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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토섬 (飛兔島)

다솔사 (多率寺)

by 강동회

성탄절입니다


샐러리맨으로서 하루의 휴일이 생긴 건 고무적이나

나라의 형편이 풍전등화의 지경이라 마냥 즐겁고 한가롭지는 아니한가 봅니다


쿠오 바디스


신이시여

부디 대한민국을 버리지 마소서

이 땅이 망가지기에는 그동안 쌓아 올린 공덕이 너무나 높고 크답니다


진정으로 이 땅에 평화와 영광이 함께하길 기원해 봅니다



비토란?

토끼가 날았다는 뜻인데요

섬의 모양이 위에서 보면 토끼(兔)가 날아가는(飛) 형상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바로 옆에 월등도가 있는데요

토끼가 달(月)을 향해 올라간다(登)는 뜻이겠고

설화에 의하면

굳어서 토끼섬과 거북섬이 되었다는 섬과 바다 건너 맞은편에는 목섬도 있습니다


비토섬을 중심으로

간조가 되면

바닷길이 열려서

월등도

토끼섬

거북섬을 오갈 수가 있는 것이죠


이번 트레킹도 이곳 바닷길을 걸어보고자 하는 것이 주목적이었습니다


비토섬은 경남 사천시에서 가장 큰 섬인데요


비토교와 거북교를 놓아서 섬이 아닌 게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섬은 섬이죠



설화 [별주부전]을 아시나요?


토끼와 자라와 용왕이 주인공이잖아요

판소리 수궁가로도 늘리 알려져 있습니다


토생전 또는

토끼전이라고도 하죠


줄거리를 보면


바닷속 용궁의 용왕이 중병에 걸렸습니다

어느 도사가 나타나 이르기를

이 병은 육지에 있는 토끼의 생간을 먹어야 낫는 병이라고 일러 줍니다


용왕은 여러 물고기 신하들을 불러서 어전회의를 했겠죠


토끼의 간을 구하자면 육지로 나가야 하고 그것도 살아있는 토끼를 데려와야 하는 미션입니다


육지로 나갈 특사를 고르는데 의견만 분분할 뿐 결정을 짓지 못하던 차

별주부인 자라가 나서서 내가 토끼의 간을 가져오겠노라 자원을 합니다


토끼의 몽타주를 들고 육지로 나간 자라는 여러 동물들 중에서 드디어 토끼를 만났습니다


감언이설로 설득을 했겠죠

육지에서 이러고 살면 어렵지 않냐

풀을 뜯기도 쉽지 않고

큰 짐승들에게 먹힐까 봐 노심초사해야 하니 차라리 나를 따라 용궁으로 가자


용궁은 유토피아이니 놀면서 먹을 수도 있고

높은 벼슬과 고액의 연봉을 보장하겠노라


이 말에 솔깃해진 토끼는 선 듯 자라를 따라 용궁으로 갔습니다


그랬더니

다짜고짜 용왕이 본색을 드러내고선 너의 간을 내놓아라 하니 속은 것을 알아 차린 토끼는 꾀를 내어


아차차!

간을 씻어서 계수나무에 말려 놓고 그냥 왔는데 이 일을 어쩌나!

내 냉큼 가져와서 바치겠노라고 합니다


이에 용왕은 크게 감복하여 토끼에게 융숭한 대접을 한 후 다시 육지로 나가서 간을 가져오게 했습니다


자라와 함께 육지로 나온 토끼는 어떻게 간을 내놓고 다니냐 이 멍청이야 하면서 냅다 숲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는 얘기입니다



용왕을 정점으로 자라 등 용궁에 사는 지배층과

토끼와 같이 서민에 속하는 여러 짐승들은 피지배층으로 분류하여 지배층의 몰상식을 풍자하거나 힐난하게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고관대작들이 똑똑한 척, 잘난 척하지만 토끼에게도 속아 넘어가는 부패와 무능한 정치인을 투영하는 뜻일 겁니다


용왕은

백성의 생명을 보잘것없이 여기는 봉건 군주에 비견되고


별주부는

망해갈지라도 권력에 빌붙어 맹목적인 충성을 맹세하는 똘마니 근성이고


토끼는

권력으로부터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수탈을 당하면서도 스스로를 지켜내야 하는 애환이 스려 있는 민초입니다



작금의 정치현실과 딱 부합하지 않나요?!


줄기차게 조여대는 청치꾼들의 권모술수,

백성의 애환은 아랑곳없고 오로지 쥐새끼의 죄를 덮으려 온갖 작당을 마다하지 않는 야당,


이를 대응하는 행정부의 방식은 뜬금없는 비상계엄,

문명천지에 벌어진 엄청난 과오를 옹호하거나 바라만 보고 있는 여당의 꼰대들,


젊고 참신한 지도자를 좌파니 애송이니 하면서 내쫓더니 결국은 도로 극우파 꼴통 꼰대들로 채워 놓았습니다


20퍼센트도 안될 꼰대들의 쪽수로 나라님을 다시 세울 수 있다고 보는 건가요?


민초의 뜻을 모으지 않고도

초현실적 최첨단 범법 마인드로 무장된 무지막지한 저 범죄붕당을 상대로 꼰대들 만으로도 응대할 수 있다는 뜻인가요?


과연 범죄붕당에게 나라의 운명을 맡겨도 되는 것일까요?


각주구검입니다


보검은 강 가운데 있는데 뱃전에 표시해 둔 곳을 나루터에서 찾은들 어찌 칼이 나오겠는가?


강물은 흘러

이미 바다 깊숙이 잠들었는데

이미 꼰대들이 즐기며 놀던 시대가 아닌데

어찌하여

옛 것을 찾으며

옛 것으로 민초위에 우뚝 서겠다는 것일까?


이 나라에 건설적, 긍정적 미래가 보이시나요?


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려할까요?


저 토끼보다도 못한 국개의원과 행정부 나리들

제발 정신 좀 차리시라요

제발 민초를 위한 일 좀 하시라요

제발 국가의 백년대계를 챙기시라요


별주부전의 결론은 결국

여든

야든

부패 무능한 지배층을 꾸짖는 것일 겁니다




그런데요


이곳이 바로 별주부전의 전설이 탄생된 원산지라는 것 아닙니까!


하지만

이곳 스토리는 우리가 아는 것과 살짝 다른 뉘앙스입니다

서글픈 새드 앤딩인데요


우선 별주부는 자라가 아닌 거북이고요


용궁에서 천신만고 끝에 거북이의 등에 업혀서 육지로 나온 토끼는 달빛에 반사된 월등도의 그림자를 보고 성급하게 뛰어내리다가 바다에 빠져서 죽어 버렸답니다

그 자리가 섬이 되어 지금의 토끼섬이 되었고


토끼가 죽어 버리는 바람에 거북은 용궁으로 돌아 간들 토끼의 간을 놓쳤으니 벌을 받을 게 뻔하여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으니 바로 지금의 거북섬이라는 거죠


한편

아내 토끼는

남편 토끼가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면서 목을 빼고 그리다가 죽어 버렸으니 지금의 목섬이 되었다고 합니다



반면에

해피 앤딩의 전설도 있습니다


토끼는 무사히 도망쳐서 살아났으니 해피


거북이는 토끼를 놓쳐서 상심하고 있던 차 옥황상제가 그의 갸륵한 마음을 높이사서 신약을 내려주었고 그 약을 용왕에게 받쳤으니 높은 벼슬을 얻어서 해피


용왕은 신약을 먹고서 병이 나았으니 역시 해피



사천의 서포면 비토섬 일대가 사천의 새로운 관광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하여 탐방해 보았는데요


지금도 뭔지는 모르지만 굴삭기가 부지런히 삽질을 하고 있더이다


도로변에 벚나무가 많은 것으로 봐서 벚꽃이 만발할 봄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 같고

부응하여 펜션도 부지기수였습니다


1년 전에 신수도를 탐방한 바가 있습니다만


링크 : 신수도

https://story.kakao.com/_eTZCf4/9Cj8Uy0LED0


삼천포-창선 대교를 경계로

북서쪽은 옛 사천군에서 제일 큰 섬 비토섬이 있고

남동쪽으로는 구 삼천포시에서 제일 큰 섬 신수도가 있습니다


사천군과 삼천포시가 통합되어 사천시로 거듭난 지금의 신수도는 두 번째 섬으로 밀려났죠


각종 블로그를 보면 사천시에서 신수도가 제일 큰 섬으로 묘사되고 있으나 이것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비토섬의 특산물은 [굴]인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에 굴을 까는 현장이 있고 덩달아 1kg에 17,000원 하는 굴을 한 봉지 사서 저녁 식사와 함께 원 없이 먹었답니다


굴을 까는 아낙에게 굴값을 적게 받아서는 안 되겠습니다 많이 받으세요 했더니 알아줘서 고맙다더군요


혹여

사천시 서포면에 가시거든 굴을 꼭 사 드시라 권하고 싶습니다



성탄일에 탐방한 비토섬의 간조 시간은 11시 11분이었죠

물이 충분히 빠진 터라 트레킹 하기는 안성맞춤이었으나 그닥 볼품이 없다는 게 흠이었습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으나 많이 탐방해 본 다른 섬에 비하면 특색 있는 뭐가 없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곳이

삼천포의 와룡산과

하동의 금오산 사이에 딱 중간쯤 되는 위치인 듯



그 빈약함을 메우려고

곤양 다솔사로 향했습니다


다솔사에 대한 소개는 예전 포스팅을 링크해 놓습니다


링크 : 다솔사(2020-10-01)

https://story.kakao.com/_eTZCf4/E5YYEO1gST0


하필이면

성탄절인데 굳이 절에 가야 했나 싶겠지만


저는 가진 종교가 없으므로 호불호 또한 없습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다솔사 경내에 들어서면 왠지 포근한 느낌이 듭니다

아담하면서도 역사적 큰 이력이 있고


옴마니 반메홈이 울려 퍼지는 적멸보궁의 은은함이 듣기에 싫지가 않았습니다


보시를 하지도 않았는데

달력을 챙겨 왔답니다

음력이 표시되어 있고

풍경사진이 걸맞아서 얼씨구나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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