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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Jun 10. 2022

괜찮다 생각하니 세상 편하다



세상만사 괜찮다고 생각하며 산다. 이것저것 이유를 묻고 따지지 않고 살지 않으면 나만 피곤하다. 안달하고 걱정한다고 상황이 바뀌지 않는 현실을 곧이곧대 로 받아들이면 하루도 살 수 없다.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넘어가지 않으면 잠시도 견디지 못한다. 눈을 뜨면 만나는 문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의 문제들이 얽히고설켜서 해결점이 안 보인다. 서로 상대방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잘못을 전가하는 내로남불의 현실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서로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상대방의 행동을 꼬투리 잡아내며 사는 모습이 보기 싫다. 잘되는 집안이나 안 되는 집안이나 집안싸움을 하면 그 집안은 망조로 간다. 조금 잘 되면 싸우고 조금 안돼도 싸우다 보면 되는 일이 없다.


서로를 이해하지 않고 서로의 흠집을 찾아내려 한다면 되던 일도 안된다. 좋으면 말뚝에다 절을 하고 싫으면 뒤꿈치도 미워 보이는데  결국 서로 보지 않고 원수가 된다. 이런들 어떠리 저런들 어떠리 하며 살면 좋은데 그게 안된다. 모자라고 부족해도 그러려니 하면 되는데 그렇게 살 수가 없다. 하늘이 찌푸리면 비가 오려나보다 생각하고 비가 오면 비가 끝이기를 바라며 다른 무언가를 하며 살아야 하는데 비가 온다고 투정을 한다. 불어오는 바람을 막을 수 없다. 세상에 생겨나는 모든 일들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길을 가다가 차가 막힐 때는 사고가 났거나 공사 중이다. 누군가의 방해로 일이 마음대로 안 풀릴 때는 신경질이 나지만 생각을 바꿔본다.


빨리 끝나고 집에 가서 편하게 발 뻗고 있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같다. 배가 고프고 힘든 것도 똑같다. 신경질이 난다고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괜히 방해하는 사람이 미워 혼자서 안달할 뿐이다. 매번 장 보러 가면 내 순서가 되어 돈을 내려고 하면 내 앞에서 직원이 돈통을 바꾸는 일이 생겨나 기다리게 된다. 얼른 돈을 내고 빨리 나가고 싶은데 내 생각하고는 정반대로 꼭 문제가 생긴다. 화를 낸다고 상황이 바뀌지 않는데 속이 상한다. 계산이고 뭐고 다 던지고 그냥 가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기다리며 계산을 하고 나온다.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지만 매번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성질이 난다.


그래서 생각했다. 아마도 내가 제시간에 계산을 하고 밖에 나갔다면 가다가 무슨 사고가 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기다리게 된 시간이 너무나 고마웠다. 세상사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나쁜 일도 뒤집어보니 좋은 일이 되는 것 같다. 사기를 당해서 작은 돈을 잃고 속상해 있는데 그런 일로 더 조심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면 덜 속상하다. 물론 나쁜 일이 없으면 좋지만 세상사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얼마 전 갑자기 찾아온 지인이 돈이 필요한데 돈을 조금만 빌려달라고 해서 선뜻 내주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놀음꾼이었다. 많지 않은 금액이기 때문에 그냥 털렸다 생각하고 말았지만 그 나름대로 배움이 있었다. 그 사람이 그 돈을 갚으며 계속 오고 가다가 신용을 쌓은 뒤에 믿게 하고 더 많은 돈을 빌려 주었으면 더  손해를 입었을 것이다.


차라리 적은 돈을 빌려주고 적은 손해를 입은 것이 다행이라 생각하니 돈을 갚지 않은 그 사람이 고마웠다. 살다 보면 자신 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 한 고마운 일이다.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조심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일은 생각한 대로 되지 않아 모르고 속고, 알면서도 속는다. 싫다고 하지 못하는 마음을 알고 접근하는 사람이 있고 교묘한 방법으로 사람을 속여서 뽑아가는 사람도 있다. 진짜 같은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이라 진짜가 가짜로 오해받기도 한다. 투자를 하면 큰 이익으로 돌아올 거라고 속이는 투자회사가 있다. 처음 몇 달은 또박또박 이자를 지급하여 신뢰를 얻은 다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취를 감추고 사라진다.


그런 사건이 자주 생기다 보니 정말 좋은 상품이 있어도 믿을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라고 한다. 돈이 없어도 빚투를 장려하고 빚으로 집을 사며 돈을 불려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모험 없이는 매일 그타령이라고 무리를 하고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도 많다. 한 달 벌어 알뜰하게 쓰고 남은 돈을 차곡차곡 저금하는 사람들은 결국 집 한 채 갖지  못 한 채로 세월만 보내게 된다. 운이 좋아서 투자가 잘 풀리면 좋은데 쉽지만은 않다. 특별히 돈 버는 재주가 없는 나는 그나마 집값이 오르기 전에 집을 샀기 때문에 집이라도 지니고 산다.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지금은 집을 산다는 것이 꿈같은 일이다.


33년 전 우연히 집을 사게 되어 지금까지 살고 있는데 그때 집을 정말 잘 샀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에 지은 집이라서 목재가 튼튼하여 오래도록 살아도 문제가 없고 싫증이 나지 않아 좋다. 그동안 더 큰집으로 옮겨볼까 하고 돌아다녀 보았지만 허우대만 크고 집값이 비싸기만 한데 나이 들었어도 아늑한 우리 집이 더 좋아 계속 살고 있다. 창문이 많아 밝고 햇볕이 잘 들어오고 집 주위에 나무가 많아 공원 같고 새들도 많다. 우연한 기회에 산 집인데 오래될수록 편안하다. 새로 지은 집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남편과 내가 사는데 적당하다.


집도, 투자도, 사람도, 운이 맞아야 한다는 말처럼 지나친 허세는 그만한 값을 치러야 한다. 그저 만사가 좋다 생각하고 세상사 다 괜찮다 생각하며 살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세상은 변하고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아지고 있다.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살다 보니 다 좋게 된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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