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Lazio
여행을 시작한 지 2주, 남편에게 몸살 기운이 있었다. 우리는 전날 아침 일찍 라치오 주로 들어와서 볼세나 호숫가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늘은 2500년 전에 암석 위에 세워진 도시 치비타 디 바뇨레조를 보러 갔다가 이제 로마를 향해 내려가는 중이었다.
아래 암석의 성분이 점토라 오랜 세월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거주의 위험성 때문에 주민들도 떠나 텅 비게 된 후로는 죽음의 도시라고 불리는 치비타 디 바뇨레조(Civita di Bagnoregio)는 정말이지 멋졌다. 이곳도 역시나 캠핑카를 세워 둘 수 있는 주차장이 마을에서 떨어져 있어 차를 주차해 두고 꽤 걸어야 했는데 한참을 걸은 끝에 맞이한 풍경은 정말 고생한 게 아깝지 않을 정도로 멋졌다. 광대한 분화구 같은 지형 가운데 혼자 높게 솟아 있는 도시의 비현실적인 풍경에 2500년의 세월이 더해져 그저 경이로웠다. 들어가 볼 수도 있지만 입장료도 싸지 않고 입구까지 가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죽을 것 같아 그 앞에서 조금 쉬다가 캠핑카로 돌아왔다.
벌써 6월 중순인 데다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는 탓에 점점 뜨거워지는 햇볕과 습한 공기가 우리를 지치게 하고 있었다. 이런 날씨에 그냥 걷는 것도 힘든데 남편은 마을에서 2L짜리 생수 여섯 병 묶음을 사서 들고 캠핑카까지 걸었다. 무겁고 거리도 머니까 일단 한두 병만 사자고 했는데도 굳이 고집을 부리더니 결국 몸이 상한 것이다.
(전자책 발간 예정으로 이하 내용은 삭제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