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드야, 나를 여기로 이끌어 줘서 고마워!'

by 초마

"A님, 저 스레드는 거의 처음이나 마찬가지인데, 모임에 참여해도 될까요?"


괜히 민폐인지 아닐까 걱정이 돼서, 불쑥 참여하겠다고 DM을 보내기 전에 기획하시는 분께 여쭈었다.


요즘 핫한 관심인 스레드에서 나도 잘 써보면서 팔로워 숫자도 늘려보고 싶었고, 어떻게 하면 알고리즘을 타는지도 궁금했고, 무엇보다도 스레드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글을 써서 올려야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나는 이것저것 나의 일상을 나의 생각을 그냥 올리고 있었는데, 사실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도 궁금했던 차에 A님의 스레드에서 <당신의 스레드에 불을 지펴라!>라는 글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신청하게 되었다.


블로그도 그저 그런, 인스타도 딱히 잘하고 싶었지만, 언제부터인가 기가 막힌 영상을 올리는 분들이나 AI로 엄청난 피드를 올리는 분들을 따라갈 수 없었기에 사실 조금 시들해졌다. 주말에 다녀온 카페와 여행의 일상 등을 올리거나 읽고 있는 책을 피드에 올려야지 했지만, 주말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평일에 다 쳐내지 못했던 회사 업무를 해야 했고, 더욱이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에는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나지 않았다.


"엄마 이것 좀 할 동안, 초콩이는 수학 연산 좀 풀고 있어!"


"응, 엄마 그런데 이거 뭐야?"


"이건 이렇게 하는 거잖아!"


"응, 엄마 나 다했어! 이제 캔비온은 뭐해야 해?"


"숙제 빨리 해!"


"엄마, 숙제가 뭐야?"


이렇게 끝이 나지 않는 질문과 대답을 하다 보면, 책을 읽는 것인지 필사를 하는 것인지 혹은 글을 쓰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는 혼돈 속에 시간만 훌렁 지나가버리곤 했다.


그래서 늘 마음처럼 블로그에 서평을 꾸준히 쓰기도, 인스타에 나만의 브랜딩을 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스레드는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럴듯한 영상이 없어도 되었고, 그저 툭툭 가볍게 혹은 무겁게 이야기를 쓰기만 해도 된다고 생각했기에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역시 마음같이 쉽지는 않았다. 스레드 역시 SNS였기에 소통이 꾸준하게 이어가야 했지만, 나는 아직 그럴만한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평일 낮 시간에는 회사 업무로, 퇴근하고 나서는 육퇴를 할 때까지 틈이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더디게 느리게 나아가고 있는 나의 스레드를 어떻게 하면 화르륵 불을 지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신청을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막상 신청을 하고 나니 덜컥 겁이 났다.


'나만 이러면 어떻게 하지?'

'다른 분들은 모두 대단한 분들일지도 모르는데, 나는 할 말도 없고 할 수 있는 말도 없는데....'


이런 마음에 취소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망설이다가 결국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유달리 무슨 일이 있으면 회사에서도 일이 많아서 나의 발목을 잡곤 한다.


약속시간보다 늦게 도착해서 다들 인사를 나눌 때 혼자 뻘쭘한 채로 시작을 했고, 당연히 근처 주차장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주차장이 없어서 건물 옆에다가 주차를 하고 올라갔더니 차를 빼달라는 연락이 왔다.

한참을 돌다가 갑자기 생각난 '모두의 주차장' 어플이었다.


얼른 켜서 근처 주차장을 찾아보니, 우리가 모임을 하는 건물 바로 옆에 3시간에 5천 원이라니! 이런 놀랄만한 득템 주차장을 두고 10여분을 헤매다 돌아왔다니, 왠지 억울함이 앞섰다.


처음 만난 사람들 사이에서 모임에 지각하고, 중간에 주차로 나가고 그런 모습이라 얼마나 어설프게 보였을까 생각하니 참으로 민망했지만, 이날의 모인 8명 중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는 않으셨다 다행히도.


그렇게 본격적으로 시작된 스레드의 여행은 나에게는 모두가 새로운 충격이고 재미였다.


스레드를 언제 해야 좋을지, 게시글을 올리고 어느 정도 체류도 해야 하는지 알았고, 일단 나의 경우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찾아 나서야 하는 것도 확실하게 알았다.


모임에 참여한 다른 분들은 이미 각자의 브랜딩이 확실한 분들이 많아서 배울 점이 많았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본격적인 스레드의 수다는, 점심 이후 터진 것 같다.


기억하고 싶은 도시락은, 너무나 맛있고 건강한 메뉴도 그렇지만, 스테인리스 도시락통에 담겨 와서 일회용 쓰레기나 음식물쓰레기 걱정 없이 다시 가져가니 이보다 더 깔끔하고 좋은 도시락이 없었다.


나중에 이런 비슷한 모임을 하게 되면 꼭 필요할 것 같은 도시락이기도 했다.




확실히 도시락을 함께 먹고 나니 우리의 대화는 훨씬 더 유쾌해졌고, 깊어졌고, 흥미로워졌다. 그렇게 우리는 당초 예상했던 3시를 훌쩍 넘고, 4시까지 그리고 내가 먼저 일어선 후, 5시까지 계속되었다고 한다.


중간에 먼저 일어서서 너무나 아쉬웠지만, 이 모임에 정말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또 하나의 끈이 이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스레드가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을 알고 이어주는 것처럼, 나의 용기가 이 모임의 커뮤니티로 나를 이어주는 것 같은 시간이었다.


'스레드야, 나를 여기로 이끌어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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