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아오 Aug 12. 2024

자소서 공략집 18. 스펙이 부족하다면

취업을 하고 싶지만 스펙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 자소서 작성조차 막막할 것이다. 이럴 경우 일단 많이 지원해 보고, 많이 떨어지면서 내 레벨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이다.


스펙이 부족하니 취업은 안 되겠지. 그런 생각하지 말고 일단 지원해 보자. 그러면 서류에서 떨어지는 기업, 서류는 통과했지만 면접에서 떨어지는 기업을 파악할 수 있다.


결과를 받으면 기업 규모와 산업, 직무, 주요 업무를 정리하자. 이걸 토대로 어느 직무에, 어느 산업에서 그나마 승산이 있을지 전략을 짤 수 있다.


나는 20대 중반에 좋은 기업을 한 번 놓쳤다. 국내 의료장비 업체였는데 메인 기술이 워낙 특출 나서 글로벌 성장세가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전자를 전공하고 전기 경력을 쌓았지만 기업문화 직무로 지원했었다. 공업 고등학교, 고졸 출신인 나에게 굉장히 도전적인 지원이었다. 블라인드 채용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서류를 합격했고, 언어 영역을 비롯한 몇 가지 필기시험까지 합격했다. 꿈만 같았다. 면접 일정을 받고 나서는 기업문화 직무를 꽤나 방대하게 공부했다.


그런데 공부량이 무색하게도 면접에서 한 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총무 업무도 병행 가능하실까요?"라는 질문에 "아니요. 저는 기업 문화 직무에 몰두하려고 합니다."라고 답했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부족한 스펙을 감추고 싶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최대한 한 우물만 파서 전문적인 사람처럼 보이고 싶던 마음이 있었다.


결국 떨어졌다. 돌이켜 보면 실무에서도 총무 업무를 겸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런 질문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인사총무팀이라는 조직이었으며, 인원이 그리 많지 않은 기업이니 여러 업무를 병행하는 건 당연했다.


올바른 답변은 뭐였을까? 할 수 있다, 모르면 배워서라도 하겠다, 시행착오를 겪을 테지만 총무 업무도 열심히 공부해서 성과를 창출하겠다. 이런 방향이었어야 한다.


회사는 일을 시키려고 사람을 뽑는다. 그런데 나는 일을 할 줄 모른다고 답했다. 그럼 채용할 이유가 있을까. 스펙이 없더라도 한 가지는 명심하자. '나는 무슨 일이든 시작 자체는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일을 '할 수 있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그래서 스펙이 부족한 경우 잘할 수 있다고 어필하기가 조심스럽다. 근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소재는 학업이다. 전체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유난히 특출 난 과목이 있었다면 그 과목을 어떻게 공부했고, 어느 수준으로 잘했는지 어필하는 것이다.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남들보다 조금이나마 나은 스킬을 보유하고 있다면 그걸 어떻게 습득했고, 어느 정도로 활용 가능한지 설명하자. 


어느 직무에 지원하든지 입사 초기엔 누구나 업무를 습득해야만 한다. 그래서 공부했던 방식, 스킬을 습득한 과정은 신입사원 지원자들에게 '잘 배울 수 있다'는 역량으로 작용한다.




최대한 많은 회사에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내 레벨을 알 수 있으며, 운이 좋으면 실무 경험을 얻을 수도 있다. 희망했던 대기업이나 좋은 회사가 아닐지라도 기회가 찾아온다면 주저하지 말자. 다음 채용 시즌까지 자격증이나 어학을 준비하겠다고 집에서 공부만 하는 것보다 6개월이라도 실무 경험을 쌓는 게 더 효과적인 스펙이다. 만약 그 6개월 동안 퇴근 후 자격증까지 공부한다면 단기간에 최고속도로 성장하는 셈이다.


"다들 경력자만 뽑는데 대체 경력은 어디서 쌓아야 하나요?" 이 질문은 잘못되었다. 비교적 근무 여건이 좋지 않은 회사들도 살펴봤는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 99% 확률로 아니다. 스펙이 부족하다면 찬밥 더운밥을 가리면 안 된다. 다른 사람들이 스펙을 갖출 동안 미뤄두었던 노력을 단기간에 발휘해야 한다. 찬밥으로 보이는 업무가 힘든 곳에서 실무 역량을 빠르게 많이 쌓을 수 있다.


나 역시 20대 후반에 취업이 어려웠다. 3년가량 실컷 놀았기 때문에 경력이 단절된 상태였고, 스무 살 이후 자격증이나 다른 스펙을 전혀 준비하지 않다. 막막한 현실을 마주했을 때, 해외 공장에 파견을 나가는 업무를 발견했다. 한 달 중 26일을 타국에서 보내는 일이라 지원자가 워낙 적어서 바로 채용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해외는 관광지나 도심이 아니다. 우리나라 대다수의 공장 위치처럼 시골이나 교외에 있었다.)


이곳에서 나는 PLC(전기 프로그래밍)를 배웠다. 공장 안에 도입한 신규 설비들을 세팅하는 업무였으며, 로직을 설계하고 정밀한 값으로 수정해야 했다. 물론 처음 다루는 기술이었기 때문에 처음 한 달은 선배들의 프로그램을 하나하나 뜯어보며 밤잠을 줄이고,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아서 이 경력 하나로 대기업의 기술면접을 가볍게(정말 아주아주 쉽게) 통과했으며, 최종합격까지 이룰 수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힘든 곳에서 근무를 했다는 게 핵심이 아니라, 실무 스킬을 쌓았다는 게 핵심이다. 다른 사람들은 몇 년 동안 학업과 기타 스펙을 준비하며 기술 역량을 쌓는다. 스펙이 전무하다면 기회가 주어졌을 때 죽을힘을 다해야 비슷한 수준을 겨우 얻을 수 있다. 참고로 기술 직무에 신입사원들 중에는 생각보다 기술역량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 단 몇 개월이라도 최선을 다한다면 기술역량만큼은 상위 10%의 지원자가 될 수 있다.





이전 17화 자소서 공략집 17. 정성 빠진 욕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