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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무으야우 Oct 24. 2023

공포와 불안

공포란

공포가 무엇이냐 물으면 뭐라 답할 것 같은가. 나는 존재의 존립이 흔들릴 정도의 불안이라 말하겠다. 동생한테서 퇴근길에 전화가 왔다. 갑자기 대뜸 "내가 뭐랬어. 내가 그들이 이상하게 잘해준다 했지? ㅈㅎ선배랑 대리님 퇴사한대." 동생은 오늘 사표를 던진 선임들 때문에 머리가 터질 것 같고 심장이 빨리 뛰고 멘탈이 시시각각 부서지는 데 아무렇지 않은 듯 사무실에 몸을 짓누르고 있느라 미칠 뻔했다고 한다. 입사하고 몇 달을 불안에 쫓겨 살아온 동생이라 그 불안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졌다. 생신입이 느끼는 불안이라 그저 치부하기엔 내 동생은 워낙 예기불안이 큰 성격이기도 하고 스스로의 무능력함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어서 중간 실무자급의 전원퇴사는 동생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사무실이어서 고함이라도 토해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온몸이 달아오르는 이 감정을 누르며 일을 하느라, 그리고 지하철에서 공황이 올 뻔했다는 말에 나도 최근에 갖고 있던 불안이 터졌다. 


잠깐 밖으로 뛰쳐나와 걸었다. 동생과 나는 일 년 넘게 미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지긋지긋하다. 미래는 희망찬 느낌이 아니다. 어떻게든 불안을 누르며 살아야 할 내일이다. 그런 불안이 쌓인다. 내가 저 미래에 온전할 수 있을까. 어떻게든 잘 살 수 있을까 그런 불안. 이런 불안이 찾아오면 마음속 깊이 외면하던 공포의 상자 하나가 열린다. 상자가 열리면 내 머리속에는 관에 눕는 이미지가 그렇게나 떠오른다. 그리고 가슴이 조여와서 일부러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며 발을 빠르게 걷는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동생과 오늘 똑같은 생각을 했다고 서로 말한다. "아 태어나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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