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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아오 Oct 24. 2024

자소서 공략집 19. 변명하지 마세요

드디어 시리즈의 마지막 글을 적는다. 제일 처음 언급했듯 자소서에 진정성을 꾹꾹 눌러 담았다면 1차 서류는 무난하게 합격할 확률이 높다. 그다음엔 면접을 준비해야 하는데, 보통 서류합격 후 1주~3주 이내로 치르기 때문에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짧다. 단기간에 지식을 높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니, 회사 정보와 자소서를 기반으로 내 경험을 복습하듯 정리하는 수준에서 준비하자.


다만 면접에서도 진정성을 놓치면 안 된다. 면접관들은 대부분 실무 직책자들이다. 자신의 팀원을 뽑으러, 함께 일할 후배를 뽑으러 온 것이다. 내가 상사라면, 어떤 사람을 후배로 둘 것인지 한 번쯤 고민해 보자. 신입사원으로 지원한다면 직무역량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전문가 입장에서는 입문자 수준이다. 특히 생산직, 정비직무라면 어차피 설비를 새롭게 배워야 한다.


그래서 대체로 인성을 볼 수밖에 없다. 직무면접을 따로 보지 않는 기업은 있어도, 인성 면접을 치르지 않는 곳은 없다. 그만큼 인성은 중요하다. '일어탁수(한 마리의 물고기가 물을 흐린다)'라는 말처럼 기존 조직에 나쁜 영향을 줄 지원자라면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도 빠르게 탈락시킨다. 반면에 가르치는 걸 잘 습득할 수 있는 사람, 말을 잘 따를 사람, 일을 시켜 먹기 편한 성향이라면 함께 일하는 미래가 절로 그려진다.


이런 측면에서 변명은 절대 금지이다. 만약 내 후배가 무언가를 잘못했는데, 반성의 기미보단 변명만 늘어놓는다면 얼마나 답답할지 상상해 보자. 당장 문제를 해결하고 일을 진척하기 위해서는 반성 후 개선이 시급한 마당에 잘못을 숨기려고만 한다. 꼭 회사가 아니더라도,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은 왠지 함께 지내기가 꺼려진다.


면접에서 연달아 꼬리를 무는 질문을 받는다면 내가 변명을 늘어놓고 있지는 않은지 돌이켜 봐야 한다. 내 단점사항이나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질문하는 면접관들도 있는데, 이때 "과거에는 그랬지만 결국 잘 해결됐어요"라는 식으로 회피하거나, 변명하는 지원자들이 많다. 그러면 안 된다. 면접 자리에서는 당신을 혼내려고 질문한 게 아니라 그 실수를 통해 무엇을 깨달았고, 어떻게 개선했는지가 궁금할 뿐이다.


나는 한 대기업 면접자리에서 모든 질문에 완벽하게 답했다. 당시 함께 면접을 본 지원자들이 무조건 합격일 것 같다며 칭찬할 정도로 면접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내가 답한 내용들은 모두 변명이었고, 결코 함께 일하고 싶은 후배가 되지 못했다. 온갖 회피기를 쓰며 말만 번지르르 잘했으니, 책임감과 협동심이 중요한 생산직무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반면에 한 대기업 면접자리에서는 모든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업 이념, 자랑거리인 생산량, 생산 프로세스 같은 기본적인 내용조차 답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 함께 면접을 보는 다른 지원자 세 명은 워낙 출중한 스펙과 배경을 가진 터라, 모든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했다. 문제를 풀듯이 정답 내용들을 말하는 모습을 보며 면접이 빨리 끝나기만 바랐다.


"모르겠습니다."라는 말만 수차례 거듭한 채 면접이 끝날 무렵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는 사람 있나요?"라는 질문이 주어졌다. 이때 반사적으로 손이 올라갔다. "죄송합니다. 준비를 충분히 해오지 못했습니다. 번만 기회를 주신다면 여기 옆에 계신 분들보다 더 열심히 준비해 오겠습니다." 막힘없이 말을 꺼냈다. 다른 지원자와 비교되는 모습이 부끄러웠지만, 용기를 냈다. 그만큼 간절했기 때문이다.


얼마 뒤, 4명의 지원자 중 나만 합격 통보를 받았다. 기대조차 하지 않아 결과를 하루 늦게 확인했다. 당시에 나는 경제 문제를 극복하고자 3개의 아르바이트를 뛰고 있었고, 네 달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은 몰골이었다. 그래서 회사의 안정성이 누구보다 필요했다. 비록 준비는 부족했으나 그 진정성 하나만큼은 자소서에도, 면접에서도 강렬하게 전달했다. 


만약 취업이 간절하다면 자신만의 진정한 지원동기를 솔직하게 드러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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