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장의 육아일기
"엄마! 엄마는 이제 하루에 20번만 부를 수 있어!"
평일 저녁이면 우리 집은 늘 정신이 업다.
초롱이가 고학년이 될수록 이제 좀 한숨 돌리겠거니 생각했던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일단, 초콩이의 태권도에서의 하원부터가 육아출근 시작이다.
내가 초콩이보다 조금 늦게 집으로 들어서게 되는 날이면 무조건 전화기에서 홈 CCTV를 켜고 대기해야 한다. 현관문에서 "입실" 알람이 뜨면 바로 마이크를 켜고 소리친다.
"초콩아! 엄마 다 왔어!! 이제 주차장이야 주차장!!!"
"엄마, 빨리 와, 그런데 내가 전화할 테니까 받아!"
그렇게 내가 집으로 도착할 때까지 나는 초콩이와 쭈욱 전화를 해야 한다. 초콩이의 마음이 안심이 될 쯔음,
"엄마, 나 이제 TV 보고 있을께!"
그리고 나면 나도 이제 조금 안심을 하고 현관문을 들어선다.
이때쯤이면 보통 영어학원에서 돌아오는 초롱이를 만나곤 한다. 초롱이는 나를 보자마자 반갑게 말을 건넨다.
"엄마, 나 배고파, 오늘 저녁 뭐야???? 나 빨리 먹고 싶어! 배고파!!"
요즘 들어 둘 다 저녁에 하원해서 나를 보고선 인사라고는 없다. 첫마디는 무조건 '배고파'다.
이제 초롱이의 배탈이 조금 가라앉은 것인지 걱정이 들 되기도 하지만, 또 언제 배 아프다고 할지 모르니 늘 완전히 안심해서는 안된다.
저녁으로는 초파와 대충 정해놓은 것이 있으니, 내가 후다닥 할 수 있는 것들은 먼저 해서 아이들 밥을 챙겨주고, 나는 초파를 마중 나간다.
초파는 허리디스크가 있어서 겨울 길에 미끄러운 빙판길을 걷다 보면 삐끗할 경우, 또 허리통증이 생기기라도 하면 나에게 너무 힘든 일이다. 그래서 후다닥 초파를 근처 지하철역으로 다시 마중 나가고 있다.
사실 이 시간이 초파와 둘이서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해서, 나는 이 시간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낮에 통화를 하거나 톡으로 이야기를 해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퇴근길에 이야기하는 것은 또 다른 것 같다. 뭔가 서로 간에 소통도 그렇고 공감도 잘 되는 것 같아서 우리는 이 시간에 자주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렇게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이젠 아이들의 숙제를 봐주는 시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나는 초등 4학년이 되면 스스로 숙제는 알아서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정말이지 나의 큰 실수였다.
생각해 보면, 나는 어릴 때 내가 스스로 숙제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엄마가 시켜서였을 수도 있고, 지금처럼 숙제가 많지 않아서 문제집과 학습지정도를 하기만 하면 되었던 것은 아니었나 싶다.
초롱이는 영어학원 숙제, 새로 다니기 시작한 학원숙제부터, 내가 준비한 엄마표 문제집 등을 매일 정해놓고 풀고 있다. 그래서 이것들이 요일마다 바뀌는 것이 아니기에 숙제해!라고 하면 당연히 그것들을 세트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초롱이는 매일 밤 물어본다.
"엄마 뭐 해?"
그러면 다시 가서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한다. 초파는 초롱이가 수십 번 부르는 엄마 소리에 참다 참다 버럭 할 때가 있지만, 난 초파에게 참으라고 말하고서는 초롱이의 표정과 책상을 보고선 내가 버럭 할 때가 더 많다.
그렇게 아이들은 여기까지만 해도 엄마를 수백 번은 부르는 것 같다.
하지만, 본격적인 엄마는 지금부터다.
"초롱이 숙제해! 이거 이거 여기까지 다..."
"초콩이 도 영어 오르다 하나 듣고, 기적의 시리즈 다 해!"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도 책을 좀 보려고 책상에 앉거나 하면, 엉덩이가 닿기도 전에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 이거 모르겠어!"
"엄마, 이거 여기까지 해야 해?"
"엄마, 나 오늘은 이거 안 하면 안 돼?"
"엄마, 엄마랑 같이 앉아서 하고 싶어!"
"엄마, 나 기적의 계산법은 할머니집에서 다 했는데 또 해야 해? 아직 엘리하이에서 안 열렸어!"
"엄마, 나 게임하고 싶어!"
한 질문에 대답도 하기 전에 다른 질문들이 수도 없이 쏟아진다.
요즘 읽는 육아서에서 화내지 않는 것을 반성했기에, 일단 참고 초롱이에게 먼저 간다.
사실 그게 빠른 엄마 해결일 것 같아서이다.
"초롱이 뭐!
이거 모르면 학원 선생님에게 물어보고, 문제를 다시 잘 읽어, 문제를 읽어보지도 않고 그냥 모른다고 하지 말고!"
"그리고 이거 여기까지 맞아! 매일 2장씩 알잖아!"
"오늘 이거 안 하면 안 돼! 그거 하는데 10분도 안 걸리잖아!"
늘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지만, 그래도 초롱이는 빨리 뭔가를 끝내고, 요즘 빠져 있는 3D펜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나는 사실 살짝 봐주고 싶은 것도 있지만, 남편은 절대 플렉시블 하지 않는다.
무조건 해야 하는 스타일이라 초롱이는 가끔 아빠의 억지 고집에 울 때가 많다.
"초콩이는 엄마랑 같이 해볼까? 구구단 하나도 안 어려워! 어제 운동하면서 엄마랑 4단 해봤지? 모르면 다시 한번 해보면 되지!!! 4*5는 뭐지?"
"4*5는 20"
"맞아, 그럼 4*6은? 기억이 안 나면 4단이니까 4를 더하면 되지! 20에 4를 더하면?"
"24!!!!"
그렇게 아이들과 저녁시간이 후다다닥 순식간에 지나간다.
사실 나도 저녁에 퇴근하고 아이들이 각자 공부하는 시간에 나도 책을 읽고, 필사를 하고 때로는 글을 쓰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매일 퇴근길에..
내 생각에 아이들은 이미 내가 1년 동안 습관 아닌 습관은 들여놓았다고 생각을 했기에, 숙제하면 세트처럼 척척 하는 것이라 생각을 했는데, 그것은 아직 나만의 꿈이었다고 생각하니 참 멀게만 느껴진다.
자기주도학습을 미리 연습시킨다고 나도 채 하지 않았던 매일의 스케줄표를 만들어서 오늘 할 것들을 정리하고, 계획을 세워서 문제집을 푸는 것을 같이 했었는데, 결국엔 극성인 엄마인 것처럼 나 혼자 초롱이를 안달복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또 즐겁게 잘 따라와 주는 초롱이를 생각하며,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초롱하우스에 배선생을 들이십시오."
부족하겠지만, 하나하나 해보면서 아니다 싶으면 바꿔가는 우리는 앞으로 길고 긴 싸움에 최고의 파트너가 되겠지?
"초롱아, 그리고 이제 초등 1학년이 되는 초콩아!
항상 즐겁고 재미있게 공부하는 초롱 초콩이가 엄마는 너무 대견해!
그리고
이제 엄마는 그만 부르자!! 제발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