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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ng Sook Lee Mar 14. 2020

코로나 바이러스 ,,, 다 같이 막아요

우리도 사이좋은 나무들처럼 살아요.(사진:이종숙)



오늘 아침 온도는 영하 18도에 체감온도는 영하 29도까지 내려갔다. 3월 중순에 날씨가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제는 눈이 하루 종일 왔지만 이렇게 춥지는 않았는데 오늘은 살을 에는듯한 추위가 마지막 겨울을 장식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의례히 한 두 번씩 이렇게 추워서 가야 할 때를 모른다며 겨울이 욕을 먹는다. 사람도 때가 되면 가야 하듯이 계절도 가야 할 때 가지 않고 뭉그적거리면 사람들이 싫어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계절은 그 나름대로 고집이 있다. 기다리는 봄은 늑장을 피우고 가지 말라는 봄은 재빠르게 가버린다. 여름은 봄이 가기도 전부터 쳐들어와서 세상을 뜨겁게 달군다. 어느새 선선한 가을바람에 여름은 지레 겁을 먹고 도망가 버리고 여름이 떠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가을은 세상 걱정 근심 모두 잊은 채 곱게 치장을 하며 온 천지를  아름답게 물들인다.

가을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에 질투가 난 겨울은 추운 바람을 유혹하여 가을을 훼방하러 온다. 사람들이 예쁘다 예쁘다 하니까 세월 가는 줄 모르던 가을은 기겁을 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간다. 아직 단풍이 들지 못한 이파리도 다 놓아두고 겨울에게 자리를 내어준 채 가 버린다. 겨울은 차가운 바람으로 꽃도 열매도 다 얼려버리고 사람들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제는 겨울이 세상을 점령해 버렸다. 가라고 해도 가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제 조금 있으면 하루 해가 길어지고 햇볕이 산천에 쏟아지면 겨우내  참고 참았던 봄이 땅을 비집고 나온다. 꽃샘바람이 되어 마지막 힘을 다해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겨울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이 다 놓고 떠난다.


그때가 되어야 간신히 오는 봄인데 아직 멀었나 보다. 거기에다 철없이 덤벼드는 악성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세상을 헤집고 다닌다. 어디서 왔는지 언제 갈 것인지 무엇 때문에 자꾸 퍼지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사람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대처하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 모른다는 것은 이토록 사람의 마음을 미약하게 만든다. 유언비어와 군중심리가 판을 치는데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거짓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것이 좋다 저것이 좋다 하며 근거 없는 뉴스들이 메디아를 통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나온다. 뚜렷한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소신껏 행동해야 하는 줄 알지만 인간이기에 마음이 흔들린다.


무언가를  사려고 줄을 선  사람들(사진:이종숙)


아침 일찍 손주 둘을 등교시키고 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러 가는 길에 스코 옆을 지나가게 되었다. 개점시간이 안되어 문이 닫혀있는 코스코 앞에는 길게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휴지와 생필품을  사기 위한 줄이었다. 휴지가 평소보다 5불 싸게 세일을 하기 때문에 가격은 좋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로 하여금 이런 엉뚱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냥 할 말이 없다. 과연 무엇 때문에 저렇게 까지 되었나 생각해본다.  불경기라고 하며 돈을 쓰지 않아서 장사가 안된다며  힘들었던 상인들의 황금기가 되었다. 사람들마다 쇼핑 카트를 꽉꽉 채워 무언가를 사 간다. 세상 종말이라도 온 듯이 난리가 났다. 만약 이것이 무기가 동반되는 전쟁이면 어떤 상황 일까 하는 막연한 상상을 해본다.

지금 12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이탈리아도 식료품점은 운영된다. 물론 세균이 더 퍼지기 전에 미리 준비해 두려는 마음을 이해하지만 이런 상황을 처음 보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세일이 지나면 조금 가격이 오르지만 지금보다는 덜 할 것 같은 생각에 지금 당장 필요한 물건이 아닌 이상 저 전쟁통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은 심정이다. 안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을 피하는 게 좋다는데 몇 푼 싸게 물건을 사기 위해 저 많은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곳에 간다면 없던 병도 생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전해 들은 말로는 한국에 사시는 분들은  사재기를 안 한다고 들었다. 많은 역경을 겪은 경험에 사재기의 불필요성을 알게 된 것 같다.

기름을 넣고 가는 길에 코스코를 바라보니 여전히 길게 줄을 서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참으로 인내심이 많다. 영하 30도에 가까운 추운 날 아침에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일어날 어떤 상황에 무언가를 준비하겠다는 신념으로 살을 에는 추위도 견디고 서 있는 것이다. 집에 있는 것 조금씩 아껴 쓰다 보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나갈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 같은 사람도 있다. 많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버려지는 세상인데 핑계 김에  냉동고에 얼려놓은 것을 하나씩  빼서 먹으며 살아 보련다. 오늘 밤에는 영하 24도로 체감온도는 영하 35도가 될 것이라는 일기 예보를 보며 한심하지만 끝까지 버티는 겨울이  코로나를 다 없애 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추위에 활동량이 많아지는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말은 들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엉뚱한 생각을 하며 두려움에 힘들어하는 모두에게 평안한 일상이 다시 돌아오기 바란다.


하루가 다르게 확진자의 숫자가 많아지는 이곳도 확산이 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한다. 250명이 넘는 단체 활동을 금하며 천주교회 입구에 놓는 성수를 없애고  미사 중에  신자들과 하는 평화의 악수를 당분간 금하고 있다. 세균이 퍼질 가능성이 있는 것들을 세세히 검토하여 최대한으로 전염을 막으려 하고 있다. 지금  캐나다 당국은 공공기관과 체육관도 염두에 두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하키 게임을 연기하고 있다. 얼마 있으면 봄방학을 하는 학생들의 문제도 검토하는 이 시점에서 정부가 정한 지침을 따르고  당분간은 최소한의 외출을 하며 살아야 할 것 같다. 서로서로 조심하고 지킬 것 지키며 힘을 다해 코로나 바이러스를 밀어내야겠다.

눈꽃이 핀 자리에 봄꽃이 피면 좋겠네요.(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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