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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자리바꿈을 합니다
by
Chong Sook Lee
Aug 15. 2022
아래로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맑아집니다
집 앞뜰에 서있는 전나무는
누런 솔방울을 매달고
세상을
바라봅니다
한 해 동안 잘 살아왔다고
삶의 계급장을 달고
의젓하게 서 있습니다
등 굽은 노송은
연륜을 자랑하며
넓은 품을 펴서
세상을 품고 서 있습니다
새들의 놀이터가 되고
토끼들의 잠자리가 되어
편안한 삶을 살아갑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과나무는
올해는 안식년을
맞나 봅니다
쉬어가겠다고
꽃도
피지 않고
사과도 매달지 않고
이파리만 무성해도
새들은 좋아라 합니다
사과나무 아래에서 피어나는
노란 호박꽃이 햇살을 보더니
활짝 웃고 앉아 있습니다
꽃만 보여주고
호박은 열리지 않습니다
오이가 주렁주렁 매달리고
토마토가 방울방울 달려서
익어가는 가을
쑥갓은 노란 꽃을 피우는데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고추는 자라지 않고
꽃만
몇 개 핍니다
가을은 벌써
문 앞에 왔고
여름은 언제 떠날지 모릅니다
뜰에 앉아서
가겠다는 여름을 보내고
오고
싶어 하는 가을을 맞습니다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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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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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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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ng Sook Lee의 브런치입니다. 글밭에 글을 씁니다. 봄 여름을 이야기하고 가을과 겨울을 만납니다. 어제와 오늘을 쓰고 내일을 거둡니다. 작으나 소중함을 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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