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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무으야우 Sep 18. 2023

휴일을 보내는 방법

계획 or 즉흥

휴일을 보내는 방법이라곤 없다. 그저 쉬면 되는 것. 그런데 다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보내는 줄 알았는데, 최근 만난 친구가 말하는 휴일은 계획 투성이었다. 아침 몇 시에 일어나서 몇 시에 밥을 먹고, 몇 시에 무엇을 보러 나갔다가, 몇 시에 산책을 하고, 몇 시에 무엇을 하고 등등... 아니, 잠깐 휴일은 정말 계획 세우는 것도 쉬어야 하는 거 아니야?


원래 계획을 잘 세우는 친구의 휴일은 "일할 때 못하는 활동을 하는 날" 정도로 정리할 수 있었다. 휴일에 평소에 못하던 것들을 다 해내야 하기 때문에 어딘가 그의 휴일은 평일보다 바빠 보인다. 평소보다 많은 챌린지를 깨러 다니는 거 같은 모양새다. 내일 쉬는데 뭐 해?라는 질문에 이미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음은 물론이고 어떤 곳에 갈지도 이미 정해져 있어서 나는 몹시 놀랐다. 나에게 휴일은 정말 아무것도 없어서 나도 뭐 할지 아무것도 모르는 날이기 때문이다.


휴일을 맞이하는 마음가짐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음에 있다. 그냥 그날의 흐름에 맡기는 것. 물론 중요한 일이 있다면 경각심을 갖고 그 일을 수행하겠지만, 나에게 휴일은 그날 눈을 뜨는 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다. 오직 신체 바이오 리듬에 의존한다. 눈이 떠지는 시간에 눈을 뜨고, 원하는 시간에 끼니를 먹고, 산책을 하고 싶다면 산책을, 청소를 하고 싶다면 청소를, 그냥 빈둥거리고 싶으면 빈둥거리는 게 휴일이다. 요즘 더 절실히 느끼는 것이 있는데  바로 일을 한다는 것은 결국 노동력을 고용주가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이용가능하게 두어야 하는 것이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끼니를 먹고,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더 깨달았다. 그래서 그런 소중함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 나에게 휴일이다.


오늘은 월요일이지만, 나에겐 휴일이었다. 오늘은 눈을 뜨자마자 집에만 있겠다 다짐했다. 무려 한 달 반 이상(?) 미루던 내 방 청소를 했다. 방의 상태는 나의 상태를 말해준다는 말이 있듯 나의 방은 정말 엉망이었다. 방치되었고, 더러웠다. 점심을 천천히 먹고 방을 청소했다. 옷을 다 꺼내고 다시 개켜놓고, 온갖 먼지들을 쓸어냈다. 청소를 하면서 한 달 반 동안 나는 참 우울했구나라고 다시금 깨달았다. 신체상태로만 보면 방전이지만, 정신적으로 충전된 기분이다. 내가 비로소 살아보려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어떤 방식으로든지 충전되는 것. 휴일은 자고로 이런 것이지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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