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고비
연애를 네 번 해봤다. 20대 초반과 중반, 서른의 연애는 확실히 달랐지만 연애가 주는 기억은 모두 노을처럼 찡한 감정을 일으켰다.
무려 4년의 솔로를 거쳐 성공한 연애가 얼마전 끝났다. 허심탄회하게 얘기한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마땅히 얘기할 게 있는 것도 아니라서 몇 마디 나누고는 못 보는 사이가 돼버렸다.
20대의 연애는 잘잘못을 나누고, 책임을 따지거나 개선의 방법을 생각했겠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그 친구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가 각자였으면 좋겠다.
어떤 잘못이 있어서 일이 틀어진 게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이다. 사람의 감정이란 게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컴퓨터처럼 Data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다음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 갖춰야할 것은 찾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 좋아하는 취미, 좋아하는 거리, 시간, 음식 그런 것들을 찾아야 한다.
두 명의 사람이 만나 교감을 한다면 서로 좋아하는 것들을 나누고 싶을 텐데 그러질 못했다. 나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를 몰라 스스로 채울 수가 없었고, 그 친구를 채워줄 수도 없었다.
내 안에 '좋아하는 것들을 위한 방'을 만들어두자. 누군가 찾아와서 그 방을 채워줄 수 있게. 방이 채워지면 나도 그 좋은 것들을 상대의 방에 채울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