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이 식탁에 올라왔다

by Chong Sook Lee



더운 날이지만 나무 아래에 있는 그네에 앉아서 흔들거리며 놀고 있으니 견딜만하다. 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살랑살랑 불고 나뭇잎들은 바람 따라 흔들거린다. 텃밭에 야채들이 더워서 목말라해서 물을 흠뻑 주니 싱싱하게 살아난다. 며칠 동안 비가 와서 채소들이 부쩍 자랐다. 깻잎 쑥갓 아욱 그리고 부추가 실하게 자라서 먹음직하다. 며칠 전 지인이 준 상추와 텃밭에 있는 야채를 뜯어서 씻어보니 소쿠리로 하나 가득이다. 거기에 지인이 가져다준 마늘종도 있다.


상추는 잘라서 고추장에 무치고 깻잎은 양념간장을 만들어서 한 장 한 장 먹기 쉽게 해 놓았다. 마늘종은 살짝 삶아서 고추장에 무치고, 쑥갓은 생으로 고추장에 찍어먹을 것이고, 지난번에 담근 고추장아찌는 양념을 해서 무쳤다. 아욱은 된장 조금, 고추장 조금 넣고 국을 끓였다. 금방 새로운 반찬이 여러 개가 생겼다. 이제 밥하고 국을 떠서 금방 만든 반찬들과 먹으면 된다.


텃밭이 식탁으로 이사 온 것 같다. 싱싱한 채소를 보니 입맛이 돋는다. 하늘이 햇빛을 주고 비를 내리고 땅이 채소의 싹을 틔우며 사람들은 정성을 다해 길러서 맛있게 먹는다. 아무것도 없는 땅에 깨알 같은 작은 씨가 자라서 사람들의 양식이 된다. 인생은 돌고 돌고 세상도 돌고 돌고 뿌리고 거둔다. 작년에 달랑 하나만 피었던 데이지는 가을에 저 혼자 씨를 뿌리고 올해는 무더기로 피었다.


앵두나무 앞에 자리를 잡고 바람 따라 출렁거리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볼 때마다 소담스럽게 핀 모습이 예뻐서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하나가 열이 되고 열이 백이 되고 천이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도 씨를 뿌리며 농사를 짓는 것과 같다. 친절을 베풀며 좋은 일을 하는 것이 남을 위함도 있겠지만 자신을 위함이다.


봄을 기다리다 지칠 무렵에 봄이라고 오지만 춥고 바람이 불어 봄 같지 않았다. 꽃 한 송이 피어나지 못한 채 봄이 가고 여름이 되어서야 제대로 된 봄 날씨가 된다. 초여름에 겨우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기다리다 보면 손톱만 한 싹이 나온다. 자라면 좋고 안 자라면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이에 하늘이 주는 햇볕으로 조금씩 자라나는 채소들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신기하다.


친구가 준 오이 모종을 신주 모시 듯하며 잎이 올라갈 수 있게 기댈 목을 대 주었더니 노란 꽃이 여기저기 피어나며 오이가 달린 것을 본다. 아직은 아기 손가락보다 작고 가는 오이이지만 자꾸 보고 싶어 들여다본다. 잎이 가려서 오이가 자라지 못할까 봐 햇볕이 들어오게 커다란 잎을 잘라주며 잘 자라라고 속삭인다. 사 먹어도 되지만 자라는 모습이 너무 좋다. 그래서 사람들이 농사를 짓나 보다.


조그만 텃밭이지만 농사를 짓다 보니 농부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날마다 들여다보고 풀을 뽑아주고 물을 주며 잘 자라기를 희망하는 마음속에 행복이 온다. 마치 새록새록 예쁘게 자라는 어린아이들을 보는 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예쁘게 자라서 식탁에 올라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텃밭 채소를 먹으며 노고를 잊는다.


날이 가물고 병충해가 많은 해는 너무 걱정스러워서 다시는 아무것도 심지 않는다고 결심하지만 봄이 오면 다 잊고 또 씨를 뿌리게 된다. 인생살이 힘들어도 결혼하고 자식 낳고 살아가는 것과 다름이 없다.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도, 아픔을 안고 사는 사람들도 여전히 삶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가듯이 삶은 이어진다. 텃밭이 식탁으로 이사 온 것 같은 밥상을 보며 더없이 기쁘다. 마음과 정성을 다하면 그만한 대가가 되어 돌아오듯 땅은 거짓말을 안 한다. 삶은 뿌린 대로 거두고 준만큼 받는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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