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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회 Nov 13. 2023

현충사 & 독립기념관

곡교천 맹씨행단 도동서원

아마도 올해의 마지막 단풍 나들이가 아닐까!


아산 현충사와

천안 독립기념관을 찾은 건 다분히 단풍에 필이 꽂혔기 때문인데요


주변에 볼 것이 많아서 하루를 더 할애했죠


동선을 보면

#곡교천_은행나무

#현충사

#충무공_묘소

#공세리_성당

#아산만_방조제

#평택호_예술공원

#삽교천_방조제

#지중해_마을

#맹사성_생가

#신정호수

#독립기념관

#흑성산

#도동서원



근데요

단풍이 영 형편무인지경입니다


첫 단추부터 엉망인데요

황금빛으로 빤짝여야 할 곡교천 은행 단풍이

아뿔싸!

푸르팅팅

거무축축 빛바랜 노랑은

사진으로 봐왔던 그 모습이 전혀 아니올시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곡교천의 화려한 단풍은

예년 것이거나

아니면 색깔을 가지고 장난질한 사진사들의 농간입니다



현충사로 옮겼죠


역시 단풍은 없습니다


공대 2학년 때 현충사를 보았으니 45년 만입니다

항상 느끼지만 성웅 이순신 장군의 영정이나 동상을 표현할라 치면 현충사 영정을 표준으로 해 주면 좋겠습니다


얼굴이 가는 곳마다 모두 다르게 표현되어 있는 것이 참 아쉽습니다


현충사는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정갈합니다

소나무가 많은 것은 장군의 굳은 절개와 국가에 대한 충성심에 추호도 변화가 없다는 뜻일 겁니다


성웅의 묘소는 현충사에서 8km쯤 떨어져 있는데요

알현하여 참배를 했죠


묘소 주변에 역시 소나무가 많고 참 아늑했습니다



가을의 단풍 모습이 압권인 공세리 성당에도 단풍은 별로고요


아산만 방조제를 건넜더니 평택이군요

평택호 예술공원을 잠깐 스케치하고


곧바로 삽교천 방조제를 건너 보았습니다

삽교천이 아산과 당진으로 갈라놓았군요


다시 아산으로 돌아와서 지중해 마을을 답사했습니다

인터넷에 하도 많이 언급돼 있길래 가 보았죠



이어서

고불(古佛) 맹사성(孟思誠) 선생의 고택 맹씨행단을 답사했습니다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요

잠시 대화를 한번 볼까요


하루는 스님께 치세에 대한 조언을 구했더니


스님 왈

"나쁜 일은 하지 말고 착한 일을 많이 하면 됩니다"

하길래 고불은 고작 해준 말이 누구나 다 아는 그 말인가 싶어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 할 때


스님이

"알기는 쉽지만 실천은 어려운 법, 차나 한 잔 하고 가시지요"


고불이 앉자 스님이 차를 따르는데

차가 넘쳐서 방바닥을 적시니까

고불--스님, 찻물이 넘치지 않소?

스님--찻물이 넘치는 건 알면서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


고불이 붉으락푸르락 황급히 나가다 문틀에 머리를 심하게 박았습니다

스님이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


고불 선생은 황희 정승과 함께 우리나라 청백리의 대명사죠


청(淸)렴

결백(白)한

관리(吏)를 청백리라 합니다


이 시대에도 청백리가 있을까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청렴결백해야 할 조직이 무엇일까요?


국회의원입니다


법을 만들고

그 법이 잘 지켜지는지 조사를 하고

청렴한 관리가 등용되는지 감시를 하는 조직이 바로 국회의원 아닙니까


국회가 정책을 결정해 주지 않으면 행정부는 단 한 발짝도 나아갈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국회가 최고의 권력기관이 돼 버렸는데요


잘하고 있나요?


국회를 견제할 수 있는 기관은 한 곳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이죠


그러니

국회의원이 되려고 박이 터지는 거거요


의원이 되려면

첫 관문이 공천이고

공천을 주는 자는 대표이며

천하의 도둑놈이라도 대표자리를 꿰고 있는 한

석가님인들

공자님인들

예수님인들

굽신거리지 않고서야 어찌 공천을 받겠냐고요!


고불 선생님

제발 이 어리석은 국개(犬)의원 나으리들에게 덕담 한 말씀해 주시어유



신정호수로 갔습니다


해가 넘어갈 즈음이어서 쌀쌀한 날씨와 더불어 검푸른 물빛은 몸을 더욱 오싹하게 했습니다


여름이라면 걷기에 좋을 것 같긴 하네요



여기저기 단풍 명소를 찾아다녔건만 이렇다 할 단풍을 보지 못했으니 아쉬움이 많은 날이었죠


다음날은 몇 년을 묵히며 보고 싶어 했던 천안의 독립기념관 단풍길을 볼 터이니 설마 실망을 시키겠나 잔뜩 희망을 걸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이튿날


이른 아침 독립기념관에 도착을 하였는데요


입장을 하자마자 보이는 첫 느낌은 우중충

아!

오늘도 단풍보기는 틀렸구나!


아니나 다를까

곱게 물든 단풍은 단 한그루도 없었습니다


장고 끝에 악수를 두었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었던 거지요


애기단풍 터널이 워낙 유명한 곳인데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일찌감치 포기하려다가 여기까지 왔으니 계획대로 흑성산에 올라보고 못다 한 단풍은 귀갓길에 현풍의 도동서원 은행나무나 보자


독립기념관은 초행입니다


엄청난 규모의 부지와 웅장한 건축물에 압도될 정도였고

많은 자료를 전시해 놓은 것에 고무되기도 했습니다


미로 같은 전시관이 다소 어둡다는 느낌과 많은 것을 담으려 하니 복잡하고 혼돈스럽기도 했지만


"그렇지

우리나라의 역량이 이 정도의 규모는 되어야 태가 나지"


그러나 맘 한쪽 구석에는

단풍에 실망한 탓이기도 하겠지만 독립기념관의 관람마저도 심드렁하더이다


독립이란 의미는

종속에서 벗어났다는 것이고 우리 스스로 나라를 운영할 자격이 생겼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왜 남에게 속박당했을까요?

솔직히 부끄러운 역사 아닙니까?


얼마나 못났으면 왜놈한테 지배를 당했으며


먹힐 때는 얼렁뚱땅,

먹히고 나서야 독립을 하겠다고 발버둥을 쳤을까!


선조님들께서 일제치하에 인권을 유린당하며 독립을 위하여 치열한 삶을 살았다는 건 우리가 본받고 후세에 늘리 전해야 할 당연지사이나


힘없는 정부와

무능한 관리들,

왜놈에게 부역한 지식인들의 처세에 대하여 못지않은 비판과 통렬한 반성도 해야 합니다


선열 우국지사들께서

그렇게 목숨을 내놓고 일제와 싸웠건만 정작 독립의 단초는 미국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뜨린 핵폭탄이 결정적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가 없으며


외세에 의한 독립은 곧바로 자유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로 갈렸으니

이 질곡의 역사 앞에 우리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고 그저 초라하게만 느껴집니다


유관순

안중근

윤봉길

열사, 의사, 애국지사의 숭고한 결기와 정신이 퇴락되지 않아야 할 텐데 말이죠



차를 남으로 남으로 몰아 도동서원에 닿았습니다


이곳 역시 단풍의 피해를 피해가지는 못했더군요


빛깔은 날랐고

잎은 낡았으며

가지는 깃털 빠진 숫사자 같았습니다



대부분의 단풍이 물이 들기도 전 또는 물이 들다가 시들어 버렸는데요


올해의 단풍이 왜 이 모양일까요?


단풍(丹楓)이란?


글자 그대로 붉은 단풍나무입니다.


같은 의미로

노란 색깔의 단풍나무는 황풍이라 해야 하고

노랑과 빨강이 섞였으면 황단풍이라 해야 맞겠죠


명칭이 다양해집니다


더군다나 단풍나무가 아니면서 색깔이 변하면 모조리 나무이름을 따 와야 하니 더욱 복잡해집니다


예컨대 소나무가 노랗게 물들면 황송이라 해야 될 겁니다


해서

녹색이 붉게 변한 모습

즉, 나뭇잎이

붉은색이든

노란색이든

갈색이든

나무 종류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초록색에서 다른 색깔로 변한 것을 통칭하여 단풍이라 하게 되었죠


푸른색이 왜 점차 붉은색으로 변해 갈까요?


온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가을이 되면 기온이 떨어지고

나뭇잎은 더 이상 엽록소(푸른 잎)를 만들지 못할뿐더러 이미 만들어 놓은 엽록소도 파괴됩니다


생태계의 원리가 작동하겠으나 간단하게 표현해 보면

푸른색이 없어지면서 원래의 색깔로 되돌아 가는데

원래 빨간색이었으면 붉게,

노란색이었으면 노랗게 보일 겁니다


결국은 잎이 제 기능을 다하고 죽어간다는 뜻이지요


우리 눈에 비치는 화려한 빛깔이 알고 보면 그들에게는

처절한 몸부림입니다.

살기 위하여 버려야 하는 것이지요


미물도 버리기는 쉽지가 않은 모양입니다


비록 버려야 할 시기이긴 하나 날씨가 따뜻하면 나뭇잎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여 삶을 유지하려고 곡기를 끊지 않고 계속 엽록소를 공급하겠죠


곡기를 끊어야

엽록소 공급이 멈춰지며

공급이 멈춰야 이미 비축해 놓은 엽록소도 소멸될 것이고

초록색의 물이 다 빠져야 원래의 모습이 드러날 것이며

그 원래의 모습이 바로 단풍 아닙니까


9월과 10월의 따뜻했던 날씨가 식물계에 이상한 신호를 줘서 교란이 생긴 것이지요


정치꾼 누구처럼 단식을 하겠노라 공언해 놓고 뒷구멍으로는 꾸준히 영양분을 공급받았으니 어찌 단풍이 들겠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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