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따르면...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지켜준다

by Chong Sook Lee



날씨가 변덕스럽다. 구름이 덮여서 하늘이 낮게 내려앉아 마치 안개가 낀 듯이 음산하다. 비가 올 것 같다가 다시 해가 반짝 뜨고 덥고 후덥지근하다. 비가 올 듯 말 듯하더니 바람만 분다. 마가목 나무 아래에 야전 침대를 놓고 그 위에 누워서 하늘을 본다.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난데없는 새털구름이 하늘을 하얗게 덮는다. 바람이 불면 추운 듯하다가 햇볕이 비추면 덥다. 비가 온다고 했는데 안 올 모양이다. 비가 오나 안 오나 상관없다. 이렇게 뒹굴뒹굴하다가 비가 오면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면 된다. 할 일은 많은데 머릿속으로만 한다.


구름이 오고 가고, 바람이 오고 가고, 덩달아 세월도 오고 가며 꽃이 피고 진다. 시들을 것 같지 않은 꽃들이 시들고 땅에 힘없이 떨어져 있다. 그렇게 아름답던 모습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이 초라하고 흉하기만 하다. 목련꽃이 생각난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목련꽃이 사들은 모습은 차마 볼 수 없이 흉하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하는 말이 맞다. 피고 지고 새로운 것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사라지고 없는 것들이 만들어진다. 바람이 분다. 좀 전에 왔던 바람이 아니고 새로운 바람이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창조주의 명령에 따라 모든 것은 이루어진다. 삶이 내 것 같아도 주인은 따로 있다. 올 때를 알아 보내주고 갈 때를 알고 거두는 손길이 있다. 머물고 싶어도 때가 되면 떠나야 하고 가고 싶어도 가야 할 때가 와야 갈 수 있다. 세상 만물은 처음이 있고 끝이 있듯이 운명이 다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서둘러도 안될 일은 안되고, 천천히 해도 될 일은 일사천리로 해결된다.


자연은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급하게 가고 싶다고 빨리 가지 못하고 가지 말라고 하는 세월은 간다. 기다리는 마음은 인간의 어리석은 마음일 뿐 자연은 제 속도를 지킨다. 엊그제 내가 사는 곳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작은 도시 두 군대에 토네이도가 와서 주먹만 한 우박이 고속도로에 떨어진 사건이 있었다. 그날은 하루 종일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한 날씨였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차들도 많았는데 맑았던 날씨가 10여분 사이에 시커먼 먹구름이 나타나더니 비바람이 불고 우박이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멀쩡하던 하늘에서 떨어지는 우박을 피할 수 없고 유리창이 깨지고 차들은 충돌하여 엄청난 큰 사고로 이어졌다.


고속도로였기 때문에 갑자기 떨어지는 우박을 피할 곳도 없었고 피할 수도 없었다. 살다 보면 생각지 못한 일이 생겨서 당황하게 된다. 그날 오후 6시 조금 지난 시간에 시작되었는데 새벽 3시가 넘어서 간신히 사건이 정리되었단다. 순식간에 그곳을 지나가던 차 50여 대가 우박을 맞아 만신창이가 되었다. 세계가 자연재해로 엄청난 피해가 지속된다. 이곳저곳에서 산불은 무섭게 번지고, 물난리로 집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해마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만 자연이 하는 일을 감당할 수 없다. 우주에 가는 현대이지만 자연재해를 통제할 수 없다.


집을 떠나는 사람들이 울먹이는 모습이 가슴 아프다. 자신들의 삶이 불에 타고 물에 잠기는 모습을 보며 대피해야 하는 사람들은 기약 없는 길을 떠난다. 멀리 떨어진 곳이라 실감하지 못하지만 당사자가 된다면 얼나나 힘들까 걱정이 된다. 조금만 힘들고 아파도 못 견디는데 생과 사가 오가고 전재산을 잃은 사람들은 피눈물을 흘린다. 순간을 알 수 없이 변하는 자연처럼 우리네 인생도 한 치 앞을 모른다.


옛날에 우스갯소리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엿을 팔며 살아가는 한 사람이 있었다. 엿장수를 하며 하루하루 살아가지만 그에게는 언젠가는 복권이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매일 한 장씩 사고 허탕을 치고 또 사며 하루하루 살아갔는데 정말 꿈같은 일이 벌어졌다. 복권번호를 맞춰보니 당첨이 된 사실을 알았다. 엿판 밑에다 복권을 잘 보관하고 한강 다리를 건너가다가 이젠 복권이 되었으니 더 이상 엿장수를 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서 엿판 밑에 보관해둔 복권은 까맣게 잊고 리어카를 강물에 던져 버렸다.


던져진 리어카는 흐르는 강물 위에서 떠내려 가고 그는 속이 시원한 듯 손을 털고 돌아서려는데 엿판 밑에 놓은 복권까지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제야 떠내려가는 리어카를 잡으러 뛰어갔지만 애석하게도 이미 멀리 가버려서 잡을 수가 없었다. 그는 허탈한 마음으로 다시 엿장수를 하기 위해 준비를 했다는 이야기다. 잠깐 나갔다 온다는 사람이 행방불명이 되고, 사고가 나서 죽음을 넘나들고 한 치 앞을 모른다.


파란 하늘이 먹구름으로 채워지고 소나기가 오면 오색 무지개가 뜬다. 순간순간이 만나 하루를 만들고 하루가 모여 영겁의 세월을 만든다. 만삭의 몸으로 이민을 와서 연년생으로 아이 셋을 낳아 기르며 지나온 세월은 손주들의 재롱 안에 녹아든다. 눈물로 뿌린 씨앗은 행복의 열매가 되어 자자손손 내려갈 것이다. 자연이 베풀어주는 모든 것에 감사한다.


끝없이 은총을 내려주는 보이지 않는 이의 사랑을 믿고 따르면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지켜준다.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에 열매를 맺고 추운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온다. 우리에게 실망과 절망이 있기에 희망하며 사는 것이다. 웃음이 있고 울음이 있고 고통과 괴로움이 있다는 것은 살아있음을 알기에 내게 오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산다.

(이미지출처: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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