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 사건

by Chong Sook Lee



겨울 같지 않은 겨울이다. 이상 기온으로 겨울이 따뜻하여 눈이 녹아 거리에 빙판이 져서 스케이트장처럼 맨질맨질하다. 지붕에서 눈이 녹아 흘러내려 문 앞의 계단이 비가 온 것처럼 다 젖어 그 위에 살얼음이 살짝 얼었다. 집으로 들어오는 사이드웍도 미끄러워서 넘어질까 봐 엉거주춤하고 걷는다. 집을 나와 식당으로 가려고 집 건너편에 세워놓은 차로 걸어 가는데도 벌 벌기며 차에 올랐다. 겨울이면 웬만큼 추워야 하는데 갑자기 날이 따뜻하여 눈이 녹아서 여기저기에서 여러 가지 사고가 난다.

오랜만에 옛날 친구와 점심을 같이 먹고 이민 초기에 힘들었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많이 웃었다. 오직 옛날 친구와 만이 가질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다 성장하고 정년퇴직을 하여 여유롭게 살아가니 힘들었던 지난날도 웃으며 회상하게 된다. 아이들 기저귀 가방을 들고 다닐 때 만난 친구이니 참으로 오랜 세월이 흘렀다. 힘들고 가난했던 시절이었지만 나름대로 그때의 형편에 맞게 같이 놀며 우정을 나누었던 친구여서 항상 소중하다. 어려울 때 의지하고 함께 하던 그때의 젊음은 없어도 언제나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대한다.


식사를 하고 집으로 와서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하며 몇 시간을 놀다 보니 어느새 친구가 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친구들을 배웅하러 밖에 나갔는데 집 주위의 길들이 더욱더 미끄러워 남편더러 나온 김에 소금이나 뿌리고 들어 오라고 얘기하며 집으로 들어갔는데 그 후 채 5분도 안되어 남편이 얼굴 눈 주위에 피투성이가 되어 들어왔다. 차고 옆으로 소금을 뿌리다가 빙판에 엎어져서 눈썹이 찢어져서 다친 것이다. 사람이 한 치 앞을 모른다더니 오가는 사람들이 넘어질까 봐 소금을 뿌리러 간 사람이 넘어질 줄이야 알았겠는가?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동네 병원은 늘 환자들로 복적이기 때문에 가 볼 생각도 못하고 급하게 큰 병원 응급실로 달려가 보니 그곳은 갑자기 따뜻해진 날씨 때문에 넘어져서 다치고, 찢어지고, 부러진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발 디딜 틈 조차 없었다.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할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동네 병원으로 가보니 그곳은 마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환자가 하나도 없었다. 마침 의사도 안면이 있는 의사였기에 서둘러 몇 바늘 꼬매 주어 출혈을 멈추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며 생각했다. 오늘 하루가 누군가가 계획한 일인 듯 순식간에 모든 일이 시작되고 마무리되었다. 세상일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라는 것이 새삼 느껴졌다. 겨울 같지 않고 따뜻해서 좋아했더니 눈이 녹아 빙판이 되고 빙판에 소금을 뿌리다가 넘어져서 눈썹이 찢어져서 꼬매고 소금 뿌린 길거리는 녹아내리며 다시 얼어붙는다. 남편은 넘어져서 다쳤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이라도 다치지 말고 안전하게 걸어 다녔으면 하고 바라며 역시 겨울은 추워야 하고 여름은 뜨거워야 한다는 것을 느낀 하루였다. 겨울이 추워야 겨울인데 이상기온으로 따뜻하니 눈도 별로 안 오고 그나마 조금 온 눈도 온도가 조금이라도 올라가면 녹아내리기 일수이니 이게 겨울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겨울이 춥지 않고 따뜻한 날씨가 계속된다면 더 바랄게 무엇인가. 지구 온난화로 추웠던 곳은 따뜻해지고 따뜻했던 곳은 추워지기도 하여 사람들은 갈피를 못 잡는다. 남편의 꿰맨 눈썹을 바라보며 괜히 속상해하다가 그래도 그만하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남편의 손을 잡고 웃어 보았다.


그다음 날 남편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손목시계를 찾으러 다녔지만 집안 어디에도 시계를 찾을 수 없었다. 혹시 수영장에 놓고 왔나 해서 가 보았지만 그곳에도 없다. 며칠 후에 우연히 차고 옆을 지나 가는데 무언가 반짝 거리는 것이 보여 가서 보니 남편의 시계가 엎어진 채 얼음 속에 묻혀 있었다. 넘어지면서 안경은 멀리 떨어지고 시계는 옆에 빠졌는데 급한 마음에 안경만 집어 들고 집으로 들어온 것이다. 시계는 다행히 줄만 끊어져 쉽게 고칠 수 있었고 나름대로 빙판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사람 사는 일이 원하지 않는 일은 이렇게 엉뚱하게 일어나 당황하게 만들지만 수습 하기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빙판이 없었으면, 아니 소금을 뿌리러 나오지 않았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무엇이 결과이며 과정일까? 그러나 아무도 모른다.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그 어떤 일도… 정말로 큰일 날 뻔했는데 더 큰 사고로 연결되지 않게 도와준 보이지 않는 손길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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