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순간을 기록했다. 남편은 왜 슬픈 이야기를 쓰냐고 내게 물었다. 그럴 때마다 갈등 없는 인생은 없으며 소설에 위기와 절정이 있는 것과 같은 거라 말했다. 좋은 이야기만 하고 싶지는 않아. 글을 쓰면서 상처가 치유된다고도 하고. 누구는 글로 못 박아 가해자를 벌하기도 한다고 했다.
사진첩에는 항상 좋았던 날의 순간이 담겨있다. 무심코 폰 갤러리를 열었다 이전의 기억이 떠올라 혼자 웃고 있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글도 내게 그런 것이다. 나는 슬픔을 기록하면 치유가 될 거라 믿었다. 내 경우는 달랐다. 치유는커녕 상처의 순간으로 되돌아가 그 순간을 다시 느끼게 되는 듯했다. 글을 쓴다는 건 때론 상처의 얼룩이 지워지지 않게 되새기는 일인 것만 같다.
감사한 순간을 기록하기로 했다. 하루 이틀이 지나면 잊혀질 소소하게 감사한 날을 무심코 글로 옮겨 적었다. 퇴고도 없이 즉흥적으로. 며칠 전 쓴 글을 클릭해 읽고는 그때의 기분이 떠올라 일하고 있을 남편, 학교에 있을 딸에게 다시 감사하는 마음을 안고 하루를 보내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덤으로 얻게 되는 기쁨인 것이다. 글은 행복감을 반복 재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