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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Mar 12. 2020

준비,,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늘이 화장을 했다.(사진:이종숙)



코로나 19가 이곳에도 퍼지기 시작했다. 비상사태를 대비하여 2주간의 생필품을 준비하는 항목이 카톡을 통해서 돌아다닌다. 아이들은 꼼짝 말고  집에 있으라고 하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 수영장도 체육관도 다니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하루 종일 집에서 있는 것은 너무 무료하다. 유튜브나 스마트폰을 보는 것도 한계가 있다. 우리가 나가서 병이라도 옮아오면 가족이 다 전염이 되니 조심해야 하지만 집안에 있으면 몸도 약해지고 없던 병도 더 생길 것 같다. 바쁘면 할 일이 안 보이는데 시간이 많으니 일거리가 보여도 하기 싫다. 겨울 동안 밀어 놓은 집안 정리나 해야 할 텐데 그것도 귀찮다.

하루가 가고 또 다른 하루가 오면 그만큼 사는 시간이 짧아지는데 그냥 맞고 그냥 보낸다. 왔으니까 맞고 가니까 보내고 또 다른 하루를 맞는다. 생각하면 정말 소중한 시간인데 아침이 왔으니까 하루가 왔구나 하고 밤이 되니까 하루가 가나보다 하며 다른 날을 맞기 위해 잠을 잔다. 어떤 이에게는 마지막  날이고 어떤 이에게는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그 하루인데 소중함도 지겨움도 없이 맞고 보내는 것이 하루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내게 온 하루라는 시간을 너무 천대하는 느낌이 든다. 숨을 한번 쉴 때마다. 시계의 초침이 똑딱 움직일 때마다 시간은 가고 다시 돌아갈 수 없음에도 시시하게 보내니 정말 미안하다.

지금 세계는 코로나 19로 인하여 발칵 뒤집혔다. 무더기 집단 감염에 동선을 추적하고 확진자가 생기며 2차 3차 감염으로 무섭게 확산되고 있다. 동선 확인이 쉽지 않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정확성도 문제가 있다. 검사 시에 음성이었다가 며칠 뒤에 확진자가 되고 무 증상 무 접촉자가 양성 판정을 받는다. 해외에도 나간 적이 없고 아무도 만나지도 않았는데 전염이 되기도 한다. 박쥐로부터 시작된 신종플루가 세계를 점령했다. 확산 속도가 빠르고 정확한 이유도 모르며 치료법도 없으니 더 두렵다. 손 씻고 마스크 쓰기는 이미 우리 일상이 되었고 마스크가 모자란 지금은 모자에 얼굴 가리개를 만들어서 팔고 있다. 무엇이 되었든지 도움이 되어 빨리 코로나를 극복했으면 좋겠다.

어쨌든 상황이 급하게 되었다. 비상사태를 대비하여 필요한 물건도 사다 놓아야 하고 나름대로 준비를 해야 한다. 가까운 코스코에 가니 다행히 휴지가 세일을 해서 몇 개 더 사고 냉동고에 넣어 둘 음식도 샀다. 사람들마다 정신없이 물건을 카트에 담는다. 금방이라도 전쟁이라도 날듯이 사재기가 시작되었다. 말로만 듣던 사재기 상황을 직접 보니 어안이 벙벙하다. 특히 이곳은 바쁜 게  없는 곳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여유롭게 매사가 돌아간다. 그런 나라에  오랫동안 살다 보니 빨리빨리의 한국 민족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되었다. 아무리 급해도 뛰는 경우는 거의 없다. 길을 건널 때도 뛰지 말라고 교육을 받는다.

그렇게 살아왔는데 갑자기 무얼 사놓아야 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하니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머리가 안 돌아간다. 코스코에는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온다. 나름대로 준비한다며 그동안 먹지도 사지도 않던 것들을 잔뜩 산다. 나도 괜히 준비라는 것을 해야 할 것 같아서 평소에 먹는 음식들을 몇 개 더 집어넣는다. 두식구에 많은 양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괜히 덩달아 난리다. 갑자기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사회교란이 생각이 났다. 과학자들과  연구원들은 신종플루가 유행하면 밤낮으로 연구를 거듭해서 신약을 개발한다. 머지않아  코로나 19를 치료하리라 믿는다. 벌써 사람들은 이런 때 무엇을 어찌해야 되는지 대처하는 방법이 몸에 익었다.

20년 전 새로운 천년 대가 시작한다 하여 세계가 들썩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비상 음식을 준비하고 쌀과 라면 그리고 생수와 캔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두려움이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전기가 없을 것을 염려해서 '제너레이터'까지 사다 놓은 집도 있었는데 그들은 지금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2000년을 맞으며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고 20년이 지났다. 이번의 코로나 19도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협조와 배려로 잘 넘어갈 것이다. 비상사태를 준비해서 2주를 더 버티면 무엇하겠나? 사람들이 준비한 물건을 카톡에 사진을 찍어 올리기도 한다. 집안에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모습에 오히려 두려움이 생긴다.

하늘을 온통 빨갛게 물들인 태양(사진:이종숙)

사람들은 스스로 전쟁 무드를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준비하며 사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면 사회교란이 될 수 있으니 적당히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뉴스를 통해 마스크를 사려고 줄을 서있는 많은 사람들을 본다. 두 개의 마스크를 사려고 일찍부터 줄을 서고 몇 시간을 기다렸는데 매진되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얼마나 속이 상하겠나 생각할수록 마음이 아프다. 코로나가 다른 곳보다 늦게 시작된 이곳도 화장지를 사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야만 한 개라도 살 수 있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하루에 파는 양이 있어서 일까 아니면 한 번이라도 사람들을 더 오게 하여 다른 물건을 사게 하기 위함인가 하는 의문이 간다.


코로나로 인하여 우리의 평범했던 일상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반가워도 악수를 하지 아야 하고 사람들과의 간격마저 멀어져 가고 있다. 손을 잡고 가까이에서 속삭이던 것은 옛 모습이 되었다. 집안에 들어가기가 무섭게 손부터 씻어야 하고  기침이나 재채기는 팔로 가리고 야 한다. 반가운 사람들끼리의 포옹도 스킨십도 손부터 씻고 나서 해야 한다. 우리가 오랫동안 해오던 모든 습성들은 코로나 19로 인하여 사라져 간다. 정겨운  모습도 다정한 모습도  다 말이다. 우리는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요즘에 카톡에 돌아다니는 발치기 악수 같은 것이  생겼다. 무엇이 되었든 반가움을 표시해야 하니까 말이다. 보통 주중에는 한가한 코스코가 사람들로 꽉 차있다. 많은 사람들 있는 곳을 피하라 하는데 걱정이다. 어서 빨리 적당히 사 가지고 나가야겠다.  


말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은 사람들을 피한다.  누군가 기침을 하면 급하게 그곳을 빠져나간다. 두려움으로 의심과 혐오가 범람한다. 안 그래도 이기적으로 되어가는 세상인데 코로라 19는 단절을 요구한다. 자가 격리를 어기는 사람은 중대 범죄로 취급된단다.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전염이 어디에서 되었는지도 모르는데  전파자도 전염된 사람도 너무 억울하다. 봉쇄된 곳도 있고 , 출입국을  막고 거부하는 지금 현상황에서 아직은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19의 빠른 극복이 간절한 시간이다. 전염병 유행병이 없는 아름다운 세상이   다시 찾아오기를 기원한다.


그나저나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수줍은듯 피어나는 아침 햇살(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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