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가족의 마음을 헤아리며...

by Chong Sook Lee


아무 말없이 나간 사람을 기다리는 심정은 숨 막힌 기다림의 연속이다. 무슨 생각을 하며 집을 떠났을까? 집을 나갈 때는 당연히 챙겨야 할 물건이 있다. 전화와 지갑 그리고 열쇠를 가지고 나가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다. 아무리 가까운 곳에 잠깐 다녀온다 하여도 한 치 앞을 모르는 사람의 일이다. 가다가 누군가를 만나 생각했던 시간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고, 넘어지거나 다칠 수 있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무언가를 소지해야만 만약을 대비할 수 있다. 매일 가는 곳이라도 적어도 기본은 챙겨야 하는데 생각 없이 집을 나선 걸까? 아니면 어떤 계획이 있어 나간 걸까?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집을 나간 사람이 시간이 지나도록 오지 않아 그때서야 무슨 일이 생긴 것 아닌가 하며 행방을 수소문하게 된 가족의 황당한 마음이 짐작이 간다. 아침 일찍 산책을 한다고 나간 사람이 돌아오지 않으면 식구들의 가슴은 새까맣게 탈것이다. 늘 다니는 산책길이기에 간단한 옷차림으로 전화와 지갑도 없이 집을 나간 사람이 며칠이 지나도록 오지 않는다. 어디서 무얼 하며 헤매고 있는지 아니면 어딘가 다치고 일어나지 못한 채 누워있는 것인지 별별 생각을 하게 된다. 이곳에 사는 64세 한인 남자 노인이 실종되었다. 목요일 아침에 산책을 간다고 나갔는데 오늘 일요일까지 돌아오지 않아 전단지를 돌리고 이곳에 사는 한인들은 마음을 모아 찾아 나선다. 인상착의와 신상에 대한 내용이 경찰에 접수되고 안타까운 사정이 카카오톡으로 전해져 십시일반으로 찾고 있다.


다행히 목격자가 있어 집중적으로 시내에 있는 공원과 숲을 대상으로 좁혀가고 있는데 하루빨리 찾았으면 좋겠다.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주위 사람들이 나름대로 행방을 찾아보지만 참으로 막연한 일이다. 우리는 어제 오후에 연락을 받고 오늘 아침에 목격자 소식을 전해 들어서 막연하지만 남편과 나는 친구 부부와 함께 혹시나 있을법한 계곡으로 그분을 찾아 나섰다. 하늘은 맑고 청명한데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 그분의 행방은 참으로 묘연하지만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숲 속을 두리번거리며 걸어본다.


이곳의 숲은 크기도 하지만 출구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처음 가는 사람은 길을 잃기 쉽다. 들어오는 길과 나가는 길이 비슷하여 한 번 잘못 들어가거나 잘못 나오면 엉뚱한 곳에서 헤매기 쉽다. 오늘 우리와 같이 걷는 친구가 작년 여름에 숲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어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한창 산나물이 자라는 어느 봄날, 친구의 남편은 골프 약속이 있어서 못 오고 친구는 나물을 캐기 위해 혼자서 숲을 찾았는데 나물 캐는 재미에 빠져 앞으로 가다 보니 들어온 길과 비슷하여 길을 따라 나갔다. 막상 주차장으로 가서 세워둔 차를 찾으려고 둘러보니 차는 보이지 않고 엉뚱한 길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깜짝 놀란 친구는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다 가는 숲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 같아 우리에게 전화를 해서 친구를 찾으러 나갔다. 다행히 친구는 전화가 있어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알려주어 만나게 되어 차를 찾아 집에 갔다. 숲은 한없이 아름답고 친절한 곳 이기도 하지만 언제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모르는 냉정하고 모멸찬 곳 이기도 하다. 나무와 계곡이 있어 처음 본 낯선 모습이 되기도 하고 눈에 익기도 하여 정말 조심해야 한다. 한번 길을 잘못 들어가면 숲 속에서 방향감각을 잃고 헤매기 쉽다. 특히나 해가 짧은 겨울은 숲 속에서 산책을 하더라도 일찍 숲을 빠져나오지 않으면 길을 잃는다.


남편과 나도 한번 숲에서 길을 잃고 쩔쩔맨 적이 있다. 가을이 짙어가는 11월 어느 날, 늘 하던 대로 산책을 나갔다. 늦가을이라 단풍이 진 나무들이 있고 낙엽이 많이 떨어지고 있어 스산하던 날이다. 한참을 걸어가다 보니 멀쩡하던 날이 흐려지고 눈발이 하나둘 날리기 시작하여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오던 길을 따라 걸어갔는데 언덕 위에서 길이 끊겼다. 언덕에 이어진 길을 따라 한참 걸어갔는데 길이 끊겨서 언덕으로 돌아왔다. 옆으로 보니 좁은 산책길이 보여 다시 걸어 들어갔는데 얼마쯤 가다 보니 또 길이 막혔다. 막연한 마음으로 다시 언덕으로 돌아와 주위를 살펴보았다.


한쪽은 가파른 낭떠러지 아래 강물이 흐르고 다른 길은 우리가 온 길이라서 더 이상 갈 길이 없었다. 혹시나 지나가는 사람이 올까 하여 기다리는데 날은 자꾸 어두워지고 눈발이 마구 날리는데 인기척은 전혀 없었다. 불안한 마음에 위치를 알기 위해 전화를 켜 보았는데 신호가 잡히지 않아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남자 하나가 언덕 위로 올라오는 게 보였다. 어둑어둑하고 인적이 드문 숲 속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이 그 사람으로서는 그리 반갑지 않겠지만 그의 발길을 막아서서 자초지종 사정 이야기를 했다. 길을 잃었는데 주차한 곳을 알려 주었더니 가는 길이라며 따라오라는 말을 하며 성급히 앞질러 갔다.


우리는 그 사람을 놓칠세라 급하게 그를 따라가다 보니 낯익은 길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그대로 뛰어가고 우리는 우리대로 뛰어가다 보니 차 소리가 들리고 멀리 주차장이 보이기 시작하여 안심하고 걸어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길을 잘못 들어서 우리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계곡을 건너게 되어 착각을 하게 된 것이었다. 다행히 귀인을 만나서 집에 도착했지만 지금도 그날 밤을 생각하면 그 사람이 너무나 고맙다. 빨리 뛰어가는 그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은 하지 못했어도 보이지 않는 손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았지만 실종된 그분은 보이지 않는다. 다리 밑에도 혹시 하는 마음으로 들어가 보고, 계곡 가까이도 유심히 보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꼭 찾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못했어도 숲 속을 걸어가며 실종된 그분에게 신의 가호가 있어 안전하게 귀가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요즘 세상에 64세의 나이는 그리 많은 편은 아닌데 무슨 사정이 있길래 며칠 동안 소식이 없는지 가족의 마음을 헤아리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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