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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환 May 18. 2020

스마트폰을 긍정에 눈으로 볼만한 이유

스마트폰을 긍정에 눈으로 볼만한 이유

우리 가족은 매일 스마트폰을 놓고 전쟁을 치른다. 어떻게든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으려 떼를 쓰는 아이와 뺏으려는 부모의 끝없는 힘겨루기가 이어진다.   

   

3월의 따뜻한 봄날. 밖은 포근한 햇살과 봄바람, 다양한 생명들로 넘쳐난다. 메마른 땅 위로 솟아나는 파란 새싹과 나뭇가지 위 한 무리 참새들의 재잘재잘 지저귐으로 떠들썩하다. 평화로운 아침에 여느 때와 달리 아이들에 인기척이 들리지 않는다. 방구석구석을 돌며, 이것저것 살펴보고 떠들 시간이기에 수상함이 더했다. 안방으로 가보니 정리되지 않은 이불이 뒤엉켜 꼬무 락 꼬무 락 거렸다. 이쯤 되면 이불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짐작된다. 살며시 다가가 이불을 들어 올리자. 역시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개울가 작은 돌 틈 사이에 숨은 가재처럼 작은 미동도 없었다. 웅크린 몸을 풀고 꽉 쥔 주먹을 펴자 아니나 다를까 스마트폰이다. 얼마나 쥐었던지 땀으로 범벅이 되어 흥건했다. 오늘도 스마트폰과의 전쟁이다.   

  

평상시 스마트폰 사용으로 생기는 말썽거리는 수두룩하다. 화면을 뚫어져라 보다 전철역 계단에 넘어지고, 사람들과 부딪치거나, 오랜 사용으로 어깨 결림, 두통, 수면장애를 겪는다. 가족의 개인화는 소통 단절을 불러오고, 언제부턴가 우리의 몸과 마음, 심지어 영혼에까지 비집고 들어와 지배한다. 눈을 뜨고, 눈을 감는 모든 일상에 가족은 없어도 스마트폰은 늘 거머리처럼 따라다닌다. 어찌 보면 우리 스스로가 스마트폰의 유혹에 노예가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때로는 일상에서 스마트폰을 긍정의 눈으로 볼만한 이유가 생긴다.

스마트폰은 나에 수행비서다. 하이 빅스비! 날씨를 물으면 예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오늘 서울시 성북구는 구름이 끼고 흐리며 최저기온이 4도, 최고기온이 13도로 예상됩니다. 미세먼지는 좋음이에요. 찬바람 불어 쌀쌀한 주말 아침 외출 시 옷차림에 유의하세요”이렇게 친절한 개인비서가 또 어디 있을까. 웬만한 업무는 스마트폰으로 뚝딱 이만한 사무실이 없다. 카톡으로 업무를 주고받고, 메일 확인과 자료 전송, 자료까지 해결한다. 별도 공간이 없어도 일할 수 있다. 때로는 비서가 되고, 전천후 멀티플레이어 직원이 되는 스마트폰은 나에 충실한 비즈니스 파트너다.   

  

아내에게 스마트폰은 우렁각시 살림꾼이다. 가족이 잠든 사이 새벽 배송으로 식구들의 먹거리를 챙기고, 필요한 생필품을 주문한다. 유튜브 영화와 드라마는 메말랐던 감성을 촉촉이 적셔준다. 육아와 가정살림으로 반복된 우울함은 둘도 없는 단짝 친구가 되어 보듬어 준다. 아내에게 스마트폰은 살림꾼이자, 소통의 대상이고, 갇힌 공간이 아닌 열린 공간을 선물한다. 아내가 웃을 수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몸과 마음의 허전함을 위로받는 스마트폰 때문일지 모른다.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옹달샘이다. 끊임없이 솟구치는 샘물은 새싹 같은 아이들을 생존하고 의지하게 만든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스마트폰과의 인연이 시작되는 포노 사피엔스 세대. 삶이자 신체 일부가 되어버린 스마트폰이 없는 일상은 상상할 수 없는 신인류. 탄생의 순간 아이는 자신을 바라보는 스마트폰의 카메라 렌즈를 보며 서로에 존재를 깨달았다. 스마트폰 세상에는 동화가 있고, 새로운 세계와 재미, 놀이를 선물한다. 아이들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삶에 스승이자 친구가 된다. 호기심으로 가득한 아이들에 마음을 아는 듯 매일 새로운 볼거리를 안겨준다. 생명수가 샘솟고 새로움을 맛보는 스마트폰 세상은 아이들에 옹달샘 친구다.   

  

이른 아침 아이들과 속초 바닷가에 바람을 쐬러 가기 위해 분주하다. 바깥 활동을 위해 날씨와 미세먼지를 확인하는 아내, 속초까지 걸리는 시간과 길을 확인하는 아빠, 하루 묵을 숙소 주인장께는 톡으로 도착시간을 알리고, 숙박비는 스마트폰뱅킹으로 깔끔하게 송금 완료. 아이들은 히히대며 연거푸 사진을 찍어 댔다. 스마트폰으로 자연과 사람을 보고, 소통하며, 가족과 추억을 담는 지금이 행복하다. 때로는 스마트폰을 긍정의 눈으로 볼만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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