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에게 한동안 무심했었나 보다. 기침이 심하다. 사람은 입으로 말하는데 사람의 몸은 몸으로 말한다. 아프고 피곤하면 무언가 안 좋다고 몸이 말하는 것이다. 몸에 이상이 오는 것은 갑자기 오지 않는다. 오랫동안 몸안에 축적된 그 무엇인가가 하소연하는 소리를 인간은 듣지 못하고 몸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터져 나올 때 인간은 알아차린다. 알아차려도 설마 설마 하며 차일피일 미루며 산다. 조금씩 불편할 때 미리미리 검사를 해야 하는데 몸이 하는 말을 무시하며 살다가 큰 일을 당하곤 한다.
특별한 증상은 없는데 숨을 쉬면 기침이 난다. 앉으면 심하게 나고 서 있거나 돌아다니면 조금 덜 하고 누워서 잠잘 때는 괜찮다. 아프지도 않고 열도 없다. 쿠바 여행 때 호텔의 에어컨이 너무 차서 하루 이틀 추웠지만 감기가 걸린 것도 아닌데 집에 온 후 시작된 기침이 벌써 3주째 계속된다. 시작한 지 일주일 후에 의사를 찾았는데 "폐렴도, 기관지염도 아니니 물 많이 마시고, 심하면 기침약을 복용하지만 염증이 없으니 마이신은 필요 없다." 하여 인터넷을 찾아보며 기침에 좋다는 음식을 먹고 마셔 보지만 효과는커녕 기침은 점점 심해져 간다.
기침이란 참을 수도 없고 감출 수도 없는 것이라서 시도 때도 없이 해야 되는데 누구를 만나는 공공장소에서는 참으로 곤란하다. 기침을 하면 사람들은 혹시 감염이라도 될까 해서 한발 뒤로 물러선다. 다행히 아무런 이물질이 없는 마른기침이라서 손수건이나 휴지로 입을 막고 기침을 하지만 기침소리가 크다 보니 여러 가지로 불편하다. 무언가로 목을 꼭꼭 찌르는 것 같기도 하고 숨을 쉬면 갑자기 기침이 나고 기침을 하면 온 몸의 근육을 다 움직이니 여기저기 뻐근하다. 오장육부가 흔들려서 그런지 평소보다 화장실도 더 가야 한다. 가슴뼈도 아프고 목구멍도 아프고 목소리도 쉬고 말하기도 힘들다. 어딘가 이상이 있어 몸져누운 것이 아니라서 다행이지만 기침하는 고통도 여간 힘들지 않다.
내게는 기침으로 고생했던 아픈 경험이 있기에 기침을 하면 그때 힘들었던 기억이 떠 오른다.
10여 년 전 거의 1년을 넘게 기침으로 고생한 적이 있다. 기침 때문에 의사도 여럿 만나고 검사도 여러 가 지하고 약도 무척 많이 먹었다. 그때 당시 식당을 운영할 때였는데 백약이 무효라 하루에도 수십 번씩 기침이 나면 손님이 보지 않고 듣지 못하는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진정시키고 하였다. 심하면 진땀도 나고 목이 찢어질 듯 아프고 하물며 속옷까지 젖기도 하였지만 그 누구도 나의 기침을 멈추게 하지 못했다. 천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검사도 해 보았지만 그것도 아니라니 그저 기침이 나오면 끝날 때까지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하루 저녁을 먹고 자려는데 갑자기 옆구리 밑에 배가 쓰려오기 시작했다. 앉지도 서지도 못하게 아픈데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아이들의 부축을 받고 응급실로 갔다. 한참을 기다린 후 검사를 하고 사진을 찍고 결과를 기다리며 링거를 맞고 있는데 의사가 들어왔다. 나를 검진하던 의사는 검사 결과로는 "특별한 이상이 없고 장에 숙변이 있다."며 설사약을 처방해 주었다. 집으로 돌아와 처방대로 약을 먹고 화장실을 다녀온 후 배 통증은 사라지고 기침도 더 이상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하여 1년 넘게 고생하던 기침이 멈추었는데 이번에도 어쩌면 같은 문제가 아닌가 한다.
이곳의 병원 체제가 특별한 이상이 없는 이상 약을 안 먹고 치료하게 한다. 하다못해 설사 약도 의사 처방을 받아야 하여 이런저런 검사를 거친 후에야 가능할 것 같아 나름 걱정이 된다. 기침이 나면 배도 아프고 목도 아프다. 기침에 좋다는 도라지도 삶아 먹고 생강차도 끓여 먹었지만 효과가 없다. 콩나물을 꿀에 삭혀서 먹기도 했고 배도 꿀에 재어 먹기도 했는데 기침은 멈추지 않는다. 이렇게 오랫동안 기침을 하니 괜히 방정맞은 생각도 난다. 어딘가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등도 아프고 갈비뼈도 통증이 심하다. 어쩌면 나는 내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살았나 보다. 잔소리도 약이 되니 잘 들어야 한다는데 몸이 하고 싶어 하는 말을 무시하며 살았나 보다.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한없이 나는 기침 때문에 서서 쓰고 있는데 지금부터라도 몸이 하는 말을 귀여겨듣고건강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