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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마 Oct 14. 2023

로또보다 더 힘든 유치원 추첨

“111번 안 계십니까? 안 계시면 다름 번호 추첨 하겠습니다”


“초파! 얼른 안 나가고 뭐 하는 거오? 여기, 여기 있어요!!!!”


  분명히 어린아이들이 없다고 했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둘러보기만 해도 초롱이 또래 아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하기에, 초롱이가 다닐 유치원은 내가 선택해서 보낼 수 있겠다고 혼자만의 착각의 숲에 빠졌다. 정말 운이 좋게 좋은 원장님을 만났고, 유치원 역시 어렵지 않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나의 착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언니, 유치원은 미리 알아본 거야?”


나의 육아 선배인 동생이 10월의 어느 날 나에게 무심코 물어보았다.


“아니? 유치원 입학은 3월인데 벌써 뭘 알아봐야 해?”


  동생은 나의 대답에 화들짝 놀라면서, 지금 빨리 미리 알아보지 않으면 초롱이가 다닐 유치원이 없다고, 그러면 회사는 어떻게 다닐 거냐는 당황스러운 소리를 했다.


  우선 조카들이 다녔던 시립어린이집에 입소대기부터 신청했다. 조카들이 다녔던 시립어린이집은 오전 7시부터 밤 9시까지 아이들을 보육해 주기는 했지만, 차량 윤행이 되지 않는 곳이었다. 하지만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니었기에 우선 입소대기 신청을 했다.


“앗싸, 대기 20번!”


  대기 20번이기에 당연히 다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나의 착각이었다. 사실, 이 시립 어린이집은 초롱이가 7살이 되었을 때, 입소가 가능하다고 연락이 왔다.




  동생이 내 일처럼 알아봐 준 덕분에 집 근처의 두 거개의 유치원 설명회에 늦지 않게 참석하게 되었다. 우선 조카들이 잠시 다녔던 A유치원 설명회에 참석해 보니, 유치원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들을 알 수 있었다. 유치원 설명회는 아이들의 주중 활동부터 월별행사 등을 머릿속에 쉽게 정리하기 좋았다. 만약 내가 원했던 B 유치원 추첨에 뽑히지 않았다면 자연스레 A 유치원으로 보내게 되었을 것이다.  A 유치원은 미리 입소 대기를 등록한 덕분에, 설명회를 나오면서 초롱이는 유치원 입학이 가능하다는 확정을 받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의 마음은 이미 B 유치원으로 이미 기울어져 있었기에, B 유치원에서의 추첨 날 만을 기다렸다.


  그 당시만 해도 유치원은 추첨을 통해서 입학할 수 있었다. 그 작은 공 하나가 아직까지도 나에게 큰 자부심을 줄 수 있을 줄은 그때는 몰랐었다.


  B유치원은 사립유치원이었고, 유치원에 들어서면서부터 ‘아, 여기에 다니면 좋겠다’ 고 생각했다. 독립된 건물도 좋았지만, 입구를 들어서면서부터 햇살이 내리쬐는 교실, 모두 웃고 계신 선생님들 얼굴에서 가식이 없는 미소가 좋았다. 다른 유치원에서는 없는 다양한 프로그램들도 많았고, 가장 중요한 유치원 교육비도 다른 유치원들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미술을 잘 못하는 나는 미술이 특화된 유치원이라는 말도 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러기에 지역맘 카페에서는 대기가 300번이다, 추첨에서 되면 로또다라는 말들이 속속 올라왔다. 나도 B유치원 재원생의 엄마들의 자랑이 섞인 댓글 들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초콩이의 예정일이 1월이었기에 B유치원 추첨이 진행되던 12월은 내가 만삭이었다. 예정일이 1월 초였고, 12월에는 절대 낳고 싶지 않았기에 최대한 무리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나는 이미 눈길을 뛰어가고 있었다. 초파가 먼저 달려가서 받은 번호가 111번, 나는 113번을 받았다. 드디어 추첨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재원생 동생이 우선 입학이었기에 신입생은 생각보다 많은 인원을 뽑지는 않았다. 그 당시 경쟁률은 내 기억엔 거의 100대 1인 수준이었다.




  드디어 추첨이 시작되었다. 혹시나 하는 기대를 걸고 있었지만, 내 번호는 불리지 않았다. 어느덧 추첨 번호가 몇 개 남지 않았고, 내 눈앞에는 추첨에 뽑혀서 환호성을 지르고 있는 예비 학부모들만이 보였다. ‘나도 그 사람들과 함께 환호성을 지르고 싶다.’라는 생각과 그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내 마음속에서는 이미 ‘어쩔 수 없이 B유치원으로 보내야 하나.’라는 마음에 들어 기분이 울적해졌다. 그때였다.


“111번 계십니까?”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111번? 가만, 나는 113번인데, 111번은 초파인데 왜 가만히 있지? 초파는 만삭인 나를 대신해서 추첨장 안에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얼른 손을 들지 않고 멍하니 바닥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급해졌다. 111번이 자리에 없으면 다음 번호로 넘어간다는 원장님의 말씀에 나도 모르게 “여기 있어요!!!”를 큰 소리로 외침과 동시에 초파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111번 여기 있어요!!”


  그렇게 우리는 기적적으로 로또보다도 당첨되기 힘들다는 B유치원에 합격했다.


  내가 대학 입학했을 때 보다도 더 기쁘고 눈물이 났던 것은 왜였을까? 아마도 워킹맘이었던 내가 초롱이에게 더 좋은 환경에서 유치원 생활을 경험하게 해 주고 싶었던 바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집에서 좋은 원장님을 만난 것부터 원하던 유치원에 합격까지 모두 초롱이가 가지고 있던 행운이 이어지고 있다. 내 간절한 바람이 조금씩 이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3년 동안 초롱이는 유치원에 유치원에 친구들보다 한 시간 이상 먼저 등원을 했고, 선생님들과의 시간을 더 많이 보내면서 사랑을 듬뿍 받는 수줍은 꼬마 숙녀로 자랐다. B유치원은 기대 이상으로 너무 좋았고, 다니는 내내 너무 만족했다. 유치원 행사와 활동은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기에, 나는 초롱이가 유치원에 계속 다닐수록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초롱이는 B유치원에 다녀요, 여기 정말 너무 좋아요!”를 자랑스레 얘기하는 나를 보면서 초파는 언제나 자신이 뽑은 황금손으로 엄지 척을 보낸다.


“111번을 뽑은 손은 바로 이 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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