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시즌이 시작되었다. 준비를 열심히 해온 취준생이라면 모집 공고가 뜨자마자 이력서를 작성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엔 온라인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면서 어떻게 자소서를 작성해야 더 유리할지 살펴보고 있을 것이다.
채용 관련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따끔한 충고를 건넨 적이 있다. 영상 극 초반부에 "아직 회사 홈페이지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다면, 지금 당장 영상을 멈추고 회사 홈페이지부터 보세요!" 이런 말을 하게 된 까닭은, 정말 놀랍게도 지원하는 기업의 홈페이지를 충분히 살피지 않는 지원자가 생각 이상으로 많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얼마 전 서류 접수가 마감된 P사의 자소서를 첨삭하면서 알게 되었다. 이 기업은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지역 사회와 상생하는 '공헌' 측면의 비전을 내세웠었다. 그러나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기술' 중심의 비전으로 바뀌었다. 몇 년 만의 변화였다.
그런데 이런 기본적인 회사 비전 변화를 인지하지 채 자소서 첨삭을 문의하는 지원자들을 대거 발견했다. 예전 비전을 그대로 반영한 사람이 무려 절반이나 되었으니, 정말 충격이 컸다. 이정로도 기업에 무심하다면 지원하는 직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역량이 중요한지는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을 게 뻔했다.
취업난이 심각하다지만, 취업에 진심이 사람이 적다. 카드게임을 하는 마냥 가지고 있는 패를 커뮤니티 안에서 비교하며 '내 스펙이면 떨어지겠네, 합격하겠네' 식으로 판단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 단순히 스펙만으로 당락을 결정한다면 이력서만 필요하지 자소서는 왜 쓰는 것일까?
카드게임에서도 플레이어의 마인드가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패를 가지고 있더라도 게임을 쉽게 여긴다면 블러핑을 당할 수도 있다. 자소서도 마찬가지이다. 저런 기본적인 비전 하나 잘못 쓴 것 때문에 내가 진심을 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도 쉽게 공개되어 버린다.
부디 정성을 다했으면 한다. 최소한 취업시즌만큼은 온라인 게임 이용 시간, 휴대폰 SNS 앱 접속 시간보다 자소서에 시간을 더 할애해 보자. 취업이 아무리 예전만큼의 가치를 갖지 못하더라도, 앞으로 짧게는 1년 내지 길게는 10년 이상 인생을 달리 살아 보는 기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