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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회 Oct 16. 2023

명성산과 한탄강

억새, 한탄강 잔도길, 물윗길, 송대소

#명성산 (鳴聲山 923)

#한탄강_잔도길


가거도에 간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네요


이런저런 이유로 계속 딜레이 되는데요

지난 연휴에는 날씨가 궂어서 못 갔고

이번주에는 민박 사장님이 입원을 하셔서 못 가고

이러다가 올해는 못 갈 수도 있겠다는 노파심 마저 듭니다


가거도에 민박집이야 많습니다

1구 여러 집

2구 2곳

3구 1곳

일정상 첫날은 반드시 2구에서 1박을 해야 하는데 2곳 모두 유고상태였거든요


별 수없이 또 뒤로 미루고 억새 산행이나 하자


재약산 사자평

신불산

천관산

화왕산

황매산 등은 이미 익숙하므로

명성산

민둥산

무장산 중에서 제일 윗동네 명성산을 간택(?)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주변에 명승지 한탄강이 있데요


한탄강 하면 SNS에서 많이 소개된

주상절리의 [잔도길]과

물에 떠 있는 [물윗길]을 간과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기꺼운 맘으로 1박 하면서 왕복 1천 km 상당의 여정을 밟아 가기로 했습니다


명성산의 억새부터 친견(?)을 하고 한탄강 잔도길 3.6km와 물윗길 8km를 걷는 것으로 계획하여 미리 숙박지를 예약했죠


웬걸

철원군과 통화해 봤더니

물윗길은 겨울철 상품이기 때문에 현재 부교를 설치 중일뿐 아직 운영을 하지 않는답니다

다만

송대소와 은하수교까지만 임시개통하여 부교를 체험할 수가 있다고 하더군요


계획이 확 어그러졌는데요


어쩝니까

체면에 숙박비를 물리거나 미루기도 무엇해서 명성산 억새의 기대치와

잔도에 단풍이라도 하나 걸려있으면 최대의 성과로 간주하며 출발했죠



♥ 명성산


들머리는 산정호수인데요

2:30에 가출하여 405km를 5.5시간 동안 달리고서야 예약한 민박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물론 하산 후에 체크인했습니다만

요금은 2023년식

시설은 1990년대 ㅋㅋ


숙소를 산정호수 주변으로 택한 이유는

호수의 둘레길을 걸어볼 요량이었죠


트랙을 숙지하려고 지도를 살펴봤더니

호수와 억새군락지는 경기도 포천시이고요

삼각봉부터 명성산 정상은 강원도 철원군이군요



철원 일대는 태봉의 창업자 궁예의 도읍지입니다


승려이면서 나라를 세워 한 때 이 지역을 통할했던 사람이며

철원 하면 궁예이죠


궁예는 신라 왕족 출신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당시 지배계급으로부터 밀려나서 한쪽 눈도 잃고 승려가 되어 힘을 기른 후에 신라에 대한 악감정으로 반기를 들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암튼

궁예는 고아였지만 세력을 확장하면서 송악의 맹주 왕건의 도움을 받아 송악에다 도읍을 정하여 후고구려를 창업했습니다


활동 지역이 옛 고구려 땅이었기에 고구려를 부흥한다는 의미이었겠으나 실은 이곳 사람들의 민심은 얻고자 했을 겁니다


각종 전쟁에 왕건을 내세워서 주변을 잠식해 나갔는데 지금의 충북 경기 강원 황해도까지 점유하면서 신라 영토의 3분의 2를 차지했답니다


급속한 성장세에 힘입어

3년 후에는 도읍지를  철원으로 옮기고 국호를 [마진]으로 바꾸었고


7년 후에는 다시 국호를 바꾸어서 [태봉]이라 하였습니다만


태봉 7년 차에

심복 왕건에게 나라를 빼앗겼으니 태봉이 망하고 [고려]가 탄생한 것이죠


이때 신하한테 밀려난 궁예가 소리를(聲) 내어 울었다(鳴)는 산이 바로 명성산이며

명성산 여러 봉우리 중에는 궁예봉도 있군요



궁예는 왜 망했을까요?


철원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세력을 과시하고자 호화로운 궁궐과 누대를 지었고

이 과정에서 과도한 노역과 세금 징수로 인하여 민심이 이반 되었으며


신라 왕족이었지만 버림받았다는 트라우마 때문에 신라에 대한 반감이 노골적이어서 투항하는 신라인마저도 대거 죽이는 바람에 또한 민심을 잃었으며


어지러운 세상에 구세주인 미륵불이 나타나 불교적 이상세계를 만든다는 신념으로 스스로를 미륵불이라 칭함에 민의에서 멀어졌고


점점 성격은 포악해지면서 부덕해졌으며 자신의 횡포함을 묻으려고 [옴마니 반메홈]을 외치며 사람을 믿지  못하여 관심법으로 다스렸죠


요즘 정치적 우스개 소리로 죄인들의 죄목을 말하면 근거도 없이 궁예의 관심법으로 수사하냐고 비아냥 거리는 그 관심법입니다


민심의 이반이 절정에 달하다 보니 급기야

918년에 이르러

신숭겸

홍유

배현경

복지겸에 의하여 궁예를 내치고 왕건을 새임금으로 추대하였으니 그가 바로 고려 태조입니다


국호는 역시 고구려를 계승한다는 [고려]

도읍지는 [개경]으로 정하여 이성계의 [조선]에 망할 때까지 475년간 존속하였습니다


궁예가 철원지방을 근거지로 하여 [태봉]이라는 나라를 세워 임금까지 했으니 비록 덕이 없어서 망하긴 했지만 당대에 입지전적인 인물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이며

당시의 궁궐은

지금의 DMZ 부근이라 하는군요


남북한의 관계가 좋아져서 궁예의 왕궁터를 발굴하여 귀중한 유물이라도 나온다면 비록 짧은 태봉 역사이긴 하나 궁예에 대한 평가가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역사서는 승자가 남겨 놓은 유물이기 때문에 승자의 긍정적인 부분만 기록하고

패자의 입장은 오로지 부정적 이미지만 부각해 놓은 것이죠



억새를 보려고 꼭두새벽부터 설쳤는데요

명성산(鳴聲山)의

명성(名聲)이 자자하여

명승지(名勝地)라 하던데

억새는 빈약하고

조망은 운무에 빼앗기고

하염없이 내리는 우중산행에

명성산의

명성은 말(聲)뿐인 이름(名)의

명성이 돼 버렸습니다




♥ 한탄강 (漢灘江)


궁예가 왕건에게 다 내어주고 도망가는 도중 이 강을 건너면서 자신이 한탄스러워서 한탄강이 되었다는 그 강


실은 용암이 흘러 현무암으로 굳은 화산지대로서

크다는 의미의 순우리말 한과 여울의 뜻을 가진 한자말 탄의 조합이랍니다

곧, 큰(한) 여울(灘)이 있는 강(江)이라는 소리죠


김정호 선생의 대동여지도에는 대탄강으로 표시돼 있다고 하네요


북한의 강원도 평강군에서 발원한 한탄강은 철원, 포천, 연천을 지나 135km의 사행천 궤적을 그리며 임진강과 합류하고 이 물은 계속 흘러 한강에 흡수된 후 강화도가 있는 서해안으로 빨려듭니다



먼 옛날 50만 년 전

북한의 [오리산]에서 화산폭발이 일어났다고 하네요

그래서 오리산을 한반도의 배꼽이라 한다는군요


화산의 폭발로 인하여 거대한 용암이 흘러내렸고

원래는 이곳이 화강암 지대였으나 용암이 덮치는 바람에 주상절리의 현무암이 화강암을 덮어버린 형태라는 거죠


현무암이 장구한 세월을 두고 풍화와 침식작용에 의하여 깎이다 보니 원래 있던 화강암이 드러나면서 이중 구조의 지질이라는 겁니다


한탄강과 같은 형태의 지질은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다고 하니까


당연히 잘 보전해야 하고 관광자원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거겠죠


그 결과

지질은 2020년 7월 유네스코 세계 지질공원으로 등재되었고


관광자원으로는

한탄강 주상절리길(잔도길)과

물윗길이 개발된 것이랍니다


이번에 잔도길을 걸으면서 자연과 인공의 풍광에 놀랍기도 했지만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는 지질이라면서 잔도길을 내느라고 자연을 저렇게 훼손해도 되는 걸까

이율배반의 맘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한탄강은 동강과 함께 래프팅의 명소이기도 한데요


하여간

단순한 강이 아니며 요소요소마다 자연이 빚어낸 기발한 형상들이 산재해 있고

기암괴석과 주상절리의 절벽들이 어우러져 경치가 무척 빼어났습니다


이를 쉽게 눈으로 즐길 수 있도록 지자체가 잔도길이나 물윗길, 전망대 등을 설치하여 관광객에게 배려, 유혹을 하는 것이고요


다 돌아보려면 시간이 빠듯합니다


비둘기낭 폭포와

하늘다리는 명성산 산행 이후 답사했고


잔도길은 9시부터 개방하므로 우선

삼부연 폭포부터 시작하여

한탄강 주상절리길을 걸어 보는데요

입장료 1만 원에

지역상품권 5천 원을 돌려줍니다


자연의 섭리도 위대했고

인간의 지혜와 노력도 대단했습니다만

저희는 좋은 곳을 많이 다녀서인지 솔직히 무성한 소문에 비하여 감흥이 별로였습니다



물윗길 전체 구간은 아직 운영하지 않으므로

차량을 이동하여 승리교를 잠깐 보고

은하수교 주차장에 당도했습니다


은하수교와 맛보기로 개방된 물윗길을 걸어보는데요

송대소까지 왕복 1.5km입니다


이번 답사에서 장원을 뽑으라면 단연 송대소의 물윗길인데요


아마도 이곳이 가장 걸작이기 때문에 미리 무료로 개방한 게 아닐까!


고석정까지 1.5km여서 점심 후 고석정과 꽃밭(6천원-상품권 3천원)을 관람했는데요

평수와 꽃의 규모가 엄청났고 잔도길처럼 인파가 얼마나 많은지 떠밀려 다닐 정도였습니다


다시 태봉대교로 이동하여

직탕폭포와

한여울 현무암 돌다리를 건너봤습니다


직탕폭포의 높이는 3m이지만 폭이 80m나 된다고 하는데요

한국판 나이아가라 폭포라 하데요


계속 북진하여

[도피안사]에 도착했는데요

국보 제63호 철조 비로자나불좌상과

보물 제223호의 삼층석탑을 답사했습니다


마지막 일정을 위하여

철원역사문화공원으로 갔는데요

소이산 전망대에 올라 철원평야를 바라보기 위함이었죠


추수가 끝난 텅 빈 평야와 북녘땅은 해넘이와 함께 휑하더이다



1박 2일을 요약해 보면


02 30 창원출발

08 00 산정호수 착

08 05 ~ 15 40 명성산 산행

16 15 ~ 17 30 비둘기낭 폭포

               하늘다리

18 00 저녁/민박


06 00 ~ 07 10 산정호수 트래킹

08 00 ~ 08 30 삼부연폭포

08 45 ~ 10 50 주상절리길

               드르니->순담

11 20 ~ 11 35 승일공원 승일교

11 40 ~ 15 30 은하수교

               송대소 물윗길

               고석정

               고석정 꽃밭

15 50 ~ 16 20 태봉대교

               직탕폭포

               한여울돌다리

16 40 ~ 17 00 도피안사

17 10 ~ 18 15 철원역사문화공원

               소이산전망대

               노동당사

18 20 ~ 01 00 식사 /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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