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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남식 Jul 19. 2024

충TV(충주시 유튜브) 프리퀄

충주시 B급 홍보 인수인계 이야기


 충주시 홍보가 잘되고 햇수로 3년차를 맞이했을 즈음 나는 7급으로 진급했다. 당시 충주시는 진급하면 읍면동 사무소로 나갔다가 다시 본청으로 들어와 순환근무 관행이 있었다. 1월에 있는 상반기 정기인사 때 7급으로 진급했으니 인제 6개월 뒤인 7월 하반기 정기 인사때는 인사가 나면서 업무가 바뀌리라 나도 사람들도 어느 정도 예상했다. 사람들은 충주시 홍보가 너무 주목받아 후임자로 누가 오든 부담스러울 것이라 했다. 잘된 것을 유지하기도 어렵고 전임자가 만들어 놓은 색깔이 워낙 강해서 하던 걸 그대로 하는 것도, 갑자기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을리라는 얘기들이었다.


이런 말을 들을 때 내 입장은 뭐랄까 내심 뿌듯하기도 했고 시원섭섭한 마음도 있었다. 편으로는 한창  잘 됐을 때 스스로 내리막을 가기 전에 떠날 수 있어서 이만하면 잘됐다 싶었다. 더 오래 하라고 하면 과연 내가 더 짜낼 게 있을까 생각이 들면서 더 있고 싶은 마음 반, 가고 싶은 마음 반 이었다. 한 2~3년 재밌게 놀았다 싶었다. 회사원이 출근해서 즐겁게 일할 수 있던 것도 복이었다. 더욱이 일하면서 남들이 하기 어려운 재미있는 경험도 많이하고 칭찬도 많이 받았으니 운이 좋은 거 아니냐말이다. 누군가는 "너한테 후임자 추천하라고 안해?"라며 내게 묻기도 했다. 인사 때 보면 남들은 후임자 추천도 물어보고 한다데 이맘때쯤 누군가 내게 진지하게 후임자 추천을 물어본 적은 없었다.


  당시 분위기는 이제 충주시 홍보는 다 채굴이 끝난 광산마냥 재미도 볼만큼 봤겠다 이전에 잘나가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 여느 것들같은 수순을 밟겠구나 하는 분위기였다. 조남식이 벌였으니 조남식이 가면 인제 이런 이상한 홍보도 안하겠구나 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 충주시 홍보를 떠나보내는 분위기, 즉 파장 분위기였다. 그러다가 또 누군가는 "후임자로 온 사람이 너보다 더 잘되서 니가 했던게 잊혀질 수도 있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언젠가 너 가고나서 충주시 SNS가 잘됐으면 좋겠냐 잘 안됐으면 좋겠냐?같은 질문을 받았다.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나중에 문득 이 질문이 다시 떠올랐을 때 한번 짧고 굵게 고민해봤다. 근데 고민을 시작하자 마자 피식 웃음이 니왔다. '내까짓게 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내 사업을 한 것도 아니고 공무원이 자기 일이 애착을 갖고 일을 한 것이잖은가? 결과가 좋으면 됐지 이게 완전 내것인것마냥 내가 고를 주제가 되나 싶었다. 담당자일 때나 나의 것이지 업무가 바뀌는 순간 나의 홍보는 아니게 되지 않는가? 아니 아초에 나의 것이었던 적은 없다. 내가 관리를 맡았던 것 뿐 충주시 홍보는 한번도 나의 소유였던 적은 없다. 사실 이런 특수성이 있기에 충주시 홍보 페르소나라든가 톤앤 매너, 담당자 노출 같은 문제를 고민했던 것 아니겠는가? 이렇다 보니 앞서 사람들이 조남식이 벌였던 일이니 조남식이 가면 인제 없어지겠네 했던 이야기는 어찌보면 공직사회 상식에서 나온 당연한 말이었다. 다만, 그래도 내가 충주시 SNS 향후를 고를 수 있다면 내가 이렇게 애정을 갖고 오랜시간 정성스럽게 쌓아올린 충주시 홍보가 하루아침에 흐지부지 되지는 않았음 하는 마음이었다 그러니까 내 후임자가 온다면 바로 다른 기관처럼 공무원스러운 홍보를 할게 아니라 잘되든 안되든 그래도 한번쯤은 'B급 홍보'를 시도했음 하는 바람이었다.


 물론 앞서 물었듯 내 후임자가 더 잘되서 내가 잊혀진다면 씁쓸한 마음도 들긴 할 것 같았다. 근데 시간이 지나면 무엇이든간에 잊혀지긴 할 것 아닌가?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하니 그나마 남아있던 미련도 사그라들었다. 역사를 봐도 삼국시대보단 고려시대가 잘 살았고, 고려시대보다는 조선시대, 또 그때보단 지금이 더 고도화된 문명과 사회를 갖춘 것처럼 내가 쌓아올린 바닥 위에 또 누가 새로운 것을 쌓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 시간은 그 누적된 시간속에서 충분히 가치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말로 충주시 홍보가 망해서 깔끔하게 잊혀지는 것보다 그래도 두고두고 잘 돼야 역사로라도 전해질 것 아닌가? 충주시 홍보 언제부터 이랬어요? 라고 하면 거슬러 올라가면 그땐 '최초에 이걸 시도해서 자리를 잡은 조남식이 있었다.' 라고 내 지분이 그래도 좀 있지 않겠는가? 그래, 공무원이라면 평생 홍보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  다른 일도 해지않겠나? 한 사람이 한자리에서 한 업무만 맡을 순 없지라는 생각이었다.


  이 맘때쯤 충주시청에 입사한지 얼마 안된 직원 중 나와 고등학교 같은 반 이었던 동창 하나가 있었다. 이 친구는 입사해서 처음 1년 반정도를 면사무소에 있었는데 인제 자기도 슬슬 본청으로 들어가야 하는거 아니냐며 내게 인사이동에 대해 물어봤다. 대개 공무원 조직이 그렇듯 충주시도 '희망부서'라는 제도가 있다. 한 곳에 오래 근무한 사람이 있으면 어디로 가고 싶은지  근무 희망부서를 지원할 수 있는데 원한다고 무조건 다 되는건 아니었다. 나는 내가 신규 때 희망부서 썼다가 실패했던 얘기를 말해줬다.

 

 나는 공무원이 되고 처음 2년 반동안을 면사무소에 있었다. 그 희망부서를 홍보실 내 보도팀에 지원했지만 인사이동하지 못한 적이 있다. 당시엔 좀 억울했다. 2년 반이면 평균보다 한 부서에 꽤 오래 있던 것이니 자격도 충분했고! 나는 입사한지 얼마 안되어 직원 보도자료 작성대회 상도 받았고! 심지어 나는 전공도 국문과인데 보도자료 쓰는 자리에 지원했다가 떨어진다니?! 이거 희망부서란 제도도 다 요식행위 아닌가? 주최측은 농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나중에 보니 이게 빈 자리가 날 때 지원을 해야지 이미 멀쩡히 일하는 사람 있는 자리에 지원하면 당연히 떨어지지 않겠는가? 당시 보도팀에는 글 잘 쓰는 것으로 유명한 분이 이미 한창 손발을 맞추고 일을 잘하고 있을 때라서 내가 국문과가 아니라 전직 조중동 기자였어도 못 갔을 것이다. (아니다. 조중동기자 정도면 업무 조정이 좀 됐을 것도 같다.)


 여하간 이런 얘기를 구구절절 해주면서 그 동창에게 홍보실도 추천했다. 아무래도 홍보실 특성상 민원이나 예산 같이 통상 공무원이 경쓸 일이 많이 없다보니 업무 외적인 스트레스가 좀 적다고 해야되나? 이러한 부서 장점들을 얘기해주면서 보도 담당하시던 분도 옮길 때가 됐고 나도 옮길 때가 됐으니 홍보실 한번 써보라고 했다.  이 동창은 니 후임자로는 가기 싫다고 했지만 그래도 홍보실은 혹했는지 나중에 내게 보도팀에 자리에 지원을 했다고 했다.

 

 재밌는 건 나중에 내가 나가면서 내 자리로 그 동창이 오게 됐다. 내 입장에서는 내가 추천한 홍보실로 온 것에 대해 내 인사상담?이 적중한 것에 대한 뿌듯함(보았느냐 나의 분석?)과 후임자로 뭔가 부담스러운 자리로 불러들인 것 같아 좀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그래서 "야 좀 부담스럽지. 이게 또 이렇게 됐네?"하며 복잡민망한 마음을 밝혔더니 동창은 "니가 워놔서 부담스럽긴 한데 그래도 덕분에 버스탄다."며 나름 만족해하는 것 같았다.(온라인 게임에서 고수가 초보를 고수 사냥터에 데리고 다니면서 빠르게 레벨업 시켜주는 것을 버스탄다고 표현한다.)


홍보업무가 워낙 루틴이나 매뉴얼이 없었기 때문에 이후 차를 마시는 등 몇번 만날때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할 때는 나의 진의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왔을 때 처음엔 이랬고 중간에 이런 일이 있었고 이건 왜 이렇게 했고 저건 저래서 저렇게 한거다 같은 이야기를 많이 했다. 다행히 전에 없이 그 해에는 홍보방향을 잡아 연초에 비전같은 장기계획을 세워놨기에 이런 계획이 세워진 배경이나 내 의도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인수인계는 뭐 딱히 하고 말고 할게 없었다. 홍보업무가 아초에 다른 행정업무처럼 문서로 남기는 일  위주가 아니었기에 내가 해왔던 업무 방식이나 업무요령 이런 것들을 알려주고 주의해야 할 것 그런 것들을 알려줬다.(가령 블로그 기자단 운영)


  당연한 얘기지만 포스터를 그리는 것은 인수인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할 것이 없었다. 내가 그린 포스터들은 패러디나 원색, 기본도형 같은 공통점은 있지만 그리는 방법 같은 걸 인수인계 할 수 있을리가. 이게 애니메이션 영상, 게임같이 특정되는 기본형이 있는 것도 아니고 통상 포스터, 팸플릿, 현수막들처럼 몇가지 쏘쓰를 조합해 쓰는거라면 또 모르는데 내 포스터는 도화지에 네모세모를 덧대어 그리는 것과 같아서 인수인계 자체가 불가능했다. 아초에 B급 포스터는 런 그림을 그린다는 발상이 핵심이지 그리는 것 자체만으로는 인수인계 할만한 전문 기술이라 부를만한 것이 없었다. 누구든 하려고 마음먹으면 쉽게 따라할 수 있는거니까.(심지어 이미 다른지자체에서 비슷하게 따라했던 적도 몇번 있었다.) 인수인계 하는 자리에서 이런 식으로 그린다고 파워포인트를 열고 잠깐 휙휙 그리며 이런 식으로 그린단다 하고 보여줬다. 니가 봐서 나중에 그냥 보고 결이 비슷하게 따라해도 좋고, 아니면 인제 좀 식상한 감도 있으니 아예 확 엎어보는 것도 좋겠다 했다.


 영상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페이스북이 솔직히 인제 폼이 많이 죽었다. 여기저기서 인스타도 하라는데 이건 솔직히 뭐가 다른지 구분이 안가니 딱히 할 필요가 있을까싶다. 영상 쪽은 시장님이 하라고 몇번 얘기하시더라. 충주시 유튜브 계정이 정보통신과에 있긴한데 이게 우리가 하는 거랑 결이 좀 다르니 아예 계정을 하나 새로 파야겠는데 이걸 충주시 사업자등록증을 가지고 기관계정을 파야할지 개인으로 파야할지 이런건 니가 한번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영상은 나도 몇개 안만들어봐서 잘은 모르겠다. 전에 만든게 서너개 있으니 함 봐봐라하고 보여줬다. 당시에 영상이라하면 산척면 고구마 홍보를 위해 SSG닷컴을 패러디 한 GGM 영상 등이 있었는데 반응이 나쁘진 않았었다.


 후임자가 너라면 유튜브 어떻게 하겠냐?라고 물어봤다. 당시에 나는 아프리카TV를 많이 참고했는데, 실시간은 힘들고 인제 녹화방송 위주로 가야지 않겠나. 실시간은 사람들이 퇴근하고 자기전에 밤에 많이 보는데 매번 그때 방송을 할 순 없잖아-라든가, 당시 철구라든가 여캠들의 과격한 방송행태로 뉴스보도가 종종 되고 있었는데 공공기관이 그런 식으로 자극적으로 방송을 할 수도 없고 해서는 안되겠다, 조심해야겠다라든가 충주시가 민속촌처럼 가용자원이 많지 않으니 상황극, 단체 등장 이런건 좀 힘들거고 혼자서 맛집탐사를 하든 진행을 하든 원맨쇼로 어떻게든 해야하지 않겠나- 이 정도 얘기가 오갔다.


 공무원이다보니 누구라도 얼굴 팔리는 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캐릭터를 쓰자니 그 캐릭터가 부천시나 고양시마냥 마땅한 것도 아니고, 마땅한 게 있어도 자칫하면 유치하고 오그라들거라 캐릭터를 쓰는게 과연 맞을까? 같은 브래인스토밍이 몇번 있었다. 둘이 차를 마시면서 툭툭 주고받은 이야기들이 허공을 휙휙 지나다녔다. 그리고 나는 면사무소로 떠났다. (전후임자 이전에 동창이니 인수인계 외에도 이후에 따로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때 남겨진 동창은 지금까지도 남아 충주시 홍보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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