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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깃밥과 솥밥, 그 사이

by 초마

"나는 오늘은 솥밥 먹을래!"


우리는 고기를 먹으러 식당에 가면 꼭 공깃밥을 주문한다.

공깃밥은 아이들을 위한 밥으로 초롱, 초콩이에게 각각 1개씩의 공깃밥이 주어진다.


남편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공깃밥을 한 그릇씩 먹이는 것을 습관 들였다. 그래서 그런지 초등 5학년인 초롱이도 식당에 고기를 먹으러 가면 무조건 공깃밥 한 그릇은 먹어야 한다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놀라운 것은 이제 초등 1학년인 초콩이는 유치원 때부터 이미 공깃밥 한 공기를 뚝딱한다는 사실이다.


아무래도 남자아이와 고기를 좋아하는 초콩이는 식당에서만 먹을 수 있는 하얀 쌀 밥에 고기 한 점 올려서 먹는 그 맛이 꿀맛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이후로, 우리 집은 거의 대부분 현미밥이거나 잡곡이 가득 섞인 밥을 먹는다. 흰쌀밥을 먹는 날은 거의 없을 정도이니, 아직 잡곡밥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은 입 안 가득 까실거리는 잡곡밥이 영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먹으니 밥 먹는 속도도 늘 오래 걸리곤 했다.


하지만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 날은 예외다.

식당에서는 고기와 밥 한 공기를 뚝딱 먹고 나면 남편과 내가 밥을 먹을 동안, 엄마 아빠의 휴대폰을 볼 수도 있으니 아이들은 식당에서 외식하는 날을 제일 좋아하다.


오늘은, 모처럼 금요일이기도 하니 초롱이가 영어학원에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미리 봐 둔 식당으로 출발했다. 우리 가족은 가끔씩 외식을 할 때 체험단으로 신청해서 외식을 하곤 한다. 오늘 방문한 곳은 그동안 열심히 블로그를 썼던 덕분일까, 체험단 신청한 사이트 내에서 나의 등급이 올라가서 제법 좋은 식당에서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그중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깃집을 찾아서 방문하기로 한 것이다.


남편은 오늘도 고기를 주문하면서 공깃밥을 주문하려고 했다.

하지만, 난 오늘은 매장에서 솥밥이 있는 것을 보았기에, 솥밥을 주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실 솥밥은 공깃밥에 비해서 가격이 3배나 비쌌지만, 오늘은 따뜻한 솥밥이 먹고 싶었다.


나는 예전부터 솥밥을 좋아했다. 아마도 엄마에게서 자연스럽게 받은 영향일 것이라 생각한다.

엄마는 내가 기억한 후부터, 식당에 가면 늘 솥밥을 주문하셨다.


"엄마, 다 먹지도 못하는데 왜 솥밥을 주문해?"


예전의 날카로운 나는 엄마에게 늘 이렇게 쏘아붙이곤 했다. 그때는 엄마에게 왜 그렇게 날 서고 못된 말만 했었는지 지금의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


"그냥, 엄마는 조그만 먹어도 맛있는 밥 먹고 싶어."


"밥이 다 밥이지 뭐!"


"아니야, 솥밥은 그냥 밥보다 훨씬 더 찰지도 맛있어! 너도 먹어봐!"


"아~ 나는 됐어! 엄마나 많이 먹어!"


그렇게 솥밥을 주문하고 반도 먹지 않고 누룽지를 먹는 엄마를 늘 타박했던 나였는데, 언제부터인가 솥밥이 주문 가능한 곳에 가면 늘 나는 솥밥을 주문하게 된다.


"초파, 솥밥이 너무 찰져서 너무 맛있어! 초파도 한 숟가락 먹어보겠오?"


오늘의 솥밥은 사실, 초콩이와 나누어 먹겠다며 주문했는데, 고기도 맛있고 밥도 맛있으니 초콩이가 혼자 밥도 다 먹고, 누룽지까지 다 긁어먹었다.


나는 그저, 엄마의 추억 속에 나의 추억을 오버랩시킨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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