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고비
서른 전까지는 '명상'이란 것을 해보지 않았다. 학교나 기업에서 교육 프로그램 일환으로 "일어서세요. 눈을 감고 무의식에 빠져듭니다."라는 식의 서서 눈감기도 명상이라면 해본 적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온전히 내가 원해서, 나 스스로 시간을 내어 차분히 앉아 있기는 서른이 되어서 처음이다. 그래서 이제야 나를 알아간다.
몇 년 전, 고등 래퍼에서 김하온이라는 학생이 명상 콘셉트로 나왔었다. 명상을 하면 달라진다고 그렇게 외쳐댔지만 방송에서도, 나조차도 단순히 '콘셉트'로만 여겼었다.
다들 바쁘게 일하고, 열심히 돈을 벌고, 투자와 자기 계발을 하느라 정신없는데 그 와중에 명상이라니. 나도 그런 현대인 중 하나였기 때문에 명상은 거리가 멀었다.
그러다 최근 유튜브에서 '명상' 영상이 자주 노출해줬다. 관심보다는 호기심으로, 한 번 들어볼까 재생을 했는데 그날 그 편안함을 잊을 수 없다.
명상 영상 대부분은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세요. 생각을 비우고 소리에 집중해 보세요."라고 권유한다. 하지만 나처럼 초보자에겐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나는 그래서 목표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명상을 위주로 체험하고 있다. 그중 '확언 샤워'라는 방식은 첫날, 1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이 방식은 "내 인생은 더 좋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나는 용기 있다" 등 일종의 마인드셋 문장들을 되뇐다.
시작하기 전에는 조금 반감이 있었다. 오글거리기도 했고, 사이비 신도처럼 무조건 믿는다니. 하지만 "내 인생은 더 좋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라는 대목에서 가슴이 떨렸다.
일순간 머리에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내가 내 자신을 소중히 돌봐주지 못했구나. 나는 열심히 살아왔고, 오늘도 무언가를 열심히 할 텐데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구나.'
서른까지 관계에만 치우쳐져 살아왔다. 타인을 배려하고, 괜찮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다시 배려하고. 관계는 '상대와 나' 두 명의 사람이 필요한데 항상 '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이뤄낸 관계들이 모두 서툴고 어딘가 어긋나있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서른, 늦은 감이 있지만 조금 더 내가 나를 위해 생각하고, 움직이고, 채워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