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공기관은 SNS문법을 따르지 않을까?
담당자 혼자 버텨야해서 1인 미디어인가?
나는 SNS가 공공기관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덧 SNS라는 말도 잘 안쓰는듯 하다마는 그래도 온라인홍보는 공공기관에 필요하다. 암요. 그런데 정말 필요하느냐고, 반드시 '필' 자에 요할 '요'짜라는 글자 그대로-그래서 없으면 당장 죽느냐고 묻는다면? 물론 그렇진 않다.(에헤이~) 공공기관에게 사기업이나 자영업자 같은 민간영역처럼 생존을 위해 자신들을 알려야할 절박함은 없다. 사기업은 자기 제품을 소비자가 인지 못해서 극단적으로 물건이 안팔리면 망할 것 아닌가? 식당을 차렸는데 정말 맛있어도 사람들이 그런 식당이 있는지도 몰라 아무도 찾지 않는다면? 역시 망할 것이다. 그러나 공공기관 정책을 시민이 모른다고 공공기관이 망할리는 없다. 대신 그게 반복되면 행정은 점점 피드백 없는 탁상공론 뇌피셜로 채워지고 공공기관 자기만족을 위한 행정이 될 것이다. 사회는 점점 나빠질 것이다.
혹자는 오히려 빈수레만 요란한 홍보 같은 것보다도 복지, 각종 인프라 공사, 민원처리 같은 체감할 수 있는 행정에 예산이나 인력을 더 투입하라고 얘기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어떤 문제든 시급성이니 우선순위라는 것도 있지 않은가? 되려 가만 있었다면 잘했든 못했든 수더분하게 묻혀서 중간은 갈 것을 많은 사람이 알게 했다가 괜히 손가락질 당하거나 허점이 드러날 수 있으니 공공기관에게 홍보란 어찌보면 참 부담스러운 행위다. 그런데 최소한의 홍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많은 복지, 보조금, 지원사업, 각종 생활정보 같은 행정정보는 어떻게 수혜자, 즉 고객에게 닿을 것인가? 고객을 위해 마련된 것들, 그런 좋은 것들이 있는지 아초에 고객들이이 알아야 신청을 하든말든 가보든 말든 할 것 아니겠는가? 홍보를 하면 공무원이 편해질 것은 없다. 오히려 하면 할수록 불편할 것만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행정효과를 생각하면, 언제 어떻게 하냐 차이는 있겠지만 최소한 일이 제대로 돌아가는 수준이 되려면 홍보는 정말 꼭 필요하다는게 내 생각이다.
법에서 정하는 최소한의 홍보란 홈페이지에 게시글 틱-올리고 공고문 같은 종이 한장 팔랑 뽑아서 청사 앞 게시판에 툭-붙이면 끝이다. 이 정도면 행정정보를 알리려는 보통의 공무원이 해야할 평균수준의 의무는 다 한 것이다.(법령이나 자치법규를 보면 '관보에 게재한다' 이런 말이랑 대충 비슷한 얘기다.) 그런데 이것은 참 문제다. 사실 어느 누가 공공기관 홈페이지를 주기적으로 뻔질나게 들여다보겠는가? 혹 내가 필요한 정보가 어느 게시판에 등록되어 있는지(혹 붙어있는지) 그런 건 또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공무원도 관련 정보를 찾으려면 때로는 관계자들에게 물어묻고 게시판을 뒤적거리는 마당에.
직접 붙이는 관보나 공고문은 어떨까? 시청이나 동사무소 앞에 게시판에 공고문 정보를 보려고 가는 사람은 과연 있기나 할까? 난 없다고 보는데. 공공기관 게시대가 길가에 있는 경우 홈페이지와 달리 지나다니는 행인이라도 있다치자. 그런데 사람들이 깨알같은 공고문을 문득보고 걸음을 멈춰 복잡하고 그 엄격근엄한 공고문 내용을 정독할 확률을 대체 얼마나 될까? 백번 양보해서 어느 정도 예측가능한 정보, 혹은 대중에게 필수적이거나 중요한 정보는 이런 온오프라인 게시판에 올릴 수 있다. 대규모 공사라 시민 불편이 생긴다거나, 규모가 큰 보조사업 신청안내라든가, 선거라든가 등등. 그런데 그것보다 수혜자 범위가 조금 더 적은 것들, 시급성이 좀 떨어지는 것들은 어떻게 홍보하지?
내가 면사무소 근무할 때 본청에서 홍보하라며 내려보내는 포스터는 한달에만 대략 30장 이상이었다. 나는 정부홍보물이 면사무소에 있는 말단 공무원(바로 나)에게까지 전달되었을 때 여기까지 관여했을 수많은 사람들-그러니까 나름 포스터 디자인도 누군가 컨펌을 했을 것이고, 예산도 집행했을 것이고 각각 전달을 하고, 그럼 또 시청에서는 읍면동별로 문서가 배부되게끔 손을 쓰는 등-수고가 생각나 괜히 뭉클해지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이미 내 손에 떨어진 이상 지금부터 이 홍보는 내 책임이란 생각으로(안되면 내탓이니 문제생기면 징계라도 받으려나?!) 면사무소 벽면에 포스터를 하나도 빠짐없이 붙인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면사무소 로비에 가장 넓은 벽면 전체를 포스터로 도배하는 모양이 됐는데 크기며 색상, 디자인 결이 모두 다른 포스터들을 한데 붙이다보니 눈에 띄고 홍보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삐뚤빼뚤 지저분하고 형형색색 요란한 흉물이 되어버려서 곧 철거되었다.(내 손으로 전부 붙이고 머잖아 내 손으로 전부 떼었다는 말.) 이런 내 경험에 비춰볼 때 관보에 게재한다거나 홈페이지에 올린다, 읍면동사무소 게시판에 올린다는 것은 조선시대 방을 붙이는 고대홍보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저 마땅한 대안이 없다보니 어쩔 수 없이 고르는 최후의 보루 정도다.(달리 방법이 없다아입니까.)
그래, 그러면 안타까운 현실 얘기는 이쯤하고 그래서 공공기관은 왜 SNS를, 홍보를 안할까? SNS를 하면 확실히 최소투입으로 최대효과를 노려봄직한데 말이다. 전국구로 스타가 되는 드라마틱한 결과가 아니더라도 여러모로 훨씬 경제적으로 홍보를 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그 전까지 공공기관 SNS운영이 미지의 영역이었다면 이제는 그래도 제법 많은 실제 사례들이 있지 않은가? 그 모델들이 효용모델을 만들며 경제성을 입증하고 그 방법론도 내보이지 않았는가? 그러면 어지간히 눈치가 없고 굼뜨는 공공기관이라도 SNS를 활용한 정책홍보를 할만한데 왜 공공기관은 홍보를 하지 않을까? 아, 이건 좀 틀린 말이다. 왜냐면 지자체니 정부부처, 공공기관들은 이미 블로그, 페이스북, 유튜브 등 여러 채널을 만들어 SNS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공공기관들은 SNS홍보를 하면서 SNS문법을 따르지 않을까? 왜 공공기관은 유머나 위트를 빼고 관 스러움을 고집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상황이 이쯤 되었어도 불구하고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괜히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고 앞서 말했듯 안하면 좀 모자른듯해도 중간을 갈텐데 안하던 걸 하려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새롭게 신경을 써야 한다. 좀 다르게 해보려면 콘셉, 페르소나, 톤앤매너 같은 것까지 갈 것도 없이 어떤 게시물을 어느정도 시간텀을 두고, 또 몇시경 올려야 하나같은 사소한 것까지 사람 손 닿는 건 다 신경을 써야한다. 홍보물을 만들면 장면하나, 자막 높낮이 글자폰트, 대사하나까지 말이다. 그렇게 신경써서 만든 홍보라면 당연히 잘 돼야 할텐데 이게 또 잘 안될때가 많다. 세상 어느것이 첫술에 배부르겠냐마는 공공기관 홍보는 유독 기약이 없다.
그러면 이때부터 홍보는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된다. 계속 하면 반응이 오긴 올까? 언제까지 해야되지?라며 아무도 없는 빈방에서 혼자 텐션을 끌어올리며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야한다. 기약없이. 그런데 이 과정에서 회사 내 수많은 구설이 붙을 확률이 매우 크다. 흔히 쟤는 왜 나대냐. 재미없는데 혼자 계속하냐, 오바한다 이런 말들? 대외적으로도 뭔가 하려다 잘 안되면, 혹 중간에 멈추면 그건 그대로 또 흑역사가 되거나 깨진 유리창이 된다. 안했으니만 못한 모양새가 되기라도 하면 가만있으면 중간을 갈 것을 니가 괜히 망쳤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혹 눈에 뛰기라도 하면 얘는 왜 이렇게 못해요라든가 이런 건 왜 해요 같은 말을 들을 수도 있다.
내 경우는 홍보가 예상보다 빠르게 흥행에 성공하고 자리를 잡았는데도 초반에 '공공기관이 점잖지 못하다.', '세금으로 장난치지 마라','담당자 인터넷공부 더 시켜라'같은 악플에 시달리기도 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면 오래된 건물이 버티는 것을 인생에 빗대어 내력과 외력의 싸움이라 표현하는데 홍보 좀 하려하면 조직 안팎으로 나를 압박하는 외력이 씨게 붙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시련에도 불구하고 담당자가 노력을 해도 윗선에서 결재가 나기가 쉽지 않다. 일단 새로운 트렌드, SNS에 대한 감각을 모든 세대가 공유할 수는 없다보니 관리자와 담당자의 공감대 형성부터가 쉽지 않다. 윗선에서는 굳이 위험부담을 안고 싶어하지 않는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게 일반적일 것이다. 그러니 내가 나 잘되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태평양을 건너고 대서양을 건너고 인도양을 건너는 시련을 담당자 혼자 감내해야 한다.(근데 문득 방향이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을 건널거면 그냥 반대로 가는게 빠르지 싶...) 그러다보니 강의를 나가거나 충주시로 견학오는 공공기관들이 가장 많이 묻는 말도 '결재는 어떻게 받으셨어요?"였다.
담당자는 이런 것들을 혼자 버텨내야 한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근데 이 많은 걸 다 해낸 사람들이 있다. 부산경찰, 고양시, 그리고 충주시. 그리고 이미지와 텍스트 시대를 지나 요즘 나오는 2세대, 즉 도전하는 공공기관 유튜버들. 이런 이들은 전 세대가 쌓아올린 역사를 탐구하고 개선하며 새로운 도전을 한다. 그런데 기관차원에서는 시행착오를 겪고 성공한 사례가 있다면 그 다음엔 시행착오를 줄여야할듯한데 성공했다는 사실만 본다. 봐라? 쟤네도 했잖냐? 할말이 없다. 그래, 그렇다치고 이런 빡센 허들을 모두 넘고 성과를 내면?
보상은 없다. 그냥 공무원이 할일 한거다. 음..맞지. 그런데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기대하게 되지 않을까. 물론 처음에 할 때 보상을 바라고 한 것은 아니다. 내 경우는 일을 맡았을 때 이 일을 잘하고 싶었다. 잘하고 못하고는 둘째치더라도 일단은 제대로 하고 싶었다. 그냥 일하는 척 사무실에 앉아서 누가 보든말든 나 혼자하며 홍보 하는 척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리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소통, 진짜 홍보를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 과정이 험난했을 뿐. 그런데 그 과정을 넘어 생각지 못한 성과가 났을 땐 사실 우쭐한 마음도 있었다. 충주시를 검색할 때 연관검색어에 내 이름이 나오고, 검색포털 메인에 내 이야기가 소개됐을 때는 뿌듯한 마음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보상도 기대하게 됐다.
내 경우는 시장님이 직원들이 다 보는 월례조회에서 인사혜택을 공언했었다. 모난 돌이 정 맞으면 안된다며 도전하는 직원이 많이 필요하다 해주셨다. 이 얘기는 당시 월례조회 내용을 요약한 신문기사에도 나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긴 시간을 축약하고 지금까지 결론을 말하자면 나는 혜택을 받지 못했다. 물론 그 경험만으로도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었고 멋진 시간이었다. 다만 팩트를 정확하게 하고자 얘기하면 당시 분위기로는 특별승진이라도 시켜줄 것 같은 분위기였으나 내 승진서열은 홍보하는 내내 늘 동기 중에도 뒤쪽에 있었다. 당시 자주 듣는 말은 듣는 말은 나이가 너무 어려서..., 선례가 없어서...라는 말이었다.
즉 작금의 공공기관 홍보를 요약하면 담당자 부담은 오만팔천사백칠십이가지가 있는데 혜택은 글쎄..개인의 영광과 보람? 너무 추상적이고 소박했다. 잘되면 기관이 빛나지만 안되면 담당자 탓이다. 심지어 이런 모든 일련의 과정은 담당자 1명을 갈아 넣는 것으로 끝난다. 사실 이런 모습은 꼭 홍보뿐만 아니라 공직 전반에서 벌어지는 일이기도하다. 위에서 그리고 밖에서는 공무원에게 창의, 혁신, 적극행정을 얘기하지만 정작 적극행정을 하는 것은 어렵다. 하기도 어렵고, 하고 난 다음에도 어렵다. 나는 '공무원은 일 못한다, 안한다'는 말 듣는게 싫었다. '일 열심히 한 공무원이 되려 사무감사를 받는다'는 말이 슬펐다. 담당자 한명에 의존해야하는 현실도 싫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했다. 사람이 바뀌어도 유지되는 브랜드니 시스템을 탄탄하게 만들고 싶었다. 저런 부정적인 말들이니 현실에 반박하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이런 현실을 반박하지 못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고 뒤통수를 몇번 맞으니 내가 잘못한건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너무 세상물정 모르는 이상론자였을까?
이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 홍보가 재밌어 지려면, 글쎄..그래도 일이 일처럼 돌아가려면 담당자 부담이나 저항을 줄여주든, 그게 아니라면 저런 위험부담을 감수할만한 강력한 유인요소, 동기부여가 필요하지 않을까? 진정한 1인 미디어는 몰아치는 폭풍을 맨몸으로 견뎌야 한다. 그것이 1인이니까.(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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