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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때는 무거웠지만, 올 때는 가벼운 발걸음

by 초마

둘째 초콩이를 낳고 나서 회사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유방암이 나의 생활을 한번 바꾸었다.


암이라는 것은 남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지, 설마 내가 걸릴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건강검진 하는 도중에 선생님께서 유방초음파 진단 중에 말씀하셨다.


"바로 대학병원에 가서 정밀검사 해보세요!"


그때의 두근 반 세근반인 마음은 지금 생각해도 떨리고 무서웠었다.


다행인 것은 아주 극 초기상태여서 1기 같은 0기의 암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때는 무조건 예약이 빨리 되는 병원에 진료를 보았고, 그 병원에서 바로 수술을 했다. 이것이 나의 잘못된 선택이었음은 2년 뒤에 알게 되었다.


나는 우선 내 몸 안에서 빨리 그 암세포들을 하루라도 빨리 제거해 버리고 싶었고, 유방암 같은 경우는 굳이 큰 대학병원이 아닌 데서도 수술을 빨리 하면 괜찮다는 유방암카페에서의 글에 위안이 되어 OO병원에서 수술을 한 것이 실수 아닌 실수가 되었다. 그 실수로 인해 나는 2년 뒤 나의 건강관리에 다시 한번 크게 얻어맞게 된 것이다.


나에게는 첫 번째도 그렇고 두 번째도 늘 초콩이가 나를 구한 셈이 되었다.


첫 번째는 초콩이를 낳고 몸에 이상을 느껴서 건강검진에서 유방초음파를 선택한 것이고, 두 번째는 초콩이가 3살 무렵이니 자면서 머리로 나의 갈비뼈를 쿵쿵 쳐서 정기검진에서 뼈에 이상이 있다고 알람이 울린 것이다.


병원에서는 괜찮을 거다 전혀 문제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왠지 촉이 좋지 않아서 전신 PET 검사를 했다.


그리고 반차를 낸 후에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는데 왠지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배윤경 님, 선생님께서 통화를 하고 싶으시다는데요.."


"네??????"


순간 불길한 느낌은 온몸을 휘감았고, 소름이 끼쳤다.


"환자분,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가슴 임파선과 목의 임파선에 전이된 것으로 보여요. 정밀 검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니 이게 웬 말인가... 갑자기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는 것 같았다.

그동안 나뿐만 아니라 OO병원에서는 선생님도 나는 너무 극 초기라 방심을 해서 그런 것인지 약만 먹으면 된다고 했는데...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남편과 동생은 사람 죽일 병원이라면서 당장 큰 병원으로 옮기라고 했고, 나는 그때부터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전을 해서 진료를 보고, 두 번째 수술을 하게 되었다.


두 번째 수술 역시 분당 서울대병원에서도 이렇게 발견되기가 쉽지 않은데, 정말 천운이라면서 너무 걱정 말라고 했다. 이번에는 수술 후, 방사선 치료를 25번 정도 받았고, 처음에는 1달에 한번 정기검진으로 검사를 하면서 진료를 보았다.


그 후, 첫 발병부터 재발까지 1년 반 정도의 기간이 지났기에 나는 두 번째 수술로부터 2년이 되는 해까지 단 한 번도 마음이 편한 날이 없었다. 다시 재발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공포와 불안감으로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우울감은 최고조였지만 나보다 더 불안해하는 남편 앞에서 애써 태연한 척해야 했다.


내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나보다 더 불안해할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한 달에 한 번 병원에 가는 길 나 혼자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을 달랬다.


그렇게 시간은 또다시 지나고, 2년 여가 지날 때쯤 선생님께 사실을 고백했다.


"선생님, 저는 제가 또다시 재발할까 봐 너무 두려워요."


"환자분, 우리가 이제는 두 달에 한번 만나잖아요! 그전에 한 달에 한번 만나다가 두 달에 한번 보는 것은 상태가 좋기 때문에 늦어지는 거에요.. 그리고 두 달 동안 유방암이 그렇게 막 커지거나 갑자기 전이가 심하게 되지 않아요.. 그러니까 걱정 말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세요. 우리가 다음 대비도 다 해놓고 있으니,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그렇게 나는 나의 마음을 전이 수술을 한 지 2년이 지나고서야 조금 내려놓았다.


하지만, 지금도 2달에 한번 병원에 진료를 가는 날이면, 늘 마음이 불안하다.

진료실 앞에서 대기하면서 예전과 같은 극도의 초조함은 없어졌지만, 그래도 선생님이 모니터를 조금 뚫어지게 본다고 하면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갑자기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실제로 2년 전 8월, 놀랄만한 에피소드가 있었기에 아직도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 같다. 그저 영상의학과 선생님의 부재로 감기가 심해 폐렴 증상이 있었던 것을 폐로 전이된 것인지 우려해서 또 한 번의 전신 PET 검사를 했고, 결과는 폐렴이었기에 마지막에는 웃을 수 있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도 너무 소름 끼치는 두려움이었다.




오늘 병원 진료를 마치고 돌아서 나오는 길이 또 이렇게 가벼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선생님의 한마디가 나를 안심시킨다.


"호중구 수치가 좀 낮기는 하지만, 괜찮은 것 같아요! 저희는 2달 뒤 1월에 다시 뵐게요!"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내려오는데, 오랜만에 미금역에서 반가운 포장마차 실루엣이 보인다.

내가 늘 병원에 다녀올 때면 먹었던 루틴, 계란빵 아주머니이시다. 장애를 가지고 계셔서 말씀이 불편하시지만, 그래도 계란빵 맛은 여기가 제일이라 나는 늘 병원에 다녀올 때 이 계란빵을 사 먹곤 했다.


그런데 한동안 보이지 않아서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는데, 오늘 이렇게 만난 것을 보니, 왠지 기분이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아주머니는 그동안 다리를 다치셔서 못 나오셨다고 했고, 나는 기분 좋게 왕계란빵 3개를 사서 나왔다.

다음번 진료 올 때도 기분 좋게 계란빵을 먹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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