과는 거리가 먼 일을 하면서도 그 일로부터 돈과 명성을 얻고 싶어하는, 아이러니한 모순 속에 갇힌

존재일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모순이,

오늘도 빗 소리 속에서 나를 스마트폰 앞으로 이끌어 내는 가장 강렬한 원동력인지도 모른다.


내 글이 이 빗방울처럼 스쳐 지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해도, 언젠가 오늘 같은 빗소리 속에서 내 글이 누군가 마음 깊은 곳에 잔잔히 스며들어,

나와는 아직 마주하지 못한 풍경을 함께 바라보기를 바란다.


ㅡ 초롱박철홍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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