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똘은 물욕이 없는 사람이잖쏘

크리스마스 선물받고싶은 사람

by 초마

월요일 회의 중에 남편에게서 카톡이 왔다.


"배뚤은 크리스마스 선물 뭐 가지고 싶은 거 있오?"


사실, 어젯밤 나의 맥시멈라이프로 인해서 다툼이 있던 터였다.


나는 노트와 펜등의 문구류를 좋아하는 편이라 예쁜 노트가 있으면 사고 싶은 마음이 들고, 펜도 굵기별로 사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몇 번을 들었다 놓았다를 하는 편이다.


요즘에는 사정상 여유가 있는 편이 아니라 문구 파는 곳에서는 항상 눈을 질끈 감고 지나가고 있지만, 사실은 나는 문구류에 대해서는 맥시멈리스트이다. 그래서 내 책상 위에는 다양한 볼펜이 있다. 색깔별로도, 펜의 종류별로 그리고 굵기별로도 몇 가지는 있는 편인데, 남편은 늘 이런 나를 보고 말한다.


'삼색 볼펜 하나면 되지 뭔 펜을 그렇게 많이 두고 쓰는 거오?"


사실 이건 성향 탓이니 남편을 뭐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고, 또한 남편도 나에게 무어라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남편은 늘 내가 이렇게 펜과 문구류에 대해서 관대하니 아이들도 부족함을 모르고 막 쓴다며 잔소리를 하곤 했다.


어젯밤, 모두가 피곤하고 예민한 일요일 저녁이었고, 나는 운동 후에 먼저 들어와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무언가에 또 심술이 난 건지 모르겠지만, 남편은 갑자기 책상 위에 쌓아져 있는 나의 책들과 노트를 보더니 갑자기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책상 위가 지저분하게 다 쌓여 있으면서, 애들한테 책상 정리하라고 하면 애들이 하겠어???

다 가져다가 통째로 버려!!"


사실, 책상 위에는 블로그 포스팅을 하려다가 미루고 미룬 것들이 쌓여가고 있었다. 나도 조만간 정리를 하고, 몇 년 전 여행 갔을 때 쓰지 못했던 포스팅 내용은 그냥 버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차 싶었다.


'아, 또 시작인 건가..'


남편은 이번에는 말로만 하지 않고 내가 상자에 넘치도록 담아놓은 블로그포스팅거리들을 다 바닥에 내려놓으면서 한마디 거들었다.


"쓸데없는 거 다 버려!, 정리한다고 또 컴퓨터방 안에 쌓아둘 생각하지 말고 다 버려!"


내 안의 목소리를 남편이 듣기라도 한 것일까? 내 맘을 너무 정확하게 알아버린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전에 얼른 이 상황을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충 정리하면서 아깝지만 지난 여행의 추억들은 다 버려야 했다. 그것들을 또 남겨두면 잔소리가 나올 것이 뻔하기에, 아쉽지만 여행 책자들은 큰 맘을 먹고 재활용 박스 안으로 쏟아부었다. 그러고 나서 아이들을 씻기고 나서 얼른 재우려고 방으로 가서 누웠다.


밖에서는 여전히 뭔가를 내려놓고 정리하는 듯한 소리가 들려서, 아이들이 빨리 잠들기만을 바랬다.


밖에 나오니 남편은 책장을 정리하고 있었고, 책장 아래 있던 초콩이의 장난감들은 다 버리라면서 한쪽으로 몰아놓아져 있었다.


나도 나와서 책을 정리하고 장난감들은 과감하게 버렸다. 아이들이 어쩌다가 눈에 보이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다 둘 정도로 집이 크지도 않을뿐더러, 그렇게 노는 장난감들은 금세 흥미를 잃어서 또 일 년 동안은 먼지만 수북이 쌓일 것이기 때문이다.


한참을 정리하고 나서, 남편의 얼굴을 보니 아까와는 달리 기분이 좀 나아진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기분 전환 겸 OTT 드라마를 한 편 보고 잠이 들었다.





출근 후 회사에서 오전 내내 회의를 하는 도중, 갑자기 남편에게서 톡이 왔다.


"배똘은 크리스마스 선물 뭐 가지고 싶은 거 있오?"


어떤 것을 사달라고 해야 하나, 어제 나에게 또 막 버리라고 한 게 마음에 걸려서 그런 건가 싶은 마음에 혼자 김칫국을 마시기 시작했다.


어떤 것을 사달라고 할까 고민하다가, 일단 예상 금액이라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남편은 구직 중이고, 수중에 비상금이라고 해도 얼마나 있을지 모르는데 금액에 맞추어 선물을 골라볼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남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어이없을 뿐 아니라 머리까지 띵 하게 만들었다.


"특별히 필요한 거 없잔쏘?"


그러면 왜 물어본 거지? 순간 나에게 장난하나 하는 욱한 마음이 들어지만, 또 싸움으로 가고 싶지는 않았기에 내 표정과 가장 닮은 표정의 이모티콘을 보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남편이 보는, 아니 보고 싶은 나의 모습을...


남편은 물욕이 없는 나를 원하는 가보다.


"그런데, 남편, 미안해! 이번 생에서는 그 부탁 아니 모습은 못 보여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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