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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무으야우 Sep 21. 2023

효율적인 옷차림이

최고의 작업복

나는 옷이 태도를 만든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그래서 옷을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서 일의 효율과 마인드셋이 확연히 달라지는 거 같다. 행위에 따라 입게 되는 옷들이 있다. 보통 매우 잠옷처럼 편하게 입거나 엄청 신경 써서 입는다. 그 중간의 상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가끔 스트레스받는 일을 맡을 때가 있다. 주로 번거로운 일인데, 다소 반복, 그리고 단순 노동이나 단지 그 일만 생각해도 짜증이 나서 들숨 날숨을 크게 주기적으로 내쉬어야 하는 일.(그 일을 어제 하긴 해서 생생하다.) 그럴 땐 정신적으로 나는 어딘가 재미가 필요하다. 주기적으로 반복'만'하면 지루해지고, 현타가 자주오기 때문에 나는 어떻게든 나를 꾸민다(?) 다소 바보 같은 해결책일지는 몰라도, 몸이 축 늘어진 채로 일을 계속하다 보면 나는 거의 액체 괴물의 수준으로 책상이나 의자에 널브러져 있더라. 그래서 어딘가 반복 노동일 경우, 그것이 엑셀 내에서든, 그리고 현장에서든, 다소 불편하더라도 나를 잃지 않으려는, 내 맘에 드는, 기분이 좋아지는 옷을 입는다.


반면, 세세하게 신경을 많이 기울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이 현장을 계속 주시해야 하고, 촉수를 세워야 하는 일들의 경우에는 내 옷차림은 너무나 중요하지 않다. 그 현장에선 나란 존재는 너무나도 지워지기 때문에, 내가 구태어 나를 잃지 않으려고, 혹은 어떻게 보이고 싶다는 그런 마음조차 사라진다. 나에게 잠옷의 정의란 거의 입지 않은 상태처럼 편한 옷이기 때문에, 거의 잠옷에 준하는 편한 옷을 꺼내 입는다. 박시한 티셔츠와 편한 바지. 그뿐이면 된다. 그리고 거의 그런 옷들은 입고 나면 땀에 젖어서 바로 세탁기 행이다. 그래서 거의 당장 버려도 미련 없는 옷들에 눈이 간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사무실일과 현장직이 섞인 일이라서 옷의 온도차가 극명하다. 어떤 날에는 꾸미는 맛에 회사를 가는 거 같단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어떨 날엔 당장 어디라도 굴러도 될 정도로 후줄근하게 입고 간다. 중간은 없다는 사실이 웃기게 느껴진다. 적당한 활동성에, 적당한 단정한 옷이 직장인의 표본인 것 같은데 나는 중간은 없는 내 성격과 내 직업이 어딘가 닮아 있는 거 같아서 흥미롭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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