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마 Oct 05. 2024

두 번째 젤네일 실종사건, 젤네일이 쏘아 올린 공

배부장의 육아일기

"초롱아, 이번에는 젤네일 색 바른 것도 모르게 하자!"


초롱이의 손톱을 안 뜯게 하려고 젤네일을 했는데, 나름 튀지 않는 색으로 한드는 것이 더 눈에 띄었다.

직접 고른 아이보리색 컬러와 아직 작은 초롱이의 손톱은 나와는 달리 위로 톡 튀어 오르게 되었기에 손톱 위에 뭔가를 붙였다는 것을 누가 보더라도 바로 알 수 있었다.


나는 손톱을 뜯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에만 빠져서 정작 큰 것은 보지 못한 것이다.


바로, 초롱이가 정말 싫어한다는 것을 말이다.






생각해 보면 초롱이는 처음부터 기회를 달라고 했었다.

자기가 한 달 동안 안 뜯어볼 테니, 이제는 정말 젤네일은 안 하고 싶다고도 했다.


나는 그것을 그냥 귓등으로 듣고 흘려 넘겼었다.


"아니, 무조건 해야지! 네가 이번에 손톱이 다 자라고 나면, 그때 엄마가 믿을게!

일단 젤네일을 하고 나서 1달간은 지켜보자!"


그렇게 억지로 다시 젤네일 예약을 하고 방문했다.


이번에는 사정을 이야기하고, 누가 봐도 티가 안나는 색으로 골랐다.

내가 보기에 이번에 고른 색은 눈에 뜨지도 않았으며, 반짝이는 젤네일이 손톱을 더 건강하게 보이게 하는 것 같았다.


이것은 순전히 나의 시각에서 본 것이기에 초롱이도 무조건 좋아하고, 이번에는 꼭 고쳐야 한다는 마음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젤네일을 해 주시는 매니저님들도 초롱이에게 각자 자기의 경험담을 이야기해 주었다.


"초롱아, 언니도 예전에 손톱을 뜯곤 했어. 아마 초롱이 나이쯤이었던 것 같아.

그런데, 친구들 손톱보다 너무 안 예쁘니까 속상하더라고. 그래서 손톱을 예쁘게 하고 싶어서 안 뜯기로 마음먹었었지! 지금은 어때? 언니 손톱 예쁘지?"


"초롱아, 언니는 어릴 때 손톱을 뜯어서 엄마가 손톱에 정말 쓴 약을 발라주었어. 그래서 생각 없이 손톱을 뜯으려고 하다가 그 쓴 맛을 맛보고서는 으! 지금 생각해도 너무 끔찍한 맛이었어!!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절대 손톱을 뜯고 싶지 않더라고!"


이렇게 너도 나도 초롱이의 손톱 뜯는 것을 고치려고 자신의 경험담과 격려를 해주는 사이, 초롱이의 표정도 조금은 밝아진 듯했다.


그렇게 믿고 집으로 돌아오고, 오는 내내 차 안에서도 우리는 정말 예쁘다를 연일 반복했다.


아마도 나는 이번엔 제발 오래오래 이 젤네일이 떨어지는 일이 없길 바랐던 것 같다.



그리고, 사건은 그다음 날 일어났다.





"엄마! 누나 손톱 다 뜯었어!"


이건 또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인가!


그날은 남편과 같은 교육을 신청해서 함께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이었다.


남편은 초롱이가 젤네일을 뜯었다는 말에 불같이 화를 내며 나에게 그동안 마음에 쌓아두었던 초롱이 육아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같이 따지면서 싸우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미 흥분해서 화를 내고 있는 남편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해 본들 귀에 들어가지도 않을 것이고, 이 모든 것을 왜 전부 나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인지 서운하고 억울했다.


어색한 분위기에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아 버렸다.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들도 평소와는 다른 냉랭한 집안 분위기를 눈치채고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숙제를 하고 차려준 밥을 재빠르게 먹었다.


"초롱이, 왜 뜯었어?"


"엄마, 영어학원에서 그냥 손톱을 책상에 톡톡 치기만 했는데, 뚝 떨어졌어!

그렇게 하나 둘 하다 보니 재미있어서 했는데, 갑자기 엄마에게 엄청 혼나겠다고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내가 다시 붙이려고 했는데 그게 안 붙었어! 꾹 눌러도 안 붙어서 테이프로 붙이려고 했는데 그것도 잘 안됐어! 엄마 정말 미안해!!"


이미 남편과의 싸움, 아니 일방적으로 폭탄 같은 소리를 들은 나는 초롱이에게 그 어떤 말도 할 기력이 없었다.


"반성문 써와. 그리고 앞으론 엄마가 어떻게 해야 할지 엄마도 잘 모르겠어....

엄마는 초롱이가 손톱 안 뜯게 하려고 이런저런 방법을 찾아보고 해 보는데, 초롱이는 손톱 안 뜯으려는 의지도 없는 것 같고, 그냥 귀찮고 친구들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것들은 초롱이 스스로 다 없애 버리잖아.

그런데 정작 손톱을 뜯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 거야?

친구들 손톱은 길고 예쁜데, 손톱이 이제 손 끝으로 파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이런 손은 초롱이는 괜찮은 거야?"






그렇게 말하고 난 후 초롱이가 써 온 반성문은 나를 또 한 번 눈물짓게 했다. 마음이 아팠기도 했지만, 초롱이의 반성문은 울다 웃게 만드는 마법의 반성문이었던 것이다. 나의 마음을 누그러뜨리게 했던 것은 반성문이지만 에세이처럼 글을 시작한 초롱이의 서두였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 '젤네일 네일 아트는 안뜯고 꼭 제 손톱에 달라붙게 하겠습니다.' 이 부분은 읽으면서 사실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았다. 

마지막 부분 손그림에서 '다 뜯음', '여기 뜯음' '안뜯음' 이 부분은 생각지도 못했던 그림이라 지금도 기분이 우울할 때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초롱이의 반성문 사진이다.






지금, 초롱이는 젤네일을 바르지 않지만 나는 또 다른 방법으로 초롱이의 손톱을 안 뜯게 하고 있다.



손톱을 뜯는 것은 고치기 어려운 나쁜 습관이지만, 자기 자신의 의지력의 싸움이라고도 생각한다.

내가 참아낼 수 있는 것! 이 작은 것부터 해 내 본다면, 나중에 더 힘든 것이 닥쳐와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에 꼭 고쳐주고 싶은 습관인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독감도 코로나도 아니라고요? 두번째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