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 같지 않은 니맘

by 초마

"아니 머리를 더 꼬불꼬불하게 해야지! 왜 이런 펌을 한거오?

이런 펌은 한 달이 뭐야? 2주도 안돼서 다 풀려버린다고!"



"아니, 여기 스타일 선생님이 이렇게 해주셨어! 초콩이가 뽀글뽀글은 너무 싫어하기도 하고, 일단 스타일을 같이 고르다가 요즘 초등 아이들은 쉐도우펌을 많이 한다고 해서"


"쉐도우펌은 머리가 꼬불꼬불 흘러내리는데, 초콩이는 뽀글뽀글해야지 이런 펌은 그냥 드라이한 것 아냐!"

"펌을 하러 가서 돈 아깝게 이게 뭐오!"


참으로 김 빠지는 소리였다.


오늘은 초콩이의 일로 오후 반차를 낼까 하다가 그냥 휴가를 내고 마음 편히 오전 일을 보고, 오후에는 초콩이의 머리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 펌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평일이고 오후시간이라 펌을 할 수 있었는데, 남편은 가서 할 일도 없으니 그냥 카페에서 본인의 일을 하고 있는다고 했다.


이제 초등 1학년이 된 초콩이는 이상하게 펌이 된 머리를 싫어했다. 예쁘게 펌을 하면 좋을 텐데 펌을 하면 늘 머리를 잡아당기고, 가르마펌을 해도 앞으로 다 내려서 생머리로 만들고서는 그게 제일 예쁘다면서 내 마음을 속상하게 만들곤 했다.


이번에는 몇 번의 다짐을 하고, 함께 헤어스타일을 고르고 이런 정도면 괜찮겠다고 고른 펌이 쉐도우펌 스타일이었다.


사실 약간의 웨이브가 있는 머리스타일이니, 펌이 있는 것을 싫어하는 초콩이에게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나도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펌을 하는 도중, 초콩이의 중간 사진을 남편에게 톡으로 보냈다.


"무조건 세게, 뽀글거리게 최대한"


갑자기 이런 말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미 스타일은 다 정했고, 펌을 이미 다 롤로 말아둔 상태인데, 지금 와서 무조건 뽀글거리는 펌이라니....


그러면 초콩이와 펌을 하러 간다고 할 때, 이런 머리스타일로 하라는 조언이라도 미리 말해주면 좋았을 텐데, 그런 말은 전혀 없다가 갑자기 훈수를 두기 시작했다.


"이미 다 스타일이 결정돼서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어. 그리고 초콩이도 펌을 너무 안 해서 펌이 잘 나오지 않는 머리야. 펌은 최소한 일 년에 1,2번은 해야 펌이 잘 나오는데 말야."



남편은 결혼 전 연애할 때, 그 당시 한참 인기였던 드라마였던 '꽃보다 남자'에서 주인공인 구준표 스타일로 한번 펌을 한 적이 있었다. 아마도 그 당시는 남편의 머리카락도 젊은 상태였고, 구준표 스타일의 펌은 생각보다 너무 오래갔다. 내 기억으로도 6개월은 펌이 남아있었던 것 같으니 말이다.


남편은 그 이후로 모든 펌의 기준은 그 당시의 구준표 펌이 되었다.


한번 펌을 하면 6개월씩 남아있어야 하고, 한두 달 만에 풀리면 거기는 펌을 일부러 약하게 한다는 둥, 머리를 잘 못한다는 둥 나에게 불평불만을 내뱉었다.


사실, 남편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요즘에는 그렇게 강한 약으로만 쓰지 않는데, 펌이 강하게 오래가지 않는다고 몇 번이나 말을 해도 전혀 듣지 않았다. 더욱이 우리 가족의 모두 특징인 머리카락이 얇은 사람들은 펌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몇 번이나 말을 해도 전혀 믿지 않았다.

물론 머리카락이 얇아도 펌이 잘 나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상하게 우리 가족 모두는 펌이 잘 나오지 않아서 늘 평소보다 더 오래 말고 있어야 했다.


초콩이 역시 펌을 한 지 1년이 넘었으니, 생머리 중에 완전 생머리인 상태인데, 웨이브 펌이 잘 나올 리 없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면 그래도 이전의 머리보다 훨씬 보기 좋고, 귀엽게 잘 되었다고 생각한 나였는데, 초파는 나를 보자마자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시작했다.


솔직히 기분이 너무 상했고,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펌이 잘 안 나왔다고 생각이 들어도, "펌이 좀 약하게 나왔네! 좀 더 강하게 나오는 펌을 하면 좋았을걸! 내가 같이 가서 남자 스타일을 좀 말해줄걸!"


이렇게 말하면서 몇 시간 동안 고생했다고 말 한마디면, 나도 기분이 좀 나아질 텐데 말이다.


미용실에서 오래 펌을 한다고 고생했던 초콩이도 졸리다고 하니 한방을 날린다.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한데, 뭐가 피곤하고 뭐가 졸려?"


참, 내 맘 같지 않은 니맘 덕분에 오늘은 기분이 잡채 같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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