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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Jun 13. 2022

숲이 주는 행복을 만나고 왔다



며칠 만에 나와 숲 속을 걸어본다. 눈부신 초록의 자연으로 가슴이 활짝 열린다. 그저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다. 숲은 온통 초록의 물결로 춤을 추고 살아 움직인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아무것도 없던 숲이 이제는 빈 가지를 찾아볼 수 없다. 온갖 여러 가지 풀들은 땅을 덮고 자라고 떠날 때 무언가 흔적을 남기려고 최선을 다한다. 사람들이 정성을 들여야 자라는 채소가 비싸다고 하는데 먹지 못하는 풀 들은 물을 주지 않아도 잘 자란다. 보라색, 분홍색, 하얀색, 여러 가지 작은 꽃들이 여기저기에 피어나 지나가는 나의 눈길을 끈다.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본다. 이런 예쁜 꽃들이 아무도 모르게 피었다 지면 이 아름다운 여름도 자리를 내주고 떠날 것이다.


신록이 우거진 숲은 새들과 다람쥐들의 놀이터다. 다람쥐들은 나무를 오르내리며 숨바꼭질을 하고 새들은 나름대로의 고운 소리로 자신을 드러내며 구애를 하고 그들 만의 언어로 소통한다. 오래도록 끊임없이 애절하게 짝을 부르는 소리가 너무나 애달퍼서 목을 빼고 새를 찾아본다. 나무속에 앉아서 노래를 하는 새는 무슨 생각을 할까? 사람도 누군가가 그리우면 저토록 슬프게 가슴으로 울 것이라 생각하니 말 못 하는 동물을 조금은 이해가 된다. 눈이 하얗게 쌓여있던 숲 속은 맨땅이 보이지 않는다. 생명이 있는 것들은 땅을 뚫고 나오고 기어 다니고 날아다니며 살아간다.


어느새 여름이 깊어져 모기들이 걸어가는 우리맹공격을 한다. 그들이 사는 지역이라고 텃세를 하는 것 같다. 모자를 벗어 쫓고 손으로 쫓아도 막무가내로 덤벼든다. 걷다 보면 유난히 모기가 많은 곳이 있고 모기가 전혀 없는 곳도 있어 모기를 보면 빠른 걸음으로 벗어나야 한다. 나무들도 같은 종류끼리 자라듯이 풀들도 같은 풀끼리 떼를 지어 산다. 길가에 민들레가 노랗게 피어 바람결에 흔들린다. 눈이 녹으면 양지쪽에 제일 먼저 자라는 민들레인데 지난주에는 노랗게 피어 예뻤는데 벌써 홀씨로 날아다닌다. 민들레 꽃대만 남은 들판이 보기 흉하지만 그것도 여름이 오고 가는 과정이라 무어라 할 수 없다. 꽃이 핀대로 계속 있는다면 꽃을 귀하게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꽃이 피기를 기다리고 꽃이 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세월을 느끼며 산다.


온 숲이 초록으로 물들고 계곡에는 물이 흐르고 오리들은 한가로이 물을 따라가며 논다. 자연 속에 있다 보면 시간도, 세월도 잊고 자연과 대화하며 걷는다. 한 여름 에는 녹음이 져서 숲 속의 오솔길이 좁아져서 숲에 사는 짐승들의 차지가 된다. 산책로를 걸으며 사방을 쳐다보며 하늘을 올려다보면 마치 내가 깊은 산에 들어온 기분이 들 정도로 깊은 숲이다. 나무들이 빽빽하여 아무리 더운 날도 서늘하다. 사람들 별로 많이 걷지 않는 이곳은 어떤 날은 우리가 걷는 동안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할 때가 많아서 시끄러운 도시 소음을 벗어나 깊은 산속에 있는듯하다.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리는 소음들이 거슬리는 것을 보면 깊은 곳이 틀림없다. 도시 한복판에 이런 숲이 여러 군데 있다. 일할 때는 갈 시간이 없어서 엄두도 못 내고 살았는데 퇴직을 하고 여러 군데 다녀 보았는데 갈 때마다 새로워 자주 찾는다. 계절과 날씨 그리고 기분에 따라 다른 숲은 그야말로 이곳의 특별하고 자랑스러운 명소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록키산맥이 가까이 있어 휴일에 퍼나 밴프를 자주 갔는데 이제는 가까운 숲이 좋다. 오래 운전하고 갈 필요 없이 아무 때나 가고 싶을 때 가서 걸을 수 있기에 더 좋다. 멀리 가야만 좋은 여행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가까운 곳에도 이렇게 좋은 곳이 많아 행복하다.


이곳에 노스 사스카추원 강이 흐르는데 강가를 걸어보면 세계 어느 곳보다 더 아름답다. 강북 쪽으로는 다운타운이 있어 온갖 멋진 빌딩이 보이고 아름다운 골프장이 있다. 온갖 나무와 산짐승들이 사는 숲은 사슴과 새들이 놀고 코요테가 걸어 다니며 강가에는 낚시꾼들이 낚시를 하며 세월도 낚는다. 차 타고 보는 세상은 차들만 보였는데 걸으며 보는 세상은 그야말로 신비롭다. 바쁘게 앞만 보고 살 때는 보이지 않던 세상이 걸어보니 다르게 보인다. 사람이 태어나 사는 동안 먹고살 걱정에 정작 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하고 살다가는 사람이 많다. 젊어서는 더 잘 살기 위해 뛰다 보면 삶의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살다가 나이가 들게 된다.


사는 동안 조금 모자라고 부족해도 만족하면 행복을 만나는데 뒤처지는 것 같아서 안달하면 마음만 불안하다. 더 갖기 위해, 더 높아지기 위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할 필요 없다. 삶은 어차피 지나가는 과정이기에 좋은 것도, 힘든 것도 지나간다. 오솔길을 따라 걷다가 넓은 산책로로 통하는 길이 나와 걸어본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산책로 가까이 사는 사람들이 조깅을 하고 자전거를 타며 지나간다. 한가로운 일요일의 오후가 주는 평화 속에 하루가 간다.
숲이 주는 행복을 만나고 왔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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