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신발에 담긴 마모의 흔적
내 신발에 담긴 마모의 흔적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길모퉁이 작은 커피숍에서 40대 초반의 그를 만났다. 잠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10년간 백화점 신발 코너에서 일했다는 말에 불쑥 호기심이 발동했다.
엉뚱한 질문인데요. 여쭈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오랫동안 신발과 사람의 발을 보았을 텐데요.
신발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나요?
아 그럼요. 신발만 봐도 그 사람의 평소 걸음걸이와 건강을 알 수 있어요.
발 모양을 보면 어떤 신발을 즐겨 신는지도 압니다.
우선 신발 굽을 보면 걸음걸이를 알 수 있어요.
굽 한쪽이 넓게 닳거나 신발이 쏠리는 건 걸음걸이가 바르지 않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굽이 닳은 신발을 오래 신으면 다리도 기울고, 몸에 균형을 잡기 위해 척추도 휘기 마련입니다. 당연히 건강에도 좋을 리 없겠죠.
하이힐을 오래 신으면 발톱이 살로 파고들고, 쪼리 신발은 발가락 사이 변형을 일으킵니다. 평평한 플랫슈즈 때문에 족저 근막염이 생기기도 하고요.
사람은 보통 일 년에 250km 정도를 걷습니다. 밑창 달린 신발이 필요한 이유예요. 날카로운 것을 밟거나 부딪치더라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함인 거죠.
나쁜 신발은 너무 딱딱하거나 혹은 유연합니다.
반면에 좋은 신발은 유연하면서 살짝 단단합니다. 그래야 안정적이거든요.
신발은 사람이 걷듯 자연스러워야 해요.
그래서 좋은 신발은 발에 무리를 주지 않고 편안합니다.
물론 제일 좋은 건 맨발로 걷는 겁니다. 신체의 자연스러움 그대로 움직이는 거예요.
혹시나 약간에 압박이 느껴지면 그 신발이 우리 발에 좋지 않다는 신호랍니다.
사람들은 신발에 발을 우겨놓고는 신다 보면 괜찮겠지 하잖아요.
그것이 오히려 발을 불편하게 해요.
발을 보호하고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압박과 통증으로 힘들게 하는 겁니다.
안타까워요. 발이 편해야 몸에 무리도 없고, 건강할 텐데요.
정말 그럴 수도 있겠네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의 말을 곱씹었다. 신었던 신발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어느 부분이 얼마나 달았는지 살펴도 보고, 양말을 벗어 찬찬히 발도 들여다봤다. 건조하게 굳은 발 여기저기는 갈라져 성한 곳이 없었다. 뒤틀리고 구부러진 발가락을 보며 문득 포레스트 검프의 한 장면이 스쳤다.
“엄만 신발을 보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대요. 어디를 가는지, 어디에 갔었는지를요.”
내 신발에는 어떤 삶에 흔적들이 채워졌을까.
혹시 그 엄마가 내 신발을 보았다면
나를 어떤 사람이라 말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