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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아오 Feb 14. 2023

걸렸다 목감기. 파스타집 7주차.

파스타와 덮밥을 만들면서 가장 우려되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면 단연코 건강이다. 평소 하지 않던 스케줄 근무에 쓰리잡, 게다가 조리를 할 때마다 확연하게 피어오르는 매캐한 연기는 기침을 연신 발사하게 만든다.


하루는 퇴근 후 샤워를 마치고 이불에 드러누웠는데 코가 답답했다. 몸을 일으켜 코를 풀자 검은 이물이 나왔다. 나름 마스크를 쓰고서 일을 했는데도 연기를 꽤 마셨나 보다. 그 뒤론 샤워할 때마다 코를 세척한다.


한 달하고 3주 차. 어느덧 파스타집에서 일한 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 목감기에 걸렸다. 체력이 무너진 끝에 찬바람과 음식 연기는 편도에 꽤나 자극적이었다. 새벽 네 시, 보일러를 세게 틀어 더운 줄 알았건 마, 열이 38.9도까지 오르고 나서야 몸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았다.


다행히 다음 날은 휴무였다. 우리 집에 놀러 왔던 D가 이른 아침 사다 준 타이레놀로 버티다 오전 9시가 돼서 병원을 찾았다. "편도가 원래도 크신데 많이 부으셨네요" 이것저것 소독과 엉덩이 주사 한 방, 그리고 약을 한 차례 먹었다.


그렇게 4시간마다 약으로 연명하며 다음날 출근을 서둘렀다. 컨디션은 좋지 않으나, 가뜩이나 일손이 없다는 요즘 식당 시국에 어디 빠질 수가 있을까. 대타를 구하기란 하늘에 별따기보다 어렵다. 사장님께 무리한 부탁을 드릴 수도 없으니 오로지 약에 의존해야 했다.


직장을 다닐 때는 아프면 쉬는 게 당연했다. 거대한 회사는 나 한 명쯤 없어도 잘만 돌아갔다. 내가 없으면 부서원이, 혹은 팀장님이 충분히 케어를 하셨다. 오로지 혼자 맡은 프로젝트조차 유사한 업무를 하고 있는 팀원들이 대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식당은 달랐다. 다들 비슷비슷하게 재료를 손질하고 파스타를 만들지만, 이곳에서 내가 차지하는 비중이 꽤나 크게 느껴졌다. 나뿐만이 아닐 터이다. 파스타집에서 일하는 직원 셋과 사장님, 알바 네 명이 모두 각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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