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하는... 동네 한 바퀴

by Chong Sook Lee



비가 올 듯 하늘이 흐리다. 바람이 불어 약간 추운 느낌이 든다. 이런 날은 산책을 나가지 않고 집에서 있고 싶지만 건강을 생각해서 가까운 거리라도 걷는 게 좋다.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며칠 동안 집에 있었더니 근육이 줄어드는 것 같아 문밖을 나선다. 가벼운 조끼를 하나 걸치고 공원 쪽으로 걸어간다. 멀리 가나, 가까운 곳에 가나 자연과 함께 하는 것은 다 똑같다. 새로운 것을 찾아 멀리 가면 오가는 시간 동안 거리 구경, 사람 구경을 하지만 동네에서도 찾아보면 여러 가지 좋은 구경거리가 많다. 어디 가나 차들이 있고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건물이 있고 나무들이 있어 특별히 다르지 않다. 일요일 아침이라서 길은 아주 조용하다. 성당 옆으로 지나간다. 많은 차들이 성당 앞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다. 코로나로 인하여 모임이 자제되어 성당조차 문을 닫았는데 일상으로 돌아간 모습이 사람 사는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2년이 넘는 세월 동안 빼앗겼던 일상을 되찾아 너무 좋다. 길이 아주 한가롭다. 멀리서 한 여자가 개 한 마리를 데리고 걸을 뿐 거리에는 차 몇 대가 지나간다. 이곳은 사람 구경하려면 쇼핑센터에나 가야 할 정도로 거리에는 사람들이 별로 안 다닌다. 33년 전 한국에 사시던 시어머니가 방문 오셨다. 다들 나가고 하루 종일 집에서 계시면서 심심해서 뜰에 나가 앉아계셨다. 버스가 어쩌다 한 대씩 지나가고 걸어 다니는 사람이 없어 이상했다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고작 사람 구경은 길 건너 학교에 가면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밖에 나와 노는 것뿐 사람들은 보통 뜰이나 집안에서 활동한다. 잔디를 깎거나 바비큐를 하며 가족끼리 식사를 하고 자동차를 타고 나가는 이들의 생활방식이라 하루 종일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학교 빌딩을 지나 운동장에는 축구팀이 운동을 한다. 끝이 보이지 않은 넓은 운동장에서 맘껏 뛰어노는 학생들이 보인다. 어렸을 때 학생수가 너무 많아 방송으로 조회를 했던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난다. 운동장이 너무 작고 풀하나 없이 흙으로 된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바글대며 운동을 하던 체육시간이 눈에 보이듯 선하다. 참으로 가난했던 한국이었는데 지금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발전하여 가는 곳마다 아름답고 멋있다. 사진으로 홍보되는 멋진 한국의 관광지는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며칠 전 서민 갑부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충청도 바닷가에서 식당을 하여 수십 억대를 버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들이 구름 떼 같이 몰려들고 싱싱한 조개를 구워 먹으며 행복해하는 것을 보니 언젠가 나도 한국에 가면 가서 먹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바다가 없는 이곳은 해산물이 값이나 맛이 한국과 같지 않아 눈으로 맛있게 먹으며 재미있게 보았다.


바람은 무심히 지나가고 모기들은 보이는 대로 달려든다. 얼굴과 팔다리 할 것 없이 엄청 물렸다. 가려워서 굵다 보면 빨갛게 부풀러 올라서 긁지도 못하고 참는다. 올해는 시에서 모기약을 뿌리지 않아서 그런지 오나가나 모기와 전쟁을 한다. 파란 잔디가 카펫처럼 예쁘게 깔려있고 바람은 산들산들 불어온다. 조끼를 벗고 걸어도 덥다. 비가 올듯해서 긴 옷을 입고 나왔더니 땀이 난다. 조금 추운 듯해도 걷다 보면 더워지는데 후회가 된다. 깨끗하게 정비된 커다란 공원에는 몇몇 사람이 걸어 다닌다. 이렇게 좋은 공원이 집 가가이에 있어 정말 좋다. 가는 길에 있는 슈퍼에 잠깐 들려본다. 식용유 가 세일을 해서 한 병 사 가지고 걷다 보니 공원 아래쪽에 커다란 호수가 하늘을 안고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리 가족이 헤엄을 치고 있어 가까이 보고 싶은 마음에 가까이 가본다. 대장 오리가 앞장을 서서 가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어미 오리가 새끼 오리들을 데리고 물살을 가르며 한 줄로 온다. 강남 갔던 오리가 언제 올까 했는데 어느새 새끼를 낳아서 저만큼 자랐다. 호수 물이 맑아서 옆에 서 있는 나무들이 거울처럼 예쁘게 비춘다. 초록색의 들판을 걷다 보니 이제 꽃을 피우는 나무를 보았다. 키가 작은 나무인데 가지가 휘도록 하얀 꽃이 하얗게 피었다. 7월 중순에 꽃이 피는 나무는 처음 보았다. 꽃을 이제 피었으니 언제 열매를 맺을지 모르겠다. 어떤 나무들은 벌써 색이 변하고 있는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피어서 다행이다.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니는 아름다운 공원을 걸으며 탁 트인 들판을 보니 가슴까지 시원하다. 젊은 부부가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걸어 다니고, 운동하던 부인들이 의자에 앉아서 점심을 먹으며 무엇이 그리 좋은지 연신 웃는다. 재미있는 시간을 갖는 그들의 모습에서 평화를 본다. 천천히 걷는다. 하늘을 보고 뭉게구름을 보며 남편과 함께 하는 급할 것 없는 이 생활이 좋다. 걷고 싶을 때 걷고, 자고 싶을 때 자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지금이 좋다. 햇살은 눈부시고 비둘기들이 하늘을 신나게 날아다닌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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