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맑고 청명하고 바람 한 점 없이 무척 덥다. 소나기가 한번 시원하게 쏟아지면 좋겠다. 매일 비가 온다고 투덜댔는데 비 온 흔적 없이 땅이 바싹 말랐다. 태어나서 늙고 떠나면 흔적이 없듯이 순간 속에 살아간다. 그렇기에 살아있는 지금 즐겁게 살아야 한다. 사는 동안 먹는 즐거움은 그만큼 중요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사람들은 행복해한다. 미식가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멀리 가는 것을 즐거움으로 생각하고 마다하지 않는다. 그만큼 먹는 즐거움이 크다. 매일 먹는 것이 음식인데 질리지 않고 평생 먹고사는 것을 보면 음식의 매력은 끝이 없는 것 같다. 한두 번 먹고 싫증이 나는 음식이 있는 반면에 먹을수록 맛있는 음식 중에 하나가 찌개 종류이다.
김치찌개, 두부찌개, 호박찌개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 생선찌개는 언제 먹어도 좋고, 오래 먹어도 질리기는커녕 나이 들수록 더 좋아한다. 오래전 지독한 감기 몸살이 걸렸던 적이 있다. 온몸이 아프고 두통에 감기 기운까지 있어서 목이 아픈데 얼큰한 매운탕 한 그릇이 먹고 싶어 식당에 들렀다. 매운탕을 시켰는데 마침 식당이 한가한 시간이라서 그런지 금방 먹을 수 있었다. 보글보글 끓는 매운탕 한 숟갈을 떠먹는데 바로 내가 원하던 그 맛이었다. 뚝배기에 나온 매운탕을 먹으며 온몸에 땀을 내며 맛있게 먹고 나서 감기몸살이 뚝 떨어졌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몸이 안 좋고 찌뿌둥하면 그 매운탕을 가서 먹곤 했는데 식당이 문을 닫았다. 감기 기운으로 몸이 무거운데 이 더운 날씨에 그 매운탕이 먹고 싶다. 마침 생선도 있고 여러 가지 재료가 있으니 한번 맛있게 끓여 봐야겠다.
매운탕은 국물이 맛있어야 찌개가 맛있다.
국물은 뭐니 뭐니 해도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만드는 것이 시원하고 깔끔하다.
국물이 끓는 동안 야채를 적당한 크기로 썬다.
감자와 호박 양파와 버섯 그리고 두부와 파를 썰어 놓는다.
매운탕은 역시 매운 고추가 들어가야 톡 쏘는 맛이 있다.
국물이 다 되면 다시다와 멸치는 꺼낸다.
국물에 고춧가루 고추장과 된장 조금을 넣고
국물이 끓을 때 썰어놓은 야채와 두부를 넣어 끓인다.
센 불로 팔팔 끓인 다음 중불로 야채에 간이 밸 때까지
한소끔 끓인 다음 준비된 생선을 넣어 끓이며
소금과 간장으로 간을 한다.
마지막으로 마늘과 생강을 넣어
한소끔 더 끓이면 맛있는 매운탕이 완성된다.
생선 비린내를 잡으려면
먹을 때 레몬이나 초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된다.
어려워 보이지만 한두 번 해보면 너무나 쉬운 게 매운탕이다. 물론 식당에 가서 먹으면 편하고 좋지만 갑자기 먹고 싶을 때는 집에 있는 재료를 넣고도 맛있게 끓일 수 있는 것 또한 매운탕이다. 순두부 조개찌개를 비롯하여 동태 찌개도 맛있고 조기 매운탕도 맛있다. 결혼 전에 조기 매운탕을 유난히 좋아해서 손가락을 빨아가며 생선을 발라 먹었다. 결혼하여 첫아이를 가졌을 때 심한 입덧으로 오랫동안 고생했는데 친정엄마가 만들어주신 조기 매운탕으로 입덧이 없어졌던 기억이 새롭다. 계절마다 나오는 제철 생선을 사서 해 먹으면 잃었던 입맛도 찾고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도 몸이 풀린다.
요즘에는 재료가 풍부해서 여러 가지 찌개를 먹을 수 있다. 더우면 더운 대로 이열치열로 먹고 추울 때는 추위를 이길 수 있다. 등산이나 캠핑을 가서 손쉽게 해 먹을 수 있는 맛있는 매운탕의 매력은 끊이지 않는다. 어릴 적 친구들과 등산 가서 해 먹던 매운탕 맛은 잊히지 않는다. 요리라고는 해보지 않은 아이들이지만 엄마가 해주시던 맛을 기억하여 이것저것 넣고 끓여서 먹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맛이 있던 없던 뜨끈한 밥과 찌개만 있으면 맛있던 그때가 그리워진다.
피곤한 것도 모르고 돈을 아끼기 위해 밤 열차를 타고 여행을 다니던 생각이 난다. 이른 아침에 산 입구에 도착하면 배가 고프다. 밥을 하고 찌개를 끓여서 먹는 그 맛은 정말 꿀맛이다. 생선이나 고기를 넣지 않아도 멸치 몇 마리만 넣어도 맛있는 찌개는 우리 한국인만의 요리다. 특별한 재료가 정해지지 않고 넣고 싶은 재료를 넣고 고추장만 넣고 끓여도 구수한 찌개 냄새는 입안에 침이 고이게 한다.
먹으면 먹을수록 맛있는 매운탕의 매력은 한없이 구수한 한국인을 닮았다. 술도 못 마시는 남편은 내가 매운탕을 끓이는 것을 보며 막걸리 생각이 난다고 농담을 하며 좋아한다. 매운탕을 먹고 땀을 흘리면 몸안의 모든 불순물이 다 나와서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역시 매운탕의 사랑은 한국인의 사랑이고 감기 몸살에는 매운탕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