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나에게 다정해질 거예요!

by 초마


"자문자답 나의 1년"


1년을 되돌아본다는 것은 나에게는 참 힘든 한 해였다.

나의 지인이자 광교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하시는 다람님이 오픈한 자문자답 나의 1년을 함께 이야기 나누자는 글을 보고 선뜻 신청하지 못했었다. 사실 다시 힘든 기억을 끄집어내기 싫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함께 글을 쓰는 모임에서 이곳에 함께 가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나의 글자매들이 모두 모인다고 하기에 망설이다가 나도 신청을 했다. 나의 1년을 뒤돌아 보기에 좋겠지만, 사실 다가올 1년에 더 의미를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은 지나갔고, 드디어 만나기로 한 날이 되었다.


이곳은 집에서 가까운 곳이라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고, 먼저 도착해서 다과를 준비 중이셨던 다람님과 잠시 인사를 나누었다.

언제 방문해도 따뜻함이 넘치는 책방인에게 곧 나의 긴장감이 나도 모르게 풀어지게 되는 것 같았다. 마치 나의 마음의 빗장을 풀어버리게 되는 곳이다.


시간이 되자 한 명 두 명 모임에 함께 하기로 한 나의 지인들, 그리고 다른 독서모임에서 이름만 알고 있었던 분들까지 모두 6명이 모였다.


가벼운 인사와 자기소개를 하고 나서 우리는 각자의 나의 1년에 최대한 기억을 많이 적어보기로 했다.



Q. 올해를 생각하면 어떤 경험들이 떠오르나요?


솔직히 나의 올해는 설레면서 시작했던 처음과는 달리 3월부터 삐걱거리는 일들이 생겼었다.


초콩이의 추행사건, 남편의 갑작스러운 퇴사는 생각하기만 해도 눈물이 날 것만 같은 기억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이어지는 또 하나의 선으로 나는 위기를 기회로라는 생각의 바뀜을 느꼈다.


초콩이 사건은 억지스럽게 말도 안 되게 끝날 수 있었지만, 지인의 도움으로 그 할아버지에게는 엄중한 처벌을, 초콩이에게는 마음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기에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다. 또한 남편의 퇴사 역시 경제적으로는 큰 부담이 생기는 일이었지만, 방학에 아이들의 식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 남편에게 잠시의 쉼을 주면서 또 다른 도전을 위한 공부, 그리고 배움의 기회가 생긴 것으로 마음을 먹었더니 내 마음에서도 불안하거나 괴로움보다는 희망이 생기는 것 같았다.


또한 이 모든 힘듦을 견디게 해 준 것은 바로 글쓰기였다. 그 시간 동안의 정신적인 어려움과 힘듦을 견디어 내려고 매일 일기를 쓰듯이 글을 써왔더니 어느새 브런치 에세이크리에이터가 되었다. 그리고 스레드를 시작하면서 정말 많은 새로운 인연이 생겼다.


지금 적은 것들 이외에도 많은 기록의 작성, 책들을 읽고 쓰면서 그만큼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음을 느꼈던 한 해였다.


나의 이야기를 함과 동시에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치 나의 이야기인양 공감하게 되었고, 함께 웃게 되었고, 응원하고 위로하는 우리를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당초 약속했던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이 우리는 올해의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시간 속에서 버릴 것과 남겨야 할 것, 그리고 앞으로 내가 노력해야 할 것들을 알게 된 것 같았다. 혼자서라면 올 한 해 힘들기만 했던 기억에 우울해졌을 것 같았지만,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분위기가 반전됨을 보고 다시 한번 함께의 힘을 알게 되었던 시간이다.


Q. 나의 내년을 생각할 때, 어떤 경험들로 채워져 있길 바라나요?


나의 내년은 어떨까? 어떤 모습이면 좋을까? 한참을 고민하게 되었다. 이상하게 올해의 힘든 것들은 금세 적어 내려 갈 수 있었는데, 내년의 내 모습은 바로바로 써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첫 시작은 여행이었다. 나의 2026년 첫 목표는 초롱이와의 첫 단둘이 해외여행계획이었다. 이번 겨울방학에 둘이서만 일본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또 이렇게 생각만 하다가 어느새 시간이 지나가 버려서 다음 연휴, 여름방학, 또 추석연휴 그리고 겨울방학처럼 일 년이 지나가 버리게 될지도 몰라서 모두에게 제일 먼저 꼭 이루고 싶은 계획으로 초롱이와의 단둘이 해외여행을 꼽았다.


그리고서는 이제까지 해 왔던 것들을 조금 더 나아가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들이었다.

책을 100권 읽는 것뿐 아니라, 독서기록까지 마무리하는 것, 글쓰기는 그냥 쓰는 것이 아니라, 스레드에서 팔로우 1만까지 만들어 보는 것, 건강은 운동이라고만 하지 않고, 마라톤 10Km에 도전해 보는 것 등을 하나씩 적기 시작하니 나의 2026년은 또 다른 도전으로 가득 찬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내년은,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을 건넸다.


나를 아는 글자매들은 더 이상 다정하지 말라며, 이제는 나에게 스스로 다정해지라고 너도나도 만류하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울컥하고 말았다. 그동안의 힘듦과 어려움 속에도 나를 지키게 만들어준 지인들이기에 내가 어떤 마음이었을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을 안다.


생각해 보면 나는 나에게 다정하지 않았다. 힘든 일이나 어려운 일이 있어도 혼자서 해왔다. 내가 선택한 결정에 후회하고 싶지 않았고, 그 결정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나의 힘듦을 나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늘 잠을 자도 피곤했고,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늘 긴장하며 지냈던 일 년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나는 다정할 수 없었다. 이런 나에게 스스로에게 다정해지라니. 그 말을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울컥 쏟아질 뻔했다. 그리고 감사했다. 부끄럽지만 나의 힘든 일 년을 들어 주고, 그 짐을 나누어 다 털어버려 준 나의 고마운 분들에게...


그리고 나오면서 다짐했다.

나는 내년에 나에게 다정해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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