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마 Jul 15. 2024

손톱 뜯는 초롱이에게 젤네일은


"엄마, 잘못했어요! 이제는 안그럴께요!"



늘 알면서도 다시 속아주는 나의 모습이다. 하지만 늘 믿어주고 싶고, 기대하는 내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제 초등학교4학년인 초롱이가 유치원에 다니던 6살 때쯤부터였을까, 친구를 따라서 뜯기 시작했던 손톱 뜯는 것과의 전쟁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아마도 6살의 초롱이는 친구를 따라서 손톱을 뜯었는데, 그것이 자기도 모르게 습관이 되었을 것이다.


매일 밤 자기 전, 손톱 검사를 하면서 엄청 큰 왕주사를 손톱에 놓아야 한다는 둥 병원에 가서 수술을 해야 한다는 둥 6살의 초롱이가 듣기에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로 손톱 뜯는 습관을 고치려고 했었지만, 쉽지 않았다.

이미 조금씩 습관이 되어버린 초롱이에게 자기도 모르게 손이 올라가서 뜯는 것을 고치는 것은 너무 어려웠다.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코로나가 터졌고, 밥과 간식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유치원 생활 내내 마스크를 써야 했기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고 고칠 수 있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초롱이는 손톱을 물어뜯으려면 마스크를 아래로 내려야만 했기에 그렇게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유치원 선생님들도 초롱이의 이런 습관을 함께 고쳐주시려고 매의 눈으로 로 초롱이를 지켜보았을 것이다.


그렇게 초롱이는 한동안 예쁜 손톱을 유지했다.


4살 동생인 초콩이가 손톱을 뜯기 시작한 대략 2년 정도 전까지는 말이다.






초콩이도 누나와 비슷한 시기인 6살 쯤부터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정확하게는 누나였던 초롱이보다 상황이 더 심각했다. 초콩이는 손톱만을 뜯는 것이 아니라 손톱 양 옆의 살 부분까지 물어뜯었기 때문이다.



'초콩아, 손톱 왜 뜯었어! 손톱 입으로 물어뜯으면 세균이 초콩이 뱃속으로 들어가서 아프게 돼!

그럼 초콩이 좋아하는 워터파크도 못 가는데 괜찮겠어?'


'초콩이! 너 자꾸 뜯으면 병원에 가서 주사 맞을 거야! 손톱 밑에 이만한 주삿바늘 넣어서 맞아야 해! 그렇게 하고 싶어??'



나는 4년 전 초롱이에게 했던 말을 거의 그대로 반복하면서 이제 마스크도 쓰지 않는데, 초콩이의 손톱 물어뜯는 버릇이 어떻게 고쳐질까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초콩이는 몇 번 혼내지도 않았는데, 한 두 달 만에 손톱 물어뜯는 버릇을 완전히 고쳤다.


누나처럼 초콩이를 무섭게 하는 말은 전혀 효과가 없었고, 초콩이에겐 다이소 쿠폰 발행이 효과를 보았다.



'초콩이! 매 번 일요일 저녁에 목욕하고 손톱 자를 거야! 아빠가 손톱깎이로 손톱 5번 자를 때마다 다이소 쿠폰 줄 거야! 그리고 연속으로 5번 하면 장난감도 사줄 거야!'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초콩이에게는 다이소 쿠폰이 엄청난 효과를 보았다.


그렇게 2년이 지난 지금도 초콩이는 예쁜 손톱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초콩이 누나 초롱이다.






초콩이가 손톱 뜯는  것을 보고 혼나는 것을 보면서 갑자기 초콩이를 따라서 손톱을 다시 물어뜯기 시작했다.


10살의 초롱이에게는 영어학원의 숙제도 스트레스였을 수 있고, 마음껏 책을 보고 싶지만, 천천히 읽으라는 엄마 아빠도 스트레스였을 수 있다. 어떤 이유로인지 다시 시작된 손톱 물어뜯는 것이 예전과는 달리 전혀 고쳐지지 않았다.



두 번째의 손톱 물어뜯는 것으로 업그레이드된 초롱이는 입으로 뜯는 것이 아니라, 엄지손톱으로 다른 손톱을 뜯는 기술을 터득했다. 입으로 가져가서 뜯는 것이 아니니 아마도 학원 이동 중인 차량 혹은 수업 중에서도 뜯는 것일 것이리라.


이미 손톱 밑에 놓는 주사라는 것은 없고, 손톱수술도 없다는 것을 알만한 초등학교 4학년 초롱이에게는 예전의 협박에 전혀 무서워하지도 않았고, 단지 무서운 것은 손톱 검사를 할 때, 그때뿐이었다.

아빠의 무서운 호통도 그 순간이 지나면 된다는 것을 눈치로 알고 있을 나이였다.


"아빠, 다시는 안그럴꼐요! 이제 정말 손톱 안 뜯을 거예요!"


"엄마, 초롱이의 몸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손톱 뜯어서 세균이 몸 안으로 안 들어오게 할게요!"


다양한 목표와 말로 매주일의 위기 아닌 위기를 넘긴 초롱이는 또다시 다짐을 하는 약속을 한다.

하지만 번번이 지키지 못하는 약속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초롱이에게 젤네일을 시켜 주었다.


남편은 그냥 매니큐어를 사서 발라주면 될 것을 네일숍에 가서 젤네일을 바르게 한다고 한소리를 하였지만, 사실 젤네일은 입은 물론이고 손톱으로 뜯으래야 뜯을 수가 없기 때문에, 내가 생각한 최고의 방법이었다.


그리고 이 방법은 제법 효과가 있었다. 손톱 끝이 뜯어서 울퉁불퉁한 초롱이는 네일스티커 붙이는 것도 질색팔색 했지만, 젤네일을 한번 하고 나니 매끈해진 손톱을 만지는 것이 기분이 좋았고, 자기 손톱도 예뻐질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좋아했다.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좋지만, 자기도 모르는 습관이 되어 버린 초롱이이게, 무조건 하지 말라고 강요만 하는 것도 방법이 아닌 것 같아서 생각한 것이 젤네일 치료였다. 관리숍에서는 손톱뿐만 아니라 주변도 깔끔하게 정리를 해주니 뜯으래야 뜯을 수 없게 해 주니 더욱 좋았다.


제법 오랫동안 젤네일은 떨어지지 않았고, 초롱이도 한동안은 젤네일이 떨어지고 나서도 손톱을 물어뜯지 않았다. 잠시동안은 말이다. 하지만 아직은 손톱 뜯는 습관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제 두 번째 젤네일 치료를 다시 하러 가야 할 것 같다.


"엄마, 이제 정말 손톱 안 뜯고, 예쁜 손톱 자라게 할 거예요!!!"







작가의 이전글 갑자기 걸려온 전화, 그리고 늘 나는 후회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